땜질식 응급처방에 곪아 터지는 가계부채 [데스크칼럼]
지난 1년간 가계부채 168조원 폭증…1800조 넘어 GDP 육박
한국 경제 부실 뇌관 경고등 켜졌지만 매 정권마다 재탕 대책에 악순환 반복
응급 처방보다는 체질 개선 필요
하나은행이 개인 신용대출 한도를 '개인 연 소득 범위 이내'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영업부 모습./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이초희 금융부장]‘1805조원’ 2분기 기준 국내 가계부채 규모다. 이는 우리 경제 전체 규모를 나타내는 실질 국내총생산(GDP)의 지난해 1836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특히 지난 1년 간 불어난 부채 규모만 168조원에 달한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3년도 이래 가장 많은 수치로 가계 빚이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전례없는 증가 속도에 가계부채가 자산 시장은 물론 금융 부실의 트리거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신임 금융당국 수장으로 임명된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최우선 과제로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미 금융당국은 지난해말부터 금융권의 대출을 조여왔다.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열풍에 매달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는 가계부채의 위험성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대출 총량이 제한되면서 한도를 줄이고 금리는 올라갔다. 하지만 증가 폭은 멈추지 않았다. 이에 당국의 압박은 더욱 거세졌다. 하루 아침에 은행은 물론 보험사, 저축은행까지 신용대출 취급을 중단하는 곳이 속출했다.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책이 맞물리며 대출 금리까지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 전방위로 휘두르는 칼에 지난 7월 신용대출 증가폭은 줄었지만 주택담보대출은 월간 기준으로 또 다시 새로운 기록을 남겼다. 실수요자들에게 공포심과 피해만 불러왔고 제대로 먹히지 않은 것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10년 전인 2011년, 가계부채가 800조원에 육박할 당시 이명박 정부는 6.29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핵심은 은행 대출 틀어막기였다. 하지만 그 이듬해까지 가계 부채는 빠르게 증가해 1000조원을 넘어버렸다. 2017년에 당국이 내놓은 가계부채대책도 비슷하다. 요지는 ‘소득을 늘려 빚을 갚게 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틀어막기 만한 ‘규제의 종합사전’ 같은 정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겠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쏟아졌다. 결과는 ‘혹시나가 역시나’ 였다. 단순히 수치 그래프를 끌어 내리기 위한 총량규제식의 정책, 단순히 수치상으로만 줄이겠다는 공무원식 사고방식은 적절한 해법이 될 수 없다는 게 증명된 것이다.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방향성의 재정립이 필요한 이유다.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높이고 소득대비 부채비율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책이 크레바스(crevasse)에 빠지지 않도록 안전망을 갖춰야 한다.
과거의 경험에서 미래의 일을 예측하는 것은 어느 정도 가능하다. 가계 빚은 우리 경제의 시한폭탄이다. 모래성은 높이 쌓을수록 무너질 때 충격이 크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경제 주체들에 대한 개혁을 미루거나 늦추다 한국 경제를 위기에 빠트렸듯이, 가계 부채 폭탄이 터지면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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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서민 가계가 무너지고 경제의 성장 동력이 약화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가계부채의 뇌관을 제거할 묘책을 찾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지만 무작정 대출을 옥죄는 것으로는 해결이 안된다는 것은 그간의 대책만 봐도 알 수 있다. 가계 빚은 당뇨병, 심장질환과 비슷하다. 땜질식 대책으로는 서민들과 실수요자만 피해를 보는 악순환만 반복될 것이란 얘기다. 응급처방보다 체질 개선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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