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줄줄이 가계대출 제한
"실수요자 전세대출 규제 말아달라"…靑 청원 등장
전문가 "시민들에 대출 규제 준비할 수 있는 시간 줬어야"

서울 한 아파트 단지에 늘어선 부동산중개업소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서울 한 아파트 단지에 늘어선 부동산중개업소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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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대출 규제로 모두 사지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습니까?"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전세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실수요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대출을 제한한 탓에 분양받은 아파트 입주를 포기하거나 전세 계약을 파기하는 등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특히 집값, 전셋값 상승으로 주택담보대출 등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대출을 규제하자 실수요자들의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시민들은 이른바 '대출난민'이 됐다며 자조 섞인 한숨을 내쉬고 있다. 특히 주택 마련을 위해 대출에 의존하던 무주택자들은 내 집 마련을 위한 자금 마련 기회마저 빼앗겼다고 성토하고 있다. 전문가는 대출 규제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급진적으로 진행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전세대출을 중단하거나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H농협은행은 지난 8월부터 전세대출을 포함한 모든 가계 담보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했다. KB국민은행도 지난달 29일부터 전세자금 대출, 입주 잔금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한도 축소에 들어갔다. 하나은행 또한 오는 15일부터 임대차 계약 갱신 시 전세대출 한도를 줄일 예정이다.

시중은행들이 이 같은 조치를 하는 이유는 금융당국이 권고한 가계대출 총량 관리와 연관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4월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5∼6%대, 내년 4%대로 낮춘다는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의지를 내비치자 시중은행들은 증가율 목표치에 맞추기 위해 대출을 속속 중단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전세대출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와 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화면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전세대출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와 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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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대출을 규제하면서 내 집 마련을 꿈꾸거나 전세 계약을 계획했던 시민들의 불안감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전세대출 규제를 풀어달라'는 취지의 게시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 6일 올라온 '실수요자를 위한 대출을 규제하지 말아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에서 청원인은 "전세대출, 중도금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가뜩이나 올라버린 집값에 빌려야 하는 금액은 늘어났는데 갑자기 대출을 막아버리면 어떻게 하냐"고 토로했다.


이어 "이제 막 전세를 갱신하려는 분들, 오랜 기간 꿈꿔온 청약에 당첨돼 중도금을 내셔야 하는 분들, 큰맘 먹고 계약해 주택담보대출을 준비하려는 분들 모두 대출규제 하나로 사지에 내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저 성실하게 한푼 두푼 모아 전세 들어가고, 주택 사려는 게 저희 잘못인가"라며 "대출규제 좋다. 그런데 제발 실수요자를 구분하고 규제를 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세대출 규제 제발 생각해주세요', '2년 전 청약 당첨자입니다. 현재의 대출규제를 적용받는 것은 불합리합니다', '아파트 사전청약 11년 만에 입주하는데, 집단대출 막아놓으면 실수요자 죽어야 하나요?', '무주택 실수요자 중도금 대출 & 잔금 대출 규제 풀어주세요' 등 대출 규제 관련 청원이 올라와 있다.


시민들이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를 찾아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시민들이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창구를 찾아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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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정부가 잘못된 정책으로 집값과 전셋값을 올려놓고 이제는 대출을 막아 무주택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집값이 나날이 높아지면서 '부모찬스'나 대출 없이는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부지런히 월급만 모아서는 집을 못 산다"며 "그런데 이제 대출을 막으면서 결국에는 내 집 마련에 대한 조그마한 희망조차 없어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집값을 안정화 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무주택자들만 옥죄는 대책들만 생겨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더욱 힘들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문재인 정부 들어 4년 4개월간 두 배 오르는 등 내 집 마련의 꿈은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매매가격 시계열 통계를 보면 서울의 3.3㎡당 평균 아파트값은 지난달 4652만원이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2326만원에서 2배 뛴 것이다.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전세가격 또한 2017년 5월 1641만원에서 지난달 2477만원으로 올라 50.9% 상승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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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대출 규제를 급진적으로 진행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 부채가 늘어나다 보니 대출 규제가 불가피한 면이 있다"면서도 "문제는 실소유자가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대출 규제를 했다는 데 있다. 경제 주체들이 대비할 수 있는 틈을 주지 않고, 금융당국이 대출규제를 하는 건 횡포"라고 비판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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