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검문소 설치에도 美 "카불공항 안전통행 약속받아…대피작전 계속"
[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으로부터 미국 민간인의 아프간 출국을 위해 수도 카불의 공항까지 안전 통행을 약속받았다고 밝혔다.
17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탈레반은 민간인들이 공항까지 안전한 통행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우리에게 알려 왔다"며 "우리는 그들이 이 약속을 지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탈레반이 안전 통행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미국의 군사적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함락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지난 15일(현지시간) 철수작전에서 나선 미군의 치누크 헬기가 카불 주재 미 대사관 상공을 날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미국은 현지에 체류한 미국인의 대피가 끝나기도 전에 탈레반이 카불을 함락함에 따라 이들의 무사 탈출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현재 아프간에는 스스로 미국인이라고 밝힌 1만1000명이 남아 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미국은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 미군을 주둔시켜 보안을 대폭 강화했고, 이곳에서 미국 시민, 미군에 협력한 아프간 현지인, 제3국 인사들의 출국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4000여명의 미군이 공항에 주둔한 상태며 미 국방부에 따르면 앞으로 최대 6000명까지 증원될 예정이다.
설리번 보좌관은 대피작업이 이달 말까지 계속될 수 있다면서, 하루에 5000명에서 최대 9000여명을 출국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미 당국은 미군에 협력했던 아프간인들의 출국을 위해 이들에게 '특별이민비자(SIV)'를 발급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 국방부는 이를 통해 최대 2만2000여명의 현지인들을 대피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탈레반이 카불 대부분을 장악한 상황에서 SIV 발급 대상 현지인들의 안전한 출국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아프가니스탄 보안군과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의 교전 지역에서 피란 온 주민들이 지난 14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의 공원 지역에서 천막생활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한 미국 관리는 "아프간인 출국이 원활하게 이뤄지려면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2만2000명의 현지인 대피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아프간인들이 공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탈레반이 설치한 검문소에서 괴롭힘이나 구타 등 물리적 폭력을 당하는 사례도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탈레반은 미군과 협력한 아프간인들을 색출하기 위해 카불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했으며 시민들을 불시에 검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 측이 행인들의 핸드폰을 수시로 점검하며 정부 관련 인사의 연락처와 영어로 메시지를 주고 받은 내용 등이 담겨 있는지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검문에 응하지 않는 시민들은 폭행을 당하거나 검문소 통과가 불허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밖에도 인권단체들은 현재 아프간에만 8만여명이 넘는 SIV 발급 대상자가 머물러 있는 상태라며 미 정부가 목표로 한 2만2000여명의 현지인 대피 계획은 모든 SIV 발급 대상자들을 대피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한 규모라고 비판했다.
한 인권운동가는 "탈레반 병력들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시민들을 강제로 체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난민 인권보호 기구인 월드릴리프의 제니 양 수석부사장은 "(탈레반의 통제 강화로) 아프간인들이 출국하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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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번 보좌관은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며 현재 탈레반 측과 검문소에서의 폭력 사태 해소를 위해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부분의 시민들이 문제 없이 검문소를 통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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