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카드·조슈아 앵그리스트·휘도 임벤스
美교수 3인 공동수상

[세종=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급여를 많이 받을까. 베트남 전쟁 참전 용사들은 참전하지 않은 이들보다 높은 소득을 얻을 수 있었을까. 최저임금이 오르면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올해 노벨경제학상의 주인공이 된 미국의 데이비드 카드, 조슈아 D. 앵그리스트, 휘도 W. 임번스 교수는 우리 생활과 밀접한 경제관련 연구를 보다 정교하게 분석하는 체계를 마련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거의 모든 변수가 같은 대상을 비교 분석하되, 실험 변인을 미리 설정하지 않고 일상 현실을 직접 분석하는 연구 방법의 수준을 끌어올렸다. 이런 방식을 ‘자연 실험’이라고 하는데 온도, 습도, 주변 색상 등 변수를 통제하기 어려운 특징 때문에 ‘살아있는 생물’이란 비유를 듣는 경제 분석에 딱 맞는 기법이라는 평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예로 들면 실험실에서 임의로 디자인한 게 아니라 실제로 일어난 현실"이라며 "이런 생활 속의 현상이 구성원의 소득 등 삶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실험 방법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기 때문에 노벨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카드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UC버클리) 교수.(이미지 출처=AP연합뉴스)

데이비드 카드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UC버클리) 교수.(이미지 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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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단순히 경제학의 연구 수준만 높인 것은 아니다. 세 교수 모두 최저시급을 받고 살아가는 근로자, 생계를 위해 전쟁터로 향해야 했던 청년 등 ‘취약 계층’의 소득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온 인물이란 공통점이 있다. 단순히 경제학자들이 쓰기 편한 연구 기법을 마련한 수준을 넘어 취약 계층의 삶의 질을 집중적으로 파고든 이들의 연구 업적은 코로나19 팬데믹, 기후변화 등 사회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더욱 주목받게 마련이다. 이들이 노벨경제학상을 거머쥔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분석이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로나19 여파로 세계적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대기업-기타 기업, 정규직-비정규직, 원·하청 간 격차 심화) 현상이 점점 강화되고 있는 만큼 취약계층 지원과 보호 문제가 중요해지고 있어 이들의 연구 성과가 주목받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UC버클리)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카드 교수는 1994년 뉴저지와 필라델피아(펜실베이니아주)의 최저시급과 고용 간의 관계를 검증한 논문을 낸 것으로 유명하다. 뉴저지 프랜차이즈 음식점 근로자의 최저시급이 4.25달러에서 5.05달러로 올랐지만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제성장률 등 다른 경기 변수의 영향을 최대한 덜 받는 실험 대상지로 필라델피아를 택했다. 뉴저지가 최저시급을 올리는 동안 같은 최저시급을 유지하는 주(州)를 찾아야 비교가 되기 때문이다. 펜실베이니아주가 가장 가깝기 때문에 그 주의 필라델피아를 택했고, 비교 결과 뉴저지의 고용 감소가 특별히 두드러지지 않았다는 내용의 논문을 냈다. 이런 결과는 당시 미국에서 최저임금 효과에 관한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고, 지금까지도 우리나라에서 비슷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조슈아 D. 앵그리스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이미지 출처=EPA연합뉴스)

조슈아 D. 앵그리스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이미지 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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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앵그리스트와 스탠퍼드대의 임번스 교수는 취약 계층의 교육 수준, 참전 등 인생 경로와 소득 간의 상관관계를 주로 연구했다. 앵그리스트의 경우 베트남전 참전 용사와 참전하지 않은 미국 시민 간 평생 소득을 구체적인 인과관계를 통해 밝혀낸 사례가 있다. 그 결과 참전 용사의 생애주기별 급여가 참전하지 않은 이보다 많지 않았다는 게 드러났다. 만 16세가 돼야 중퇴할 수 있는 미국의 교육 제도를 활용해 사실상 강제로 1년 더 교육받은 학생들의 급여를 조사해 1년 추가 교육의 효과를 검증해냈다. 1990년 쿠바 이민자의 유입이 마이애미의 임금을 낮추는 데 영향을 미쳤는지를 파고들어 큰 임금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휘도 W. 임번스 스탠퍼드대 교수.(이미지 출처=EPA연합뉴스)

휘도 W. 임번스 스탠퍼드대 교수.(이미지 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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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들이 경기 변동, 투자심리, 정책, 자연재해 등 리스크로 가득 찬 ‘요즘 경제’를 정교한 인과관계 분석을 통해 검증해낸 것은 맞다. 하지만 연구 성과를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게 받아들이는 작업은 꼭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특히 카드 교수의 최저임금 실험은 한국과 미국의 다른 점을 반드시 염두에 두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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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최저임금 지방 차등 적용이 안 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연방 정부와 주 정부 간 급여 체계가 다르고 ▲카드 교수의 연구 대상이었던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1992년과 달리 자동화를 통해 키오스크로 인력을 대체할 수 있어 ‘최저임금을 줄여도 고용이 유지된다’는 명제가 더 이상 성립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또 한국은 ‘완전경쟁’에 노출된 자영업자 비중이 너무 커서 ‘수요독점 이론’이 작용하는 프랜차이즈 업체에 대한 ‘노동 실험’을 그대로 적용해선 곤란하다는 지적 등이 나온다.

최영기 전 노동연구원장은 "수요독점 이론이 적용되는 고급 프랜차이즈 업체 등은 단골이 많아 지역 내 수요가 거의 정해져 있다"며 "이런 사례를 가지고 최저임금을 올려도 고용감소 효과가 크지 않으니 괜찮다고 주장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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