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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가치 3조 육박하는데…해외자원 줄매각에, 실종된 '자원안보'

최종수정 2021.10.28 12:04 기사입력 2021.10.2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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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공사, 美 앵커해상유전 등 해외자원 절반 쫓기듯 매각
文 정부, 'MB 자원외교 백지화' 여파…유가·광물값 오르는데 헐값매각 우려
재무구조 개선엔 역부족…자원 안보 차원에서 자원 정책 재수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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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한국석유공사는 최근 국제유가 강세를 오히려 유전 매각의 호기로 판단하고 있다.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면서 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자원확보전쟁이 거세지는 양상에도 자산을 서둘러 매각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투자비 대부분을 차입에 의존하며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돼 원금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팔겠다는 것이다. 대형 투자경험이 없는 석유공사가 MB(이명박 대통령) 정부 때 무리한 해외자산 쇼핑으로 부실을 키운 탓이 크지만 자원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매각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이전 정부의 자원 정책을 '적폐'로 몰아 전면 백지화하고, 자원 개발에 손 놓은 현 정부의 자원정책을 다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해상유전 매장량 2830만배럴…쫓기듯 매각=28일 석유공사에 따르면 미국 앵커해상유전에서 공사 몫 기준으로 원유 및 가스를 일 평균 3600배럴 생산하고 있으며, 매장량은 보유지분 기준 2830만배럴이다. 서부텍사스유(WTI) 가격은 27일(현지시간) 배럴당 82.6달러로, 석유공사가 보유한 몫의 앵커해상유전 원유·가스 매장량 가치는 23억3800만달러(약 2조7400억원)에 달한다. 재무구조 개선 필요성, 유전 경제성 하락으로 매각이 불가피하고 최근 유가 상승으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됐다는 게 석유공사의 설명이지만 유전 가치로 보면 '헐값매각'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투자원금조차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석유공사는 앵커해상유전에 지금까지 8억9800만달러를 투자해 5억7400만달러를 회수했다. 3억2400만달러 이상을 받아야만 원금 회수가 가능한데 현재 논의중인 매각가는 이를 밑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도 매각 손실 가능성을 예상하고, 펀드를 통해 이 유전에 투자한 일반 투자자 손실 보전을 위한 예산을 편성했다. 해외자원개발펀드를 활성화하기 위해 2006년 투자 손실을 일부 보상하는 투자위험보증사업을 도입한 데 따른 것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석유공사는 현재 보유한 17개국, 31개 광구 중 절반에 가까운 6개국, 13개 광구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부실한 자산은 정리가 필요하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탐사·개발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자원개발의 특성상 우량자산까지 내다팔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올초 석유공사는 2009년 8000억원에 매입한 페루 석유회사 사비아페루를 28억원에 매각했다. 광물공사 역시 연초 칠레 산토도밍고 구리광산을 매입가(2억5000만달러)의 절반인 1억2000만달러에 팔았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는 "자원 개발 대부분이 기존 광구·유전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기술 및 장비의 발전을 통해 채산성도 충분히 높아질 수 있다"며 "광구의 경제성 떨어진다며 이 시점에서 해외자산을 싼 값에 매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꼬집었다.

◆재무구조 개선엔 역부족…자원개발 지속해야=석유공사를 비롯한 자원 공기업들이 해외자산을 쫓기듯 팔아치우는 건 현 정부의 'MB 자원외교 백지화'에 따른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 구성된 '해외자원개발 혁신 태스크포스(TF)'는 이듬해인 2018년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관리공단)의 해외자산을 전부 매각하라고 권고했다. 이어 올해 4월엔 석유공사와 한국가스공사가 자체 수립한 로드맵에 따라 해외자산을 우선 매각하고,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제3자가 개입토록 하는 권고안을 내놨다. 차입에 의존한 해외자원 개발을 전부 '부실'로 낙인 찍고, 이전 정부의 자원정책을 전면 폐기처분한 셈이다.


그러나 석유공사가 해외자산을 잇따라 매각해도 현재의 열악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엔 역부족이다. 석유공사는 2020년 말 당기순손실이 2조4392억원, 자본 -1조1409억원으로 1979년 창사 후 처음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부채는 18조6450억원이고, 올해부터 2025년까지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만 2조원에 달한다. 석유공사가 해외자산을 매각해 수습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자원 안보' 측면에서 중장기 자원정책을 재수립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석유공사 등 자원 공기업이 보유한 해외자산의 옥석가리기를 통해 개발 잠재력이 있는 우량자산은 매각을 중단하고, 이들 기업의 자구 노력과 병행해 정부 또한 경영 정상화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장기적으로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를 통합해 자원 탐사 및 개발 기능을 복구, 자원 안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중국, 일본 등은 자원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로 핵심자원 확보에 매달리는 상황이다. 글로벌 자원 무기화 흐름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자원 개발은 반드시 필요하다. 러시아는 유럽 내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도 가스 공급을 늘리지 않다가, 이날 에너지 국영기업 가즈프롬에 유럽 내 저장시설에 가스를 공급하라고 지시했다.


강 교수는 "자원개발은 지금 뛰어 들어도 10~20년 기다려야 결실을 볼 수 있는 사업"이라며 "미래를 위해서라도 정부가 다시 자원개발에 나서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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