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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굽는 타자기] 부동산 투기는 왜 아내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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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굽는 타자기] 부동산 투기는 왜 아내 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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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이라는 단어는 여성이 청소·요리·빨래 같은 가사노동은 물론 육아 등 집안에서 일어나는 일의 책임자라는 점을 보여준다. 내집 마련, 부동산 투자 또한 다르지 않다.


‘젠더’ 이슈가 한국사회의 주요 화두로 굳건히 자리잡은 가운데 또다른 뜨거운 감자 ‘부동산’이 젠더와 만났다. <부동산은 어떻게 여성의 일이 되었나>는 젠더와 부동산, 흥미로우면서도 물음표가 따라붙는 이 조합을 여성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풀어낸다.

가족은 국가의 기초적인 재생산 조직이다. 국가는 청약·대출 등 각종 주택제도를 통해 정상 가족을 주택으로 유인해왔다. 로또가 된 아파트 청약시장에서 당첨을 가르는 기본요소는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 가입기간, 그리고 부양 가족수다. 특히 정부가 최근 공급을 대폭 확대한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경우는 자녀의 수가 당락을 결정짓는다.


가족의 대소사를 책임지는 사람은 여성이다. 내집 마련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양육과 가사에 대해 남편보다는 자신의 책임이 더 크다고 믿는 여성들은 내집 마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엄마인 여성들에게 주거 환경은 생존의 조건이자 자녀의 미래를 좌우할 정도의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내집 마련에 대한 욕망은 자식에 대한 극진한 사랑에서 비롯된다. ‘학(學)세권’은 부동산 시장의 핵심 변수다. 여성은 내 가족을 보호하는 안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소명 의식을 갖게 된다.


수도권 상위 20% 주택가격이 처음으로 평균 15억원을 넘어섰다. 2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8월 수도권 상위 20% 주택가격은 평균 15억893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KB가 수도권 통계를 공개하기 시작한 2013년 4월 이후 최고치이다. 사진은 2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수도권 상위 20% 주택가격이 처음으로 평균 15억원을 넘어섰다. 2일 KB국민은행 리브부동산의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8월 수도권 상위 20% 주택가격은 평균 15억893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KB가 수도권 통계를 공개하기 시작한 2013년 4월 이후 최고치이다. 사진은 2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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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집사람’들은 자가 소유를 자신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여기고 주택 열망을 발전시켜 나갔다. 7080 강남개발은 집사람들의 양적 팽창기였다. 복덕방, 복부인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그러자 사회는 이들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1980년대 신문은 복부인을 사회를 어지럽히는 주범으로 꼽았다. 1980년 개봉한 임권택 감독의 영화 ‘복부인’은 그 전형적인 서사를 보여준다. 알뜰주부 한여사는 아파트 청약으로 큰돈을 벌게 됐다. 남편을 우습게 보기 시작하고, 다른 복부인들과 어울려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다 끝내 토지 사기를 당해 쇠고랑을 차게 된다는 이야기다.

부동산 투기를 문제 삼으려면, 복부인의 ‘부도덕’을 지적하기 전에 해야 할 질문이 있다. 복부인 혼자서 투기판을 만들고 혼자 뛰어놀았나? 한국사회의 부동산 투기는 도시화와 함께 보편화됐다. 군사정권과 시정 관료, 중개업자, 개발사업자 등 모두의 합작품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공적으로 취약한 위치의 여성, 중산층 주부를 향해 손가락질했다.


모순과 위선은 지금도 여전하다. "집사람이 했어요, 저는 몰랐습니다. 직장 생활만 열심히 하느라 집안 경제를 제대로 못 챙겼네요. 그러다보니 아내가 악착같이 재테크를 하다가 그만…. 어찌됐든 집사람이 한 일이니 제가 죄송합니다." 고위 공직자들의 부동산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언론에서 이와 비슷한 얘기를 자주 듣게 된다. 남성은 공적 노동과 투명한 소득으로 가정경제를 이끌어야 한다는 가부장적 가족주의와 성역할 관념은 그렇게 ‘투기의 여성화’를 만들어냈다.


(부동산은 어떻게 여성의 일이 되었나 / 최시현 / 창비 / 2만원)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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