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중고차 판매채널 미분리
거래활성화·질적 발전
韓 산업 경쟁력만 도태

[아시아경제 이기민 기자] 국내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매매업 진입 규제는 해외에서는 사례를 찾기 힘든, 우리나라만의 특수 상황이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경쟁국은 중고차 거래가 활성화하면서 시장이 성장하는 사이 한국은 중고차 산업 경쟁력이 뒤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중고차 거래가 4081만대로 신차(1706만대)의 2.4배에 달했다. 독일의 중고차 시장 규모도 719만대로 신차(360만대)의 2배 수준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중고차 판매(224만대)가 신차(178만대)의 1.2배 수준에 그쳤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완성차 생산국은 신차와 중고차 판매 채널 분리를 규정하지 않는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자국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 신차와 인증 중고차를 동일한 판매 채널을 통해 거래하고 있다. 중고차 사업자만 독점적으로 중고차 소매사업을 운영하도록 규정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이는 우리나라 중고차 산업의 외연 확장을 방해하는 요소로 손꼽힌다. 자동차는 운전자의 안전과 편의성이 중요한 만큼, 미국은 이를 책임질 수 있는 대자본이 중고차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유럽도 경쟁법 적용 예외 규칙(BER)을 적용해 완성차 업체 등 대기업의 중고차 매매사업 진출을 오히려 장려하고 있다.


또한 주요국의 경우 완성차 업체는 물론 딜러가 자체적으로 AS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고객의 중고차 신뢰도가 높은 편이다. 미국의 중고차 판매상은 연식과 주행거리, 품질, 재상품화 수준, 서비스 등에 따라 각기 다른 상품을 취급하는 등 역할을 분담하고 소비자들이 자신의 구매력과 취향에 맞는 판매 채널을 선택해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독일의 경우 TUV 슈드, DEKRA(데크라) 등 차량 평가 및 검사·인증기관과 잔존가치 평가 업체를 통해 차량을 정밀 평가한다. 뿐만 아니라 업체들이 디지털 트윈기술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디지털 차량 점검, 중고차 재고 관리 등 IT 솔루션, 구독형 서비스를 적용하면서 중고차 산업의 외연이 확대되고 있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처럼 중고차 시장의 질적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완성차 업체 등의 시장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면서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촉진시키고 중고차를 기반으로 한 신산업도 활성화시키는 등 중고차 시장의 발전과 외연 확대를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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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의 중고차 매매업 진출 노하우 축적에 따른 해외 수출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시장을 전면 개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완성차 업체들이 중고차를 매입해 수리·인증까지 할 수 있게 되면 국산 중고차에 대한 이미지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개선될 것"이라며 "국산 인증 중고차의 해외 판매량이 늘어날 수 있는 요인이자 신차 경쟁력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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