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적 비판에도 아프간 등진 바이든, "철군 결정 후회없어"
美 민주당마저 "정부 대응실패, 조사 촉구" 비판
바이든 지지율도 급락..."46%로 취임 후 최저치"
동맹국들도 책임론 가세 "美 철군에 아프간 상황 가속"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아프가니스탄 철군 결정과 관련한 대국민 연설을 마치고 연설장을 걸어나가고 있다. 그는 이날 "아프간 전 종료 결정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미국의 국익 없는 곳에서 싸우는 과거 실수를 반복 하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워싱턴DC(미국)=EPA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김수환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재장악과 관련, 대내외적으로 제기된 ‘미국 책임론’을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아프간 정부 붕괴에 수수방관한 바이든 정부에 대해 동맹국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향후 미국의 외교 방침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와 같이 ‘국익’이 최우선시될 것으로 보이면서 아프간 전후 수습에도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최대 위기 바이든, 정면 돌파
16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아프간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성명에서 "아프간 철군 결정에는 전혀 후회가 없다"며 "아프간 전쟁은 1년이 5년이 되고 5년이 20년이 됐으며, 더 이상의 국가재정과 병력의 손실을 막는 것이 미국에 이익이 된다. 국익이 없는 곳에서 싸우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프간 사태에 대한 미국 책임론에 정면 돌파를 선언한 셈이다.
그러나 해당 발언은 민주당 내에서조차 비판에 직면했다. 미군의 철군시한인 8월 말보다 2주나 앞서 카불이 함락되면서 아직 철군하지 못한 미군과 연합군들은 물론 20년간 미군을 도운 아프간 내 협력자들도 모두 위기에 처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줄을 잇고 있다.
민주당의 마크 워너 미 상원 정보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아프간 정부군이 빠르게 무너지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정부가 잘 대응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다른 상원 위원회들과 협력해 조속히 조사할 것을 촉구한다"며 "우리는 아프간에 간 미군들을 비롯해 많은 것을 희생한 모든 사람들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아프간 철군 결정이 성급했고 무책임하다는 비판론이 강해지면서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도 낮아지고 있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카불 공항에서 필사의 탈출을 벌이는 아프간 시민들의 영상과 사진은 인권과 동맹 복원을 강조했던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지지율을 크게 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달 말 미 보수성향 여론조사업체인 라스무센의 조사 결과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취임 후 사상최저치인 46%까지 떨어졌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국익’을 강조하며 철군 당위성을 강조한 것은 동맹국들과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유럽 주요 동맹국들에서조차 바이든 행정부의 급격한 철군 결정과 카불 함락 과정에서 보여준 행동이 무책임했다는 책임론이 거세게 나오고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정부 긴급 안보회의에서 "미국의 철수 결정이 아프간 상황을 가속했다"며 "이렇게 될 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미국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TV 연설에서 "모든 형태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에 맞서 계속 적극적으로 싸우는 게 우선"이라며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이 과거와 같이 다시 테러의 성지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영국 BBC방송도 "러시아를 견제 중인 동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맹국 등 미군이 주둔 중인 국가들의 안보 불안감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태 수습·탈레반과 관계 정립 숙제
바이든 행정부는 일단 카불 공항에 고립된 미군 및 연합군, 각국 외교 공관원들에 대한 안전한 탈출 등 당면한 후속과제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등과 잇따라 통화를 하고 아프간 후속 문제를 논의했다. 3개 열강은 탈레반을 비롯해 인도, 파키스탄 등 주변국들과도 협력을 강화해 자국민들의 안전한 탈출을 돕는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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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을 장악한 탈레반과의 관계 정립도 남은 숙제다. 이날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앞으로 아프간의 정부에 관한 우리의 태도는 궁극적으로 그 정부의 행동에 달려 있을 것"이라며 아프간 여성 권리를 존중하고 알카에다와 같은 극단주의 운동을 피할 경우에만 탈레반 정부를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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