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 이전계획 서둘러달라" 압박도…공급대책 속도내는 정부
농식품부 차관, 마사회장 면담
"국민과 약속" 신속 이전 촉구
9800가구 공급 걸린 핵심 부지
노조 반대·대체부지 논의는 과제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과천경마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마사회 수장을 직접 불렀다. 대책 발표 후 4개월이 지나도록 이전 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정부가 산하기관장을 불러 빠른 시일 내 부지 이전 계획을 수립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과천 경마장 부지는 지난 1월 국토교통부가 내놓은 도심 주택공급대책의 핵심 지역으로 1만가구 가까운 물량이 책정돼 있다.
정부가 주택 신규 공급 속도전에 돌입하면서 유관 부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열린 부동산관계장관회의에서 태릉CC 개발 착공을 2029년으로 1년 앞당기겠다고 밝히면서 "모든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관리해 나갈 것"이라며 관계 부처들을 압박했다.
1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은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우희종 한국마사회장과 면담을 갖고 과천경마장 이전 문제를 논의했다. 우 회장이 올 초 취임한 뒤 농식품부 차관과 대면은 이번이 처음으로, 경마장 부지 이전 문제를 서둘러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된 것이다. 이 자리에서 김 차관은 과천경마장 이전을 통해 해당 부지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 방침을 재확인하고 마사회 측에 신속한 이전 계획 수립을 촉구했다.
김 차관은 "과천경마장 이전은 정부가 1·29 대책을 통해 발표했고, 이후 주택공급 관련 관계장관회의에서도 계속 챙기고 있는 사안"이라며 "국민들에게 약속한 문제인 만큼 신속하게 이전 계획을 수립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또 마사회, 경기도와 함께 지난 13일 과천경마장 이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첫 국장급 정부지원협의체 회의를 열기도 했다. 그간 과장급 협의체였는데 논의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자 격상한 것이다. 또한 기존에 세운 2030년 착공 목표를 2029년으로 앞당기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마사회장을 불러 주택공급에 협조를 당부한 건 지난 1월 발표한 공급 대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국토부는 도심권에 6만호 공급을 발표했는데, 강남과 가까운 이 부지에 공급되는 규모가 9800가구로 가장 많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중 이전계획을 확정하기로 했으나 마사회 노조가 반발하고 사측도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대책 발표 후 석달가량 지난 지금까지 대체부지를 포함한 이전계획 밑그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핵심 사업으로 꼽히는 용산국제업무지구 내 주택 공급규모를 당초 6000가구에서 1만가구로 확대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선 서울시와 기반시설 등을 둘러싸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내달 초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 계획대로 추진하기가 불투명하다. 6800가구 규모로 주택공급을 계획한 태릉CC 개발사업의 경우 교통체증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주변지역 광역교통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할 연구용역을 지난달 발주했다. 당초 올해 예산에 없던 걸 추경에서 급히 반영해 성사됐다.
정부가 이날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계기로 대규모 주택공급 착공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지지부진한 추진 상황과 무관치 않다. 특히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부활로 그동안 일시적으로 늘었던 주택 매물마저 사라지면서 신규 공급은 더욱 중요해졌다. 구 부총리는 "사업의 차질없는 진행을 위해 부지별 공급책임관을 지정해 밀착 관리하도록 하겠다"며 속도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정부는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단기적으로 비(非)아파트 입주 물량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상반기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함께 업무, 숙박시설 등 비주택 2000가구를 매입해 주택으로 개조하는 '비주택 리모델링' 제도도 시행에 나섰다. 또 공장 용도의 지식산업센터도 리모델링 대상에 포함하고자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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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서는 그러나 이전 대체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정부가 무리하게 공급 계획을 밀어붙인 것이 사업 지연을 초래한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고 이전 계획을 추진할 경우에는 현재와 같은 마찰음이 일 수밖에 없다"며 "정부 주도 공급대책은 결국 지자체와 부지 이전 기관, 중앙정부 3개 주체의 의견이 일치돼야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고 밝혔다.
세종=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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