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차기 대권 잠룡 뉴욕주지사, 11명 성추행‥정치 생명 위기

뉴욕주 검찰 4개월 조사 후 결과 발표
바이든·펠로시 등 사임 촉구
쿠오모 "사일 아니다" 사임 반박 불구 정치 생명 벼랑 끝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차기 미국 대선 ‘잠룡’으로 꼽히던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성추행 혐의가 사실로 확인되며 정치 생명이 끝날 위기에 처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친정인 민주당 인사들도 즉각 사임을 권하며 거리두기에 나섰다.

3일(현지시간)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쿠오모 지사가 전·현직 보좌관을 성추행하고, 추행 사실을 공개한 직원에게 보복 조처를 했다고 공개했다.

제임스 총장은 지난 3월 이후 4개월간 걸쳐 쿠오모 주지사의 성추행 의혹을 조사한 165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쿠오모 주지사가 여성 보좌진의 블라우스 안으로 손을 넣었다고 적시하는 등 그의 성추행 사실을 열거했다.

제임스 총장은 "11명의 전·현직 보좌관에 대한 쿠오모 주지사의 성추행은 연방법과 뉴욕주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쿠오모 주지사의 집무실과 집에서 상급자의 강압적인 성추행의 희생자가 됐다.

앞서 쿠오모 주지사는 최소 7명에 달하는 전·현직 여성 보좌관들로부터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됐지만 주 정부 관계자 등 179명을 조사한 결과 더 많은 피해자가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번 특검 수사를 이끈 한국계 준 김 전 뉴욕남부지검장 대행은 "일부 피해자는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을 당했고, 어떤 피해자들은 반복해서 성적으로 부적절한 발언을 들어야 했다"며 "피해자 모두 굴욕감과 불편함을 느꼈고,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주지사직 4선 도전을 앞두고 있는 데다 차기 미국 대선 잠룡으로도 거론된 쿠오모 주지사는 이번 사안으로 기소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민주당 고위인사들이 즉각 쿠오모 주지사와의 선 긋기에 나서 정치 생명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반목하며 코로나19 대응 영웅으로 부상했던 모습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쿠오모 주지사가 사임해야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쿠오모 지사가 사임을 거부할 경우 탄핵을 당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주 의회가 탄핵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자신을 지지한 쿠오모 주지사와의 관계를 사실상 정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원내 1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도 성명을 내고 "진실을 말하기 위해 나선 여성들을 성원한다"며 "나는 주지사의 뉴욕 사랑과 주지사직에 대한 존중을 인정하지만 그가 사퇴하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키어스틴 질리브랜드 뉴욕주 연방 상원의원, 그레고리 믹스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 토머스 스워지 연방 하원의원, 하킴 재프리스 연방 하원의원도 성명을 통해 쿠오모 주지사의 사임을 촉구했다.

뉴욕주 의원들은 탄핵 절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소속인 칼 히스티 뉴욕주 하원의장은 이날 "자격이 없는 사람이 주지사 자리에 앉아있다"며 가능한 한 빨리 탄핵 조사를 마치기 위해 움직이겠다고 밝혔다. CNN방송은 뉴욕주의 주 상원의원 63명 중 최소 55명이 쿠오모 사퇴에 동조하고 있어 가결정족수를 넘는다고 전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검찰의 발표에 대해 "사실과 아주 다르다"며 수사에 정치적 배경이 있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사임을 거부했다. 그는 자신의 스킨십이 친근감을 표시하기 위한 행동일 뿐이라면서 다양한 사람과 볼을 맞대고 포옹하는 사진을 대거 공개하기도 했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