[위드 코로나, 위드 장애인]중복장애인들의 출구없는 삶
<중>'존엄'없는 중증장애인
자립생활주택 공동거주 성구씨
코로나19 감염됐다 완치됐지만
중증장애인 위한 대책 부실
활동지원서비스 하루 10시간
인간다운 삶 유지 턱없이 부족
"여행 가고 싶어요."
말수가 적던 박성구씨(55·가명)는 ‘여행’ 단어가 나오자 말이 많아졌다. 뇌병변장애인으로 살아온 지 햇수로 55년. 선천성 장애인인 성구씨는 동년배에 비해 판단력이 떨어진다. 다리가 불편해 전동휠체어를 타고, 언어장애가 있어 활동지원사 없이는 생활할 수 없다. 그럼에도 그는 여러모로 힘든 ‘여행’을 좋아했다.
"세종에 가요."
성구씨는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진행하는 집회 참석을 여행으로 생각한다. 오랜 시간 성구씨와 함께한 활동지원사 A씨는 "집회 참석을 위해 잠깐 들르는 ‘여행’이 성구씨가 최고 좋아하는 일"이라며 "코로나19 때문에 여행을 못 갔는데 조만간 떠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성구씨는 코로나19가 원망스럽다. 왜 써야 하는지 모르는 마스크를 써야 했고 그렇게 좋아하던 여행도 빼앗겼다. 외출도 힘들어졌다. ‘먹는 것’으로 욕구를 해결하니 몸도 망가졌다. 중증 식도염을 앓게 됐고 위장약을 추가로 먹기 시작했다.
급기야 코로나19가 찾아왔다. 지난 7월11일 성구씨에게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자립생활주택의 활동지원사 B씨가 코로나19에 확진됐다. 이어 12일 성구씨를 포함한 입주자 3인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성구씨와 함께해 온 활동지원사 백모씨(55)는 감염 우려에도 자원해 공동주택에 입소했다. 성구씨와 백씨를 비롯한 총 6명이 방 3개, 화장실 2개, 주방 1개로 구성된 공동주택에서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정부의 자가격리 수칙을 준수할 수 있는 수용인원은 총 2인이었다. 원칙상 입주자 1인과 활동지원사 1인만 수용할 수 있다. 보건소 역학조사관도 당시 자가격리를 함께 했던 활동지원사 A씨에게 "공동주택에서 그렇게 자가격리를 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는 "공간을 제공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장애인의 신체적 특성과 활동 보조에 대한 방역당국의 고려는 없었다.
완치가 됐지만 성구씨는 여전히 감염 위험에 노출됐다. 성구씨의 손을 대신할 사람은 활동지원사 백씨가 유일하다. 이들 중 한 명이라도 감염되면 감염병은 장애인 지원 센터로 옮겨간다. 정부의 ‘코호트 격리’가 이어지고, 집단감염은 기정사실화된다.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은 감염병과 일상을 함께 한다는 말이다. 일상이 힘겹고 감염에 취약한 장애인들로서는 함께 갈 수도 없고 가서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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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취약시설을 벗어나는 ‘탈시설’이 필수이지만 정부와 방역당국, 지방자치단체의 손길이 닿지 않는다. 성구씨는 시설거주 40년을 마치고 이제 자립을 시작했다. 하지만 활동지원서비스는 월 300시간, 하루 평균 10시간 남짓이다. 하루 세끼 밥 먹는 데만 6시간이 소요된다. 활동지원사 A씨는 "활동지원사가 제공하는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은 장애인이 인간으로서 존엄한 삶을 유지하는 데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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