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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1인가구 특별하지 않은 시대, 자취 새싹에 눈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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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나 혼자 산다' 허항PD 인터뷰
'13년 장수' 원조 관찰예능
1인가구 증가 발맞춰 변화
각종 논란 사과
유연한 소통 약속

[인터뷰]"1인가구 특별하지 않은 시대, 자취 새싹에 눈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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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이슬 기자] “그들이 사는 세상 이야기”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본 일부 시청자 반응이다. 대리석 바닥, 화려한 조명이 달린 집에서 배우가 막 다림질을 한 듯 고운 파자마를 입고 일어난다. 한강을 보며 여유롭게 커피 한 잔을 내려 마시는 아침 풍경으로 방송은 시작한다. 어쩐지 씁쓸하다. 2013년 첫발을 뗀 방송은 지금과는 제법 달랐다. 육중완이 옥탑방에서 열심히 꿈을 키우다 동네 시장에서 장을 봐 밥을 해 먹거나, 김광규가 라면을 끓여 먹으며 하루 피로를 달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는데 말이다.


8년이 흘렀다. 원조 관찰 예능으로 자리매김한 ‘나 혼자 산다’는 깎이고 구르며 성숙해졌다. 방송이 성장하는 동안 사회 분위기도 달라졌다. 독신 인구와 1인 가정은 늘어났다. 달라진 분위기를 따라 방송도 바뀌었다. 더는 짠한 시선을 덧씌우지도, 희화화하지도 않는다. 혼자살이는 이제 구경거리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가 됐다.

MBC ‘부러우면 지는거다’, ‘음악중심’, ‘능력자들’, ‘우리 결혼했어요’, ‘진짜 사나이2’ 등을 만든 허항 PD는 2016년 11월부터 황지영 PD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지난 2월부터 ‘나 혼자 산다’의 메인 연출자로 나선 허 PD는 적응할 겨를도 없이 8개월이 훌쩍 지났다고 했다. 새로운 자리에 앉자마자 각종 논란과 지적이 빗발친 까닭이다.


21일 인터뷰로 마주한 허항 PD는 “시청자들이 새로운 ‘나 혼자 산다’를 원한다는 걸 알고 있다”며 “어떻게 발전하고 나아갈지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허 PD는 “몇 년 전만 해도 결혼 가정이 기본값이고 독신 세대가 특별하다 여기는 시선이 많았다”며 “이제 혼자 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방송을 통해 노하우, 인간관계 등 팁을 얻는 등 포맷 자체가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메가폰을 넘겨받고는 기쁘기보다 부담감이 컸다고 했다. 허항 PD는 “'나 혼자 산다'는 화제성, 시청률이 높은 사랑받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연출 초창기에 현상 유지를 잘해나갈지,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며 “시청률도 중요하지만, 한편으로 더 새롭게 고쳐 나아가는 과정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허항 PD는 2013년 초기에 조연출로 프로그램의 시작을 함께했다. 그가 메인 연출을 맡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지개 회장 전현무에 러브콜을 보낸 것이었다고. “초창기 조연출을 맡을 당시, 전 회장의 존재는 상징적이었다. 개인적인 상황으로 인해 하차했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도 언젠가 돌아와야 할 사람이라고 늘 생각했다. PD를 맡고 가장 먼저 전현무에게 ‘다시 와 달라’고 연락했다. 복귀 문제는 한 번에 ‘OK’ 할 수는 없었으리라 본다. 복귀 후 많이 달라졌다. 120% 역할을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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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황 PD는 원칙적으로 ‘나 혼자 산다’는 고정 멤버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스튜디오에 나온 멤버가 고정 멤버이고, 안 나오면 고정이 아니라고 아시는 데 아니다. 가끔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분도 계시고 ‘어머나 반갑습니다’ 특집을 통해 오랜만에 오신 분도 계신다”며 “혼자 사는 분들에게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나 혼자 산다’는 여러 논란에 시달렸다. 출연자 검증 문제는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제기되고 있을 만큼 크고 작은 논란이 불거져 왔다. 이를 언급하자 허 PD는 섭외 과정을 찬찬히 전하며, 실수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섭외 과정이 길다. 소속사에 전화해서 정보를 1차로 얻고 MBC 방송국이나 외부에서 만나 진지한 인터뷰를 한 시간 가까이 진행하며 라이프 스타일을 파악한다. 이후 메인 PD가 집에서 2차 인터뷰를 나눈다. 촬영을 종일 하고 1주일 동안 편집한다. 몇 차례 거치는 필터링 과정에서 0.1%라도 문제가 될 가능성은 섬세하게 차단한다. 섭외 과정에서 문제가 예상되면 칼 같이 커트한다. 그런데도 외부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에는 저희 힘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이 생기더라. 가능한 범위 내 섬세한 필터링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물론 제작진이 사적인 부분까지 완전히 검증하기란 쉽지 않다. 문제는 대처다. 최근 ‘나 혼자 산다’는 논란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해 왔다. 일각에서는 소통 방식이 아쉽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허황 PD는 “결국 사람의 문제이기에 제작진이 빠르게 입장을 내놓기 어렵다. 내부적인 검토와 검증이 충분히 필요하고 당사자에게 물어보는 과정이 이뤄진다. 아무리 빨리 움직인다고 하더라도 결국 시간이 어느 정도 소요되더라. 아쉽다는 지적도 이해한다”며 “앞으로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허항 PD는 연출 인생에서 악마 편집, 조작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나 혼자 산다’는 예민한 프로그램이다. 시청자와 출연자의 상황이 맞닿아 있다 보니 연출이나 설정을 바로 느끼더라. 그러면 생명력에 생채기가 나버린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 시간이 정말 길다. 동선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카메라를 두고 계속 찍는다. 방송 시간은 1시간도 안 되지만 계속 찍는다. 현장 원칙은 출연자에게 개입하지 말자는 것이고, 이를 보수적으로 지켜왔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거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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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출연자로 배우 김경남을 꼽았다. 올림픽 경기 중계로 동 시간대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와 맞붙는 바람에 최저 시청률을 기록한 회차라고 설명했다. 시청률과 별개로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허항 PD는 “앞으로 꾸려가고자 하는 방향에 가장 가까운 방송이었다. 김경남이 혼잣말을 하지도 않았고 예능적 요소도 없었다. 오피스텔에 살면서 아침에 일어나서 대본을 읽고 커피 마시고 하루에 충실하다가 밤에 하루 일기를 쓰고. 평범하지만 열심히 사는 배우의 모습이 담겨 좋았다”고 말했다.


최근 허황 PD는 사회 초년 자취생들에게 집중하고 있다. 그는 “갓 독립한 사회 초년생들의 모습을 꾸준히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은지, 박재정 등 어설프지만 나름대로 꾸려가는 싱글라이프를 이야기하고 싶다. 첫 독립을 맞아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새싹, 젊은이들을 조명하고 싶다.”


홍보도 잊지 않았다. 허 PD는 ‘나 혼자 산다’ 무지개 회원들이 최근 2022년 달력 촬영을 진행했다고 귀띔했다. “회원들이 모여서 사진을 찍고 달력을 손으로 만드는 과정이 곧 방송될 예정”이라며 “웃음을 드릴 수 있는 회차가 될 거 같다. 기대해 달라.”


사진=MBC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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