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그날엔…] 한국의 '뉴햄프셔', 미국 대선과 무엇이 다를까
여야 대선후보 첫 지역경선 결과, 대세 바람몰이 분수령
첫 지역경선 승자가 종착역까지? 2002년 제주 경선의 교훈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미국 대선후보 경선에서 ‘뉴햄프셔’ 지역의 투표 결과가 주목받는 이유는 정치적 상징성 때문이다. 미국 대선 선거인단 규모만 놓고 보면 캘리포니아나 텍사스, 뉴욕과 비교가 안 되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상징성은 만만치 않다.
선거 판세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되는 지역의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첫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하거나 선전한 후보들은 이를 토대로 바람몰이에 나설 수 있다. 반면 예상외로 저조한 결과를 경험한 후보는 선거 전략을 새로 짜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한국 대선 후보 경선이 미국과 다른 점은 ‘경선이 시작되는 지역’이 고정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정당에 따라, 대선의 해에 따라 첫 경선 지역은 달라질 수 있다. 첫 경선 지역 선정이 중요한 것은 대선후보 캠프의 선거 전략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초반부터 탄력을 받게 하느냐, 서서히 바람몰이 강도를 높이느냐에 따라 전략은 달라진다. 추격자 입장에서는 초반부터 바람을 일으키는 게 중요하다.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후보들은 보다 다양한 선택지가 가능하다.
2022년 대선의 경우 더불어민주당은 대전·충남이 경선의 스타트를 끊는다. 충청을 기반으로 하는 후보가 있다면 유리한 요소로 작용하겠지만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본선 진출자 중에서는 그런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대선 출사표를 던졌던 양승조 충남도지사가 컷오프로 탈락하지 않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국민의힘은 경선 일정과 방식에 대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는데 결과에 따라 후보들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첫 지역경선의 승자는 기세를 몰아 최종 승자가 될 수 있을까. 기분 좋은 출발을 알릴 수는 있겠지만 대선 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단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지역 표심과 전국적 표심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2002년 3월9일 진행한 민주당의 제주 지역 대선후보 경선이다. 주요 방송은 이날 ‘예상 뒤엎고 1위’라는 제목으로 제주 경선 결과를 전했다. 당시 여론조사로는 이인제, 노무현 후보가 선두 경쟁을 벌였다. 하지만 첫 지역경선의 주인공은 다른 인물이었다.
한화갑 후보가 175표를 얻어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인제 후보는 172표를 얻으며 1위를 바짝 뒤쫓았다. 노무현 후보는 125표를 얻으며 3위, 정동영 후보는 110표로 4위를 차지했다. 4명의 후보가 표를 나눠가졌다.
한화갑 후보 입장에서는 기쁨을 누릴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다. 제주 경선이 끝나고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난 뒤에 두 번째 지역경선이 진행됐다면 '제주 경선 1위 효과'를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주 경선 바로 다음날인 2002년 3월10일 울산 지역에서 경선이 열렸다. 제주가 주요 후보 입장에서 지역경선 출발을 상징한다면 울산은 경선 판도를 좌우하는 분수령이었다.
전날 제주에서 1위를 차지했던 한화갑 후보는 울산에서 4위로 밀리면서 체면을 구겼다. 반면 울산에서 1위를 차지한 노무현 후보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대세몰이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울산 지역 경선에서 노무현 후보는 298표를 얻었다. 대구·경북을 정치적 지역 기반으로 하는 김중권 후보가 281표로 2위에 올랐다. 이인제 후보는 222표로 3위, 한화갑 후보는 116표로 4위를 기록했다. 정동영 후보는 65표로 5위에 머물렀다.
제주와 울산의 지역 경선을 합산한 결과 노무현 후보가 423표로 이인제 후보를 29표 차로 누르고 중간 집계 1위에 올랐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200만원 간다" 증권가에서 의심하지 말라는 기업 ...
2022년 대선을 앞두고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주요 정당의 경선에서는 어떤 장면이 연출될까. 첫 지역경선 승자의 기쁨은 얼마나 지속될까. 처음부터 끝까지 독주하는 양상이 벌어질까 아니면 대역전 드라마가 만들어질까. 한국의 '뉴햄프셔' 효과를 둘러싼 궁금증은 9월부터 하나씩 풀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