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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끼리니까 하는 말인데"...대학가 '단톡방 성희롱' 근절 어렵나

최종수정 2021.10.24 09:41 기사입력 2021.10.2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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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없는 경우 성폭력처벌법 아닌 '명예훼손·모욕죄' 처벌로
지난 3년간 국립대 교내 징계 학생 174명 중 92명(52.9%) 사유가 '성 비위'
"진짜 여기가 n번방이라서 유출되면 큰일이다" 등 문제 인식도

한 대학의 '단톡방 성희롱' 정황.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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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소영 기자] "여러분들의 단톡방(단체 대화방)은 안녕하신가요?"


이는 지난 2019년 11월 일부 재학생의 '단톡방 성희롱' 문제를 공론화한 청주교대 대자보 내용 중 일부다. 당시 청주교대 남학생 6명은 단톡방에서 동기 여학생 2명을 지칭해 외모를 평가하고 성적으로 모욕한 혐의와 교육실습을 하며 만난 초등학생들을 조롱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당사자 없이 제3자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하는 '단톡방 성희롱'은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명예훼손이나 모욕으로만 처벌이 가능하다. 성폭력처벌법 제13조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에 따르면 상대방에게 성희롱 발언이 도달돼야 하는데, 구성요건을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톡방에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성적 농담을 하고 음란물을 올리면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 행위'에 해당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될 수 있다. 명예훼손죄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 모욕죄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문제는 단톡방에서 행해지는 이 같은 발언들에 스스로 문제의식을 갖고 있음에도 계속해서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논란이 된 충북대 단톡방에서 남학생들은 "우리 X나 쓰레기다. 이거 알려지면 우리 사망이다" 등의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해 7월 부산의 한 대학교에서 남학생들이 단톡방에서 여학생들을 상대로 성희롱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에도 일부 학생들은 "진짜 여기가 n번방이라서 유출되면 큰일이다"라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성범죄 모의 정황이 오간 경우도 있다. 지난 8월31일에는 한국항공대학교 일부 남자 재학생들이 여학생과 교직원 등을 상대로 성희롱성 대화를 주고 받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단톡방 성희롱 피해자라고 밝힌 작성자는 "(피해자들은) 가해자들과 같은 수업을 듣는다는 이유만으로, 교내에서 마주쳤다는 이유만으로 비대면 수업 중 필수였던 카메라를 켜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해자들에게 노출돼 그들에게 성적 대상화가 됐다"고 했다.


이어 "심지어 가해자들의 대화는 평가나 조롱뿐만이 아닌 구체적인 범죄 계획도 포함하고 있어 범죄가 실제로 실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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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은 학생이나 교수 등의 이름을 언급하며 "지금 당장 몸캠 찍고 딥페이크(하자)", "알몸사진 유도하자", "속옷 벗기기 가능", "첫경험에 임신해버리면 어떡함?" 등의 대화를 이어갔다.


과거 발생한 단톡방 성희롱 사건의 대화 내용이 공개되자 누리꾼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네티즌들은 "말로만 들었는데 이렇게 보니까 진짜 더럽다", "교대 단톡방이 진짜 충격이다. 선생님을 하겠다고?", "이거 앞으로도 절대 없어지는 일은 없을 듯. 오히려 옛날부터 드러나지 않은 사건이 훨씬 더 많겠지" 등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 조사에 따르면 대학가 성 비위는 심각한 수준이다. 성비위는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풍기문란, 몰래카메라 촬영, 데이트 폭행,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성희롱 등이 징계 사유상 성비위로 분류된다.


19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더불어민주당·안양만안) 의원이 전국 11개 국립대에서 제출받은 '최근 3년간 교내 학생 징계 현황'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까지 지난 3년간 각 대학에서 집계한 교내 징계 학생은 모두 174명이다. 이중 사유가 '성비위'인 경우가 92명(52.9%)으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대학별 징계 현황으로는 경북대가 성비위 17명으로 가장 많았고, 부산대와 충북대가 15명으로 2위, 서울대가 13명으로 4위에 머물렀다. 특히 충북대에선 작년 농경제학과 소속 학생 13명에 대해 '단톡방 성희롱' 사건으로 1개월부터 최장 2년까지의 무기정학 징계가 내려지기도 했다.


강 의원은 "2019년 청주교대 단톡방 성희롱 사건 이후에도, 잊을 만하면 대학 내 단톡방 성희롱이 폭로되고 있다"며 "학교 측은 성비위 관련 사건 조사와 관련된 모든 절차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엄격한 징계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소영 기자 sozero8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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