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가져와" 광주 상인들, 시청 앞에서 '통곡'
광주자영업비상대책위 "방역대책 실효성 없다" 이용섭 시장 면담 요구
청사 무력 진입 시도…경찰·시 간부급 공무원 중재 나서 누그러지기도
[아시아경제 호남취재본부 박진형 기자] "죽기 일보 직전이요. 휘발유 가져와 소주 두 병하고."
26일 오후 광주광역시청 출입문 앞에 일대 소란이 벌어졌다. 지역 자영업자들이 몰려와 "이용섭 시장 내려와"라고 외쳤다.
이들은 상무지구·용봉지구에서 자영업자로 구성된 '광주자영업비상대책위원회' 회원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내달 5일까지 연장되면서 광주시청 앞으로 모여 이용섭 광주시장을 만나게 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이다.
'코로나보다 폐업으로 죽겠다', '손실보상 소급적용' 등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제발 살려달라"고 토로했다.
노래방을 운영하고 있는 한 자영업자는 "대출도 다 막혔고 더 이상 대한민국에서 못 살겠다" 고 고함을 질렀다.
이들이 요구한 건 이용섭 광주시장과 면담이다. 그동안 수차례 집회를 열고 '직접 대화하자'는 뜻을 전달했지만 매번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이날도 같은 상황으로 흘러가자, 결국 참아 왔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감정이 격해진 이들은 건장한 체격의 남성 여럿이 선두에 서서 출입문을 막아선 청원경찰을 밀어붙이며 틈을 만들기 시작했다.
"경찰 한 명씩 잡아서 뒤로 빼" 자영업자와 경찰 간의 '힘싸움'이 점차 격렬해졌고, 주변에서 심한 욕설도 심심치 않게 들리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49명 대 17명. 수세가 열악한 경찰들이 서서히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오후 3시 40분쯤, 다른 사람들의 어깨를 발판 삼아 시위자 한 명이 안으로 돌진했다. 곧이어 닫혀있던 출입문이 안쪽에서 열렸고 자영업자들이 우르르 들어섰다.
이어서 2중문 구조인 출입문 안쪽에서 다시 한번 대치전이 펼쳐졌다. "뚫자"라는 한 외침에 일부 시위자들이 있는 힘껏 밀기 시작했다.
경찰 정보과장 등 광주시 간부급 공무원들까지 현장으로 달려와 이들을 타이르며 사태 진압에 나서자 분위기가 조금 누그러졌다.
광주자영업비대위원장이 "경찰들도 우리의 시민이기 때문이 폭력을 쓰면 안 된다"고 외쳤고 일부는 "시장실을 박차고 들어가야 한다"고 핏대를 세웠지만 더 이상의 강경 태도는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한발짝 뒤로 물러나며 출입문 근처에서 집단 농성을 벌였다. 복장은 모두 검정색으로 맞춰 입었다. '죽기 직전'이라는 심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한 관계자는 "상복을 입고 오려다가 말았다"고 했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장민우(29) 씨는 "일 매출이 0~8만 원 사이로 나오는데, 임대료는 매달 700만 원 정도를 내고 있다"며 "백화점 명품관은 번호표 250번을 뽑을 정도로 북적북적거리는데, 소주 파는 나는 영업제한이 걸리면 어떻게 살라는 것이냐"고 하소연했다.
이어 "코로나19 이전에는 월 매출 1억 원을 넘길 정도로 대박집이었지만, 지금은 파리만 날리고 있다. 지난달 매출은 200만 원 수준으로 임대료, 판관비 등을 빼면 적자다"면서 "보통 바닥이 있다고 하는데 아직도 바닥이 안 보인다"고 토로했다.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기영씨도 할 말이 많다며 대화를 청해왔다.
김씨는 "술집은 오후 7시 넘어야 손님들이 오기 시작한다. 이런 업종별 특성을 무시하고 모두 똑같이 밤 10시에 영업을 끝내라고 하면, 한강에서 뛰어 내리라는 것이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상무지구 상권의 임대료는 서울 홍대 못지 않다. 100평 기준으로 월세가 1500만원 이상이다"며 "지금 집회에 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술집 사장들인데, 정부가 자영업자의 고통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고 울상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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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자영업비대위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실효성 없는 방역 정책이 자영업자의 목을 조르고 있다"며 영업제한 철회, 손실보상 현실화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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