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처 퇴직자 증가세
금융위 2년 새 6명→13명
공정위 16명→32명 등

각부처 5개년 기본계획 등
주요정책 스케일 커지는데
전문성 확보하기 어려워져

정책 자율성 극대화 체계 절실
퇴직 전 인센티브 확대 목소리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21년도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 면접시험 응시생들이 면접 장소로 향하는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21년도 국가공무원 공개경쟁채용 면접시험 응시생들이 면접 장소로 향하는 모습.(이미지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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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정부청사가 과천에서 세종으로 이전한 지 내년이면 10년이 된다. 국가균형발전의 일환으로 세종으로 청사를 옮긴 지가 10년이 돼 가지만 ‘세종 정부’ 체제가 정착되기는커녕 떠나는 젊은 공무원들은 오히려 늘어나는 상황이다. 각종 정책 결정 실무와 인·허가 등에 참여하는 공무원들이 떠날 경우 정책 역량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공무원 늘리기에 나섰지만 오히려 그만두는 사례는 늘어나는 추세다.


8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인사혁신처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무원 가운데 자발적 퇴직자(의원면직)는 2014년 6019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7년 3255명까지 줄었다. 하지만 2018년 3837명에서 2019년 4210명, 지난해 4255명으로 4년 연속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는 저소득층의 소득을 늘려 양극화를 극복하고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돌리기 위해 공무원을 63만1380명에서 4년 새 73만5909명으로 늘린 바 있다. 이 같은 국정 방침과 달리 정작 공무원들은 미래가 불안정하다고 판단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 셈이다.

주요 경제부처의 자발적 퇴직자는 증가추세다. 2018년과 지난해를 비교하면 금융위원회는 6명에서 13명으로, 공정거래위원회는 16명에서 32명으로 늘었다. 국세청(410→465명), 고용노동부(185→197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729→800명) 등도 증가했다. 다만 기획재정부는 이 기간 35명에서 31명으로 소폭 줄었다.


전문가들은 세종청사로의 이전이 공직자 퇴직의 사유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울에 있어 공무원 응시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은 금융위 역시 의원면직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무 핵심인력 이탈이 더 큰 문제…정책연속성 확보 비상 원본보기 아이콘


공무원들은 퇴직자 규모보다 일 잘하는 직원들의 퇴직이 더 큰 문제라는 반응이다. 일본 수출규제에 맞섰던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이직 사례가 대표적이다. 일본이 한국에 수출규제를 가하기 시작한 2019년 7월 도쿄 경제산업성에서 진행된 첫 실무회의에 직접 참석했던 산업부 과장 2명이 최근 공무원 생활을 접은 게 단적인 사례다. 늘 적극적인 업무처리로 선배들은 물론 후배들의 신뢰를 받은 이들이었지만, 지금은 각각 국내 로펌과 민간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상태다. 산업부 고위관계자는 "업무를 잘하는 직원이 그만둔 게 더 큰 아쉬움"이라고 말했다. 단지 그만두는 퇴직숫자로만 봐선 안 된다는 얘기다.


양극화 해소와 국정 동력 확보 등을 명분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국가공무원을 63만1380명(2017년 5월)에서 73만5909명(지난해 말)으로 10만 명가량 늘렸지만 의원면직자는 줄지 않고 있다. 탄소중립2050, 한국판 뉴딜 등 관계부처의 역량을 총망라한 국가 의제(어젠다)는 물론 각 부처의 5개년 단위 기본계획 등 주요 정책의 스케일이 커져가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인력 이탈은 정책 전문성 확보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탈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퇴직 후 3년 재취업 제한 범위를 늘리는 것이지만 이는 위헌 소지가 있어 헌법소원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그보다는 민간과의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로비 활동을 관리하는 부처 내부 통제를 강화해 투명성을 높이는 게 급선무라고 말한다. 내부통제를 강화해 투명성을 높여 공무원들이 재직 기간에 최대한 정책 자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경제 부처 중에서도 규제 권한이 강한 당국인 공정위, 금융위, 기재부 등은 퇴직 전후로 이해충돌 문제에서 자유롭기 어렵기 때문에 위반 시 처벌 규정을 명시하는 등 내부통제를 강화해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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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가에선 퇴직 직전 인센티브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급(국장급) 이상 고위공무원까지 가는데 오래 걸리는 데다 장·차관 자리에 정치권 등 외부 출신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오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근속 연수를 늘려가며 고공단에 합류할 동기부여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과거엔 고위공무원의 경우 퇴직 3년 전을 기준으로 연금을 산정해 지급했는데 지금은 평생 소득 기준으로 바뀌었다"며 "이렇게 되면 어떻게든 빨리 승진할 수 있도록 업무량은 적고 승진은 쉬운 부처를 찾게 될 수밖에 없고 주요 부처 공무원의 고공단 진입에 대한 의욕과 목표는 흐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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