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SNS 이용해 체제 선전
'포용정부' 내세우지만 실상은 과거 '공포정부'
전문가들, SNS 통해 집권 정당성 확대하는 탈레반 제재해야

아프간 카불에서 19일 한 아프간 남성이 탈레반 조직원과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AP 연합뉴스

아프간 카불에서 19일 한 아프간 남성이 탈레반 조직원과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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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슬기 기자] 아프가니스탄(아프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자신들의 체제를 선전하고 있다.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을 공개하거나 아프간 시민들에 둘러싸여 사진 촬영을 하는 등 친근한 모습을 보여준다. 탈레반이 이렇게 자신들의 잔혹한 모습을 감출 수 있는 배경에는 이들의 활동을 허용하는 SNS 기업과 연관이 있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탈레반은 페이스북, 유튜브, 트위터 등 자신들의 체제 선전을 위해 100여 개가 넘는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업로드된 콘텐츠를 보면 모두 탈레반 통치에 관한 동영상, 이미지, 슬로건이다. 또 자신들을 스스로 정당한 통치자로 규정하고 아프간에 평화를 가져왔다는 주장도 한다.

하지만 탈레반이 보여준 실제 모습과 SNS에서 보여지는 장면은 거리가 있다. 앞서 탈레반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아프간 수도 카불에 입해 '포용 정부'을 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전 집권기와는 달리 여성 인권 존중, 포괄적 정부 등을 앞세웠고 외국기업에 협력한 사람들에 대해 사면령을 내리기도 했다.


지난 17일(현지시각) 탈레반 조직원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했다./사진=트위터 캡처

지난 17일(현지시각) 탈레반 조직원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했다./사진=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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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프간 독립기념일이었던 19일 독립시위를 하는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 사망자가 발생했다. 또 탈레반 조직원들이 길거리에서 전통 복장인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한 여성을 총살한 것 아니냐는 소문도 돌았다. 사진 속 여성은 탈레반과 아프간 군인 간의 충돌하는 과정에서 이전에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지만, 탈레반들의 잔혹성과 맞물리면서 아프간 국민은 공포에 떨 수 밖에 없었다.

이렇다 보니 아프간 국민들은 변화를 약속한 탈레반의 말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탈레반이 SNS에서는 부드럽고 친숙한 이미지를 내세우지만, 엄혹한 통치를 가리기 위한 '가짜선전'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부르카 입고 무릎 꿇은 여성 자료사진. 사진=픽사베이

부르카 입고 무릎 꿇은 여성 자료사진.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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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는 탈레반이 SNS 선전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더 많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제사회가 탈레반의 폭력성을 비판해왔기 때문에 SNS를 통해 그간의 잔혹한 이미지를 없애고, 의도적으로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자 탈레반의 '가짜선전'을 방치하는 SNS 기업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유튜브, 페이스북 등은 탈레반을 대변하거나 찬양하는 계정을 차단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한번 업로드 된 게시물은 누구나 다운로드나 공유를 할 수 있어, 탈레반의 선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 게시물을 차단했던 상황과 다른 대처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 트위터를 포함한 대다수의 SNS 기업들은 미국 의사당 습격 사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언행을 지적하며 계정을 차단했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 병사들이 18일(현지시간) M16 소총 등 미제 무기를 들고 수도 카불의 와지르 아크바르 칸 지역을 순찰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 병사들이 18일(현지시간) M16 소총 등 미제 무기를 들고 수도 카불의 와지르 아크바르 칸 지역을 순찰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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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SNS 기업에서 탈레반의 주장을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이들의 주장을 국제 사회에 그대로 내보내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인권유린을 자행하면서 대외적으로 체제 선전을 하는 탈레반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행위와 마찬가지라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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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극단주의를 감시하는 사이트 인텔리전스 그룹의 리타 카츠는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탈레반은 트럼프와 달리 정책 위반 선을 넘지 않았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탈레반이 소셜미디어에 남아있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탈레반의 콘텐츠는 새롭게 대담해지고 극도로 위험한 이슬람 무장단체 운동이 확산되도록 선전 및 메세지로 연료를 공급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윤슬기 인턴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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