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프런티어]육아 공백에 무너지지 않으려 '자란다' 만든 장서정 대표
2021 아시아여성리더스포럼 10기 멘토
교육·돌봄 시터 매칭 '자란다' 만든 장서정 대표
"아이도 여성도 희생하지 않는 문화 만들고 싶다"
"얘들아 엄마가 너네 엄마로만 살기엔 너무 아까워. 엄마로는 이만큼만 하고 나머지는 다른 걸 할게."
장서정 자란다 대표가 혼자 창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로에 섰을 때 아이들에게 했던 말이다. 장 대표는 자신의 커리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자신뿐 아니라 다른 엄마들도 같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만든 것이 자란다였다. 장 대표는 "‘대표가 야근하면서 애랑은 언제 시간을 보내냐’는 이야기를 아직도 듣는다. 애를 내버려두고 일만 좋아하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비치는 것이 아직도 불편하다"며 "내 일을 잘하면서도 아이를 잘 키우고 싶어서 자란다를 만들었다"고 했다.
장 대표는 모토로라에서 사용자경험(UX)·사용자환경(UI) 디자인 업무로 10년, 제일기획에서 디지털사업전략 담당으로 2년간 근무했고 2016년 6월에 1인 창업으로 자란다를 시작했다. 자란다는 부모와 자녀 돌봄·교육을 도와줄 시터를 매칭해 주는 플랫폼으로 10만명의 선생님들이 등록돼 있다. 장 대표의 아이들도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성장했고, 그 아이디어가 자란다의 토대가 됐다.
장 대표는 아이들에게도 엄마와 아빠의 차이보다는 동등한 두 명의 어른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엄마가 일할 때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알려주면서 엄마가 아빠보다 더 바쁠 때도 있다는 것, 다른 엄마와 비교하지 말라고 이야기해 줬다"며 "‘바쁜 엄마’라는 표현보다는 ‘바쁜 어른’이라는 표현이 맞다"고 말했다.
창업에 뛰어든 지 5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네트워킹이나 고민을 털어놓을 여성 창업가는 많지 않다. 여성향 서비스들의 창업자도 남자인 경우가 많다. 장 대표는 "IT분야에서 여성 개발자 찾기가 굉장히 어렵다. 채용할 때도 교육이나 마케팅 분야에서는 인력 풀이 많은데 개발 쪽은 거의 없다"며 "여성들이 데스밸리라고 불리는 30대 중반 혹은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커리어를 전환하게 되는데, 그때 자란다같은 서비스로 여성이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었으면 한다. 그래야 인프라가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아이를 낳는 것이 당연했고 육아의 어려움을 밖으로 드러내기도 어려운 분위기였다. 일을 하면서 아이를 기르는 요즘 세대 부모들의 고충은 더 이상 당연한 일이 아니다. 장 대표는 이에 대해 "아이를 대하는 자세가 바뀌었다. 요즘은 아이를 독립적인 존재로 바라보면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아주려는 욕구가 커졌다"며 "여자들도 결혼하고 일을 그만둔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걸 감내하면서까지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그만큼 잘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출산율이 낮아지더라도 자란다같은 서비스가 성장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 대표는 "모든 걸 감내하고 낳은 아이를 위한 제품이나 서비스, 공간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내가 일할 때도 아이가 그 시간을 재밌게 보내고 있다면 서로 행복해질 수 있다. 아이와 어른이 공존하고 둘의 삶이 나란히 가는, 어느 한 쪽도 희생하지 않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워킹맘들은 아이가 아플 때,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등 숱한 고비들을 넘겨야 한다. 장 대표도 1년6개월이라는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보냈다. 장 대표는 "첫째가 초등학교 1학년일 때 퇴사하고 1년6개월을 쉬면서, 내가 원하는 것은 아이 옆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며 "자란다라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내가 일을 하기 위해서도 중요했다. 육아 공백이 생길 때마다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회고했다.
장 대표는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에 갈증을 느낀다면 그런 시간을 보내는 것을 권한다. 대신 얼마든지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이야기해 주고 싶다"며 "쉴 수 있다는 것도 결국 자신감이다.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여성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도 ‘쉬어도 괜찮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길게 일할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회사 동료들 중에서도 건강, 육아, 결혼 등으로 고민하는 분들을 많이 봤다"며 "쉬게 되더라도 본인이 원하는 게 뭔지, 본인을 중심으로 고민해서 커리어를 이어가라고 조언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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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대표는 쉬는 동안 유준이, 유찬이의 엄마로 지내면서 동네 엄마들과 ‘이름 불러주기’라는 캠페인을 펼친 에피소드도 들려줬다. 그는 "누구 엄마로만 불리는 게 아쉬워서 아이 친구 엄마들의 이름을 불러주면서 이전 직장들을 오픈했는데 다들 꿈, 경력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는 참 뭉클했다"며 "단체대화방에서 재능과 경력을 오픈하면서 이름을 불러주면서 시작한 모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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