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리 스콧 감독 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
아내 성폭행한 친구와 결투 재판…피해여성 고통·슬픔 배제된 역사
싸움의 양상부터 사용된 무기까지 결투 재판 면면 생생하게 묘사

[이종길의 영화읽기]철저한 고증으로 재현한 야만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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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스트 듀얼: 최후의 결투'의 배경은 14세기 프랑스다. 유서 깊은 카루주가 부인 마르그리트(조디 코머)는 남편 장(맷 데이먼)의 친구 자크(애덤 드라이버)에게 성폭력을 당한다. 용기 내어 장에게 고백하지만, 자크는 결백을 주장한다. 장은 샤를 6세(알렉스 로우더)를 찾아가 결투 재판을 요청한다. 승리가 곧 정의로 판정되는 대결. 마르그리트의 고통과 슬픔은 안중에 없다. 명예를 지키기 위한 싸움만 존재한다. 군중도 누가 이길지에만 관심을 가진다. 리들리 스콧 감독은 그 심리를 영화에 교묘하게 활용한다. 첫 장면에 결투 재판을 배치하고, 이전 상황을 세 사람의 관점으로 보여준다. 다시 결투 재판을 펼쳐 흥미에만 연연한 비인간적 시선을 돌아보게 한다.


약자를 공감하지 못하는 사회는 야만적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역설하려면 그만큼 사실적으로 나타나야 한다. 스콧 감독은 철저한 문헌 고증으로 생생한 현장감을 제공한다. 백미는 결투 재판. 싸움의 양상부터 사용된 무기까지 있었던 그대로 표현한다. 장과 자크의 대결은 프랑스 역사에서 공식 인정된 마지막 결투 재판이다. 어느 정도 법률이 정비된 뒤로 열리지 않았다. 이전에도 성사 과정은 간단치 않았다. 중대한 범죄에만 허락됐다. 살인, 반역, 이단, 반란교사, 기밀누설, 허위, 여성 모욕 등이다. 결투는 바로 이뤄지지 않았다.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훈련할 시간을 줬다. 무술은 직업검사들이 지도했다. 피고나 원고가 고령이면 대리인이 나와서 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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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과 자크처럼 기사나 귀족 계급은 갑옷을 입고 맞붙었다. 무기에 제한은 없었다. 일반적으로 창, 장검, 단검, 방패를 사용했다. 평민은 눈에 잘 띄는 옷을 입고 결투용 방패를 들었다. 타원형 양 끝에 상대를 찌르는 스파이크가 있었다. 싸우는 방법은 지역에 따라 달랐다. 남녀가 대결하기도 했다. 남성은 곤봉을 들고 허리까지 오는 구멍에 들어갔다. 여성은 돌을 천으로 감싸 만든 편곤을 사용했다. 남성을 구멍 밖으로 끌어내거나 구멍 가장자리에 손을 짚게 하면 이겼다. 남성은 여성을 구멍 속으로 끌어들여야 승리했다. 대결은 대개 한쪽이 목숨을 잃을 때까지 진행됐다. 살아남는 경우가 종종 있었으나 죄를 스스로 인정했다고 간주해 처형했다.


장과 자크는 마상경기로 시작한다. 마술(馬術)은 비슷하다. 안장 위에서 똑바로 버티며 말의 운동에너지를 최대한 이용한다. 둘은 창끝으로 서로를 겨냥하며 달려오다 부딪힌다. 이를 멧돼지 어금니라고 한다. 대개는 창끝을 아래로 내리고 달렸다. 창을 쳐내지 못하게 하면서 말의 머리나 가슴을 노렸다. 상대의 창을 쳐 떨어뜨리기도 했다. 창은 14세기에 흔한 무기였다. 하지만 결투 재판에선 양자가 합의해야 사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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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과 자크는 창으로 승부를 내지 못한다. 갑옷이 단단해서다. 패드가 들어간 옷 위에 메일(사슬 갑옷)만 착용하지 않았다. 그 위에 라벳(굵은 못)으로 철판을 고정한 코브 오브 플레이트를 입었다. 구조는 간단하나 방어력은 상당했다. 영화에서처럼 웬만한 검으론 상처조차 낼 수 없었다. 그 무렵 방패 사용이 현저히 감소하고, 양손용 무기가 개발된 이유다. 특히 대검은 긴 길이 때문에 기피됐으나 압도적 방어력이 확보되면서 필수품이 됐다. 주로 중무장한 갑옷 틈에 칼끝을 찔러 넣어 공격했다. 최대한 가볍게 제작돼 유연한 태세 전환은 물론 체력 비축까지 가능케 했다. 오늘날에는 초경량인 에페와 플뢰레가 상대적으로 가벼워 무겁게 인식된다. 의례용 양손용 검이 눈에 띌 목적으로 무겁게 제작되기도 한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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