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이야기] 세법상 거주자의 책무(責務)
AD
원본보기 아이콘

세계인의 축제, '2020 도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스포츠 스타들이 집결해 출전국의 대표로서 스포츠의 꿈과 열정을 불살랐다. 우리나라에서도 배구, 골프 등 종목에서 김연경, 박인비 등 다수 해외파들이 대표 선수로 활약했다. 올림픽에는 출전하지 않았지만, 손흥민·류현진 등 태극전사들이 세계 각지에서 우리나라의 글로벌 위상증진에 기여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전 세계를 무대로 한 인적 이동과 국위 선양은 비단 스포츠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국민도 국외 유학, 외국기업 취업, 해외사업 등의 이유로 장기간 역외 체류하는 일들이 빈번하고 이역만리(異域萬里) 각자의 영역에서 한국인으로서 상당한 부와 명성을 축적한 인사들도 늘고 있다. 이처럼 한국과 꾸준한 인연을 유지하고 있는 경제인들이 맞닥뜨리는 중요한 이슈 중 하나가 어느 국가에서 세금을 낼 것인지의 문제다. 스포츠 스타나 한상(韓商)들이 해외에서 활동하면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그 국가에 세금을 신고·납부했는데 추후 국내 거주자라는 이유로 재차 과세하는 난감한 경우들이 발생하기도 한다.

바로 이러한 세금납부의 기준이 되는 것이 국내 거주자(resident) 해당 여부다. 우리 세법에서는 국적자보다 거주자의 개념이 더 중요한데, 거주자는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의 거소’를 가진 개인을 의미한다. 하지만 관광이나 질병 치료 등 일시적인 목적으로 출국한 기간은 국내 체류 기간으로 의제되고, 계속해 183일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을 통상 요구하는 직업을 가진 경우나 국내에 생계를 같이하는 가족이 있고 그 직업 및 자산 상태에 비춰 계속해 183일 이상 국내에 거주할 것으로 인정될 때에는 국내에 ‘주소’를 가진 것으로 간주한다. 이처럼 국내 거주자의 판단은 체재 일수, 가족관계 등인 적 관계(personal-ties), 직업 관계, 소득 관계, 자산관계등경제적관계(economic-ties) 및 세무신고 명세, 재외국민 등록 여부 등 법률관계(legal-ties)라는 다양한 기준을 통해 이뤄진다. 최근에는 형식적 체류 기간보다는 주요 재산의 소재지, 부양가족의 거주지, 수익 창출의 근거지 등 실질적 요소들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위 사정들을 종합해 국내 체류 기간이 4년간 76일~164일에 불과했지만 우리나라 거주자로 인정한 대법원 판례도 있다.


외국인이더라도 6개월의 거주 조건을 충족해 우리나라 거주자로 인정되면, 우리나라에서 번 돈은 물론이고 국외원천소득에 대해서도 국내 소득세 신고·납부 의무가 생긴다. 또한, 비거주자로부터 국외 재산을 증여받더라도 우리나라에 증여세를 내야하고 거주자가 사망하면 국내 재산 뿐만 아니라 평생에 걸쳐 모은 해외재산에 대해서도 상속세 납세의무를 지게 된다. 해외에서도 세금을 납부했다면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이중과세 방지를 위한 외국 납부 세액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으나 그 효과는 제한적이다. 뿐만 아니라, 거주자는 주식 등 금융재산이나 부동산 등 해외 투자에 있어서 취득·보유 및 처분의 단계별로 외국환거래법이나 세법상 각종 신고 및 보고 의무를 부담한다. 자신이 거주자에 해당한다거나 그러한 해외자산 신고 의무 등을 모른 채 신고를 누락했다가 소급해 5년 치의 막대한 과태료 처분이나 형사처벌이라는 불의타를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편 지금까지는 건별 취득·처분가액이 2억 원 이상인 해외 부동산에 대해서만 신고 의무가 부과됐으나, 내년부터는 거주자의 ‘모든 해외부동산 현황’이 신고 대상이되 한층 규제가 엄격해질 전망이다.

거주자 입법은 국내에서 장기간 체류하는 외국인들을 염두에 둔 것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한 상과 해외파 스포츠 스타가 주로 타깃이 돼 왔다. 최근에서 언론에 수차 보도됐던 수천억 원대 과세 규모의 완구왕, 선박왕, 구리왕 사건이 대표적이다. 나중에는 축구왕이나 골프왕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는 현행소득세법상의 거주자 판단기준이 민법상 주소와 거소 개념을 차용해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용어로 돼 있는 점에 기인한다. 반면 해외 선진국의 세법상 거주자 판단기준은 보다 간명하다. 미국의 경우 시민권자는 전 세계 소득을 과세하고 외국인은 거주자만 국내 원천소득을 과세하는데, 거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영주권 소지자이거나 해당연도에 31일 이상 및 3년간 183일 이상 체류해야 한다. 183일 해당 여부는 전년도 체류 일수는 3분의 1, 전전연도는 6분의 1의 가중치가 적용돼 계산된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누구나 자신이 미국 세법상 거주자가 되는지 여부를 손쉽게 예측할 수 있다. 영국의 경우 2013년부터 자동 비거주자 판정 테스트(automatic overseas test) 및 자동거주자판정 테스트(automatic UK test)를 둬 거주자 여부를 기계적으로 판단하고, 양 테스트를 모두 통과하지 못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관련성 테스트(sufficient ties test)를 적용한다. 이때에도 영국에서의 거주 일수를 90일 이하, 90일 초과 120일 이하, 120일 초과 등의 3급 간으로 나눈 후, 가족 기준, 거소 기준, 근로 기준 및 90일 기준이라는 4개의 관련성 지표를 적용해 영국 거주자판정에 대한 일의적 결론을 도출한다.


인적자원의 국경을 초월한 이동이 자유로운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거주자 개념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는 것은, 해외에서 국위를 드높이는 우리나라 국민은 물론 우리나라에 취업하고자 하는 해외 인재 및 국내 사업을 하려는 외국인들 모두에게 불필요한 조세순응 비용을 감소시키는 양수겸장의 지혜가 된다. 이제는 민법과는 결별해 거주자 개념의 본지에 맞게 세법상 주소와 거소의 판정 기준을 구체화하고, 미국 및 영국의 입법례를 모델로 삼아 개별요소들을 수치화·계량화해 납세자의 거주자 판단에 어려움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 또한 국내와 해외 모두에서 활동하고 있거나 해외 생활을 마치고 국내로 복귀한 경제인들이 자발적으로 해외금융계좌나 부동산 신고를 할 수 있도록 관련 기관에서 적극적으로 안내해주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거주자판정을 사전결정 제도의 대상으로 삼거나 납세자의 신청에 따른 사전확인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설계하자는 제언도 경청할 가치가 있다. 소득세, 상속세 및 증여세, 해외금융계좌 및 부동산 신고, 외국환거래 신고 등에서의 각 규제의 목적 또는 법률의 취지에 따라 개별법령별로 ‘거주자의 범위’를 달리 정하거나 ‘세이프 하버(safe harbor)’를 둔다면 구체적 타당성의 제고도 함께 도모할 수 있다. 예측할 수 없는 거주자 제도가 해외에서 수구초심(首丘初心)의 심정으로 모국(母國)과의 인연의 끈을 놓지 않는 애국 동포들의 경제활동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하는 운용의 묘가 절실한 시점이다.

AD

백제흠 김앤장 변호사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