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적 쟁의 관련 제도개선 필요
현행법상 노사문제 3자개입 불가
勞 사측 협박 땐 마땅한 규율 없어

전문가 "누구도 개입 못하는 건
제한적이고 한정적인 해석
예외적일 땐 정부가 적극 나서야"

지난 1일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에 마련된 40대 택배대리점주 A씨의 분향소에 영정이 놓여 있는 모습. A씨는 노조를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지난달 3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지난 1일 경기도 김포시 한 택배업체 터미널에 마련된 40대 택배대리점주 A씨의 분향소에 영정이 놓여 있는 모습. A씨는 노조를 원망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지난달 30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이미지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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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문채석 기자] 노사 갈등 실마리 찾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노사 협상이 성격상 쉽게 풀리긴 어려운데다 최근 들어 택배노조와 대리점주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노사 한쪽의 일방적인 압박으로 인한 갈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노조 쟁의에서는 당사자간 해결이 최우선이지만 한쪽의 압박에 따른 비정상적인 갈등에 대해선 중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는다.


현행법상 노사 문제에 제3자가 개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노동쟁의 관련 내용이 담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엔 쟁의 여부에 대한 규정만 있을 뿐, 중재를 통한 해결책은 없다. 노동관계 당사자 외 특정 주체가 정치적 목적을 갖고 쟁의행위에 개입하지 못하게 막아야 할 뿐 아니라 자칫 정부가 개입할 경우 정부의 판단이 각계각층의 노사 쟁의행위에서 자의적으로 악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제3자의 개입은 사실상 금지되고 있다. 다만 쟁의행위가 발생해 갈등이 커질 경우 중앙 및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요청하면 중재가 가능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정상적인 쟁의에 대해서는 중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최근 택배노조의 조롱에 대리점주가 목숨을 끊으면서 중재 목소리는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3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건의 경우) 택배노조를 규율할 만한 노조법 조항이 없어서 새로운 법을 만들어 적용할 것인지 여부가 논란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라며 "노조가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합법적으로 (사측에) 교섭을 요구하고 쟁의행위를 하는 건 누구도 개입해선 안 되는 헌법상 기본권이지만, 그 범위를 넘어선 일탈 행위는 정부가 엄정히 법 집행을 하지 않으면 반복적으로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노동조합법 2조를 주목한다. 조항은 노동쟁의 활동 권한이 '노조와 사용자 또는 사용자 단체'에 있다는 내용과 함께 당사자끼리 의견 불일치로 교섭을 통한 합의의 여지가 없는 경우 쟁의행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비정상적 쟁의행위' 발생 시 예외 조항 등은 찾아볼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노무전문가는 "노조법 2조상 당사자인 사용자·근로자·노조원이 아니라고 노사 관계에 그 누구도 개입할 수 없다고 보는 건 너무 제한적이고 한정적인 해석"이라며 "사회적으로 시급한 경우 예외적으로 정부가 중재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조가 괴롭혀도, 쟁의행위 걸어도…노조법에 막힌 중재 원본보기 아이콘


정부는 미온적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개별 노사 간의 갈등에 대해 우선 현장 지도와 교섭 주선 등을 지도하고, 노조법 위반 사건은 법 위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 그에 따른 조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부의 설명대로 노조법 위반 사항을 적발한 뒤 규율을 하면 되지만, 이모씨 사건처럼 노조가 사측을 협박하는 케이스의 경우 노조법상 이를 규율할 마땅한 조항은 없다. 현실적으로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합법적 수단인 노동위원회 중재까지 가려면 '노사 조합원 찬반 투표→과반의 쟁의 행위(파업) 찬성→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신청' 이란 과정이 전제돼야 한다. 노조법 45조에 따르면 '선(先) 조정-후(後) 쟁의'를 뜻하는 '조정 전치주의'를 채택해야 한다. 달리 말하면 가해자인 노조가 쟁의 행위를 할지 말지 내부에서 결정을 하지 않는 이상 정부가 합법적으로 끼어들 여지가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세계 어느 나라도 개입 금지 규정을 두지 않고 있다는 점, 오히려 한국은 1980년 전두환 정부 재임기에 세계에서 유일하게 개입 금지 규정을 뒀다가 2006년에 완전히 조항을 폐지한 전례가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할 때 '비정상적 쟁의행위'에 대한 정부의 적절한 조치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최근엔 판례와 법 개정 흐름상 노동계의 권한이 급속도로 강화되고 있어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는 사건에 한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쟁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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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노사갈등이 커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법개정 논의는 불가피해 보인다. 고용부에 따르면 연도별 노사분규 건수는 2017년 101건, 2018년 134건, 2019년 141건, 지난해 105건으로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는 양상이다. 쟁의행위 때문에 제대로 된 근로를 할 수 없었던 시간을 의미하는 '근로손실일수'의 경우 2017년 86만일에서 2018년 55만일, 2019년 40만일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55만일로 다시 늘고 있다.


세종=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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