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14일 기각되면서 부실수사 논란이 검찰 안팎으로 일고 있다. 특히 '정영학 녹취록'에만 의존해 온 데 비판 목소리가 높다. 신빙성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이 녹취록을 사건의 스모킹건으로 단정해 핵심 피의자 신병 확보에 실패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대장동 수사 파장]김만배 영장 기각… 유동규 구속이 독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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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와 같은 프레임… 패착이 되다 =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대장동 개발 특혜·로비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차장검사)이 핵심 피의자인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토대가 된 것은 정영학 녹취록이었다. 녹취록에는 김씨가 2015년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대장동 개발 이익의 25%(약 700억원)을 주기로 약속한 내용이 담겼다. 이른바 '700억 약정설'이다.

수사팀은 700억원을 뇌물로 판단했다. 아울러 정영학 회계사가 녹취 파일과 함께 제출한 자료, 관련자 진술 등을 바탕으로 김씨가 올해 1월 유 전 본부장에게 건넨 5억원을 뇌물이라고 구속영장에 적었다. 여기에 김씨가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곽상도 의원의 아들 병채씨에게 퇴직금 명목으로 지급한 50억원을 포함해 모두 755억원의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했다. 사실상 구속된 유 전 본부장과 같은 프레임을 적용한 것이다. 앞서 수사팀은 유 전 본부장에 대해서도 녹취록 내용을 근거로 5억원의 뇌물수수 혐의를 영장에 적시했다. 당시만 해도 결과가 좋았다. 영장이 발부됐다. 수사팀은 유 전 본부장의 영장에 배임 혐의를 함께 넣었는데, 이 역시 김씨에게 공모에 따른 배임 혐의를 적용하는 단초가 됐다.


그런데 이 같은 프레임은 결과적으로 독이 돼 돌아왔다. 전날 문성관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김씨에 대해 청구한 영장을 "구속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사실상 영장청구의 근거이자 핵심 물증인 녹취록의 신빙성에 대한 검증이 부족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수사팀은 녹취록 내용이 인위적으로 삭제·편집됐다고 주장하는 김씨를 상대로 단 한 차례만 소환조사하고 영장을 청구했다. 관련자들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다툼의 여지가 충분한 가운데 검증 절차를 건너뛰고 법원에 영장 발부 필요성을 어필한 셈이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15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15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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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수사… 가라앉은 부위기 = 검찰 안팎에선 김씨의 영장 기각 뒤 "수사팀이 유 전 본부장의 영장 발부 과정만 곱씹어봐도 됐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영장이 발부된 데 녹취록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유 전 본부장의 구속 필요성을 심리한 이동희 서울중앙지법 당직판사는 "증거를 인멸하고 도망할 우려가 있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영장 발부의 핵심 조건인 '범죄 혐의가 소명됐다'란 표현을 쓰지 않았다. 혐의와 무관하게 유 전 본부장이 압수수색 전 창밖으로 휴대전화를 던지고, 검찰 소환에 불응하는 등 증거인멸과 도주 가능성을 보인 데 주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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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팀은 전날 김씨에 대한 영장심사가 끝난 뒤로도 영장 발부를 자신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영장심사가 열리는 법정에도 캐리어나 보자기를 이용해 상당한 자료를 가지고 나오는 통상의 영장심사와 달리 서류철만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영장이 최종 기각되면서 수사팀 내부는 찬물을 끼얹은듯 분위기가 가라앉았다고 한다. 검찰은 심문 결과가 나오면 시간과 상관 없이 입장을 내지만 전날엔 "(시간이) 늦었다"며 보류했다. 수사팀은 이날 오전에서야 "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해 향후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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