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시론] 제도 개선 시급한 퇴직연금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신진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 및 연세대학교 경영대 교수

신진영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 및 연세대학교 경영대 교수

AD
원본보기 아이콘


최근 금융감독원은 2021년 2분기 금융업권 별 퇴직연금 현황을 발표했다. 올해 2분기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금액은 260조 3689억원을 전년 동기 대비 16.8%(37조 3458억) 늘어나 빠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개인형 퇴직연금(IRP)과 확정기여형(DC) 증가율이 각각 39.2%, 18%로 현재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확정급여형(DB)의 증가율 11.4%를 추월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액적으로 보아도 DB형의 경우 작년 말 153조 9000억원에 6개월 사이 2조원 가량 감소해 이러한 추세를 확연히 보이고 있다. 금융업권별로는 금융투자업의 증가세가 눈에 띈다. 절대 금액은 아직 가장 작으나 전년 동기 대비 10조 4975억원이 추가 유입돼 23.3% 증가한 55조 6021억원에 도달했다. 한편 은행은 16.6% 증가한 135조749억원, 보험은 12.3% 증가한 69조 5428억원을 달성했다.


IRP와 DC형의 증가와 금융투자업권에 대한 자금유입이 다른 업권에 비해 빠른 이유는 수익률의 차이에서 기인하는데 금융투자업권의 약진을 주목할 수 있다. 수익률의 범위를 보면 금융투자는 DB형(1.72~6.70%), DC형(4.85~17.62%), 개인형 IRP(3.68~21.00%)를 기록했다. 은행은 DB형(0.43~1.69%), DC형(1.49~3.92%), 개인형 IRP(1.44~6.24%), 보험은 DB형(1.57~2.89%), DC형(2.12~6.51%), 개인형 IRP(1.92~10.48%)를 달성했다. 이는 운용에 있어 위험자산의 비중에 의해 전적으로 결정됐다. 손해보험사와 생명보험사의 경우 예금, 적금 등 원리금 보장 상품에 대한 투자 비중이 각각 99%, 94%에 이르고 있고 은행 역시 89%를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운용하고 있다. 수익률이 가장 높은 금융투자업은 76%로 다른 업권에 비해 비중이 작다. 결과적으로 금융투자업권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 확대로 작년부터 이어진 증시 활황을 수익률 제고로 연결시킨 것이다. 일부 증권사의 DC형은 20%를 초과하는 수익률을 달성했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증가률은 연평균 4.4%로 OECD 평균 2.6%보다 월등히 높으며 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속도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노인빈곤율은 2018년 말 기준 43.4%로 OECD 평균 14.8%의 3배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무엇보다도 은퇴 후 연금이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2018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공적, 사적연금의 소득대체율이 43.4%에 그치는 반면 OECD 평균은 62.9%로서 이러한 차이가 은퇴 후의 삶의 현격한 차이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 노후 생활의 안정화를 위해서 무엇보다다 퇴직연금 제도의 개선이 시급히 필요하며 현재와 같이 전반적으로 자본시장이 활성화된 시기가 이러한 개선의 적기로 보인다. 퇴직연금 제도의 개선에 대한 논의는 꾸준히 계속 되어왔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먼저 국회에서는 현재 디폴트 옵션의 도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디폴트 옵션은 DC형 퇴직연금 가입자가 자금을 어떻게 운용해야 할지 지시하지 않아도 퇴직연금 운용사가 미리 정해진 방식에 따라 운용하는 제도로서 이미 선진국 퇴직연금 제도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필자는 2년 전 DC형에 가입했는데 도대체 어떤 상품에 투자해야 할지 매우 혼란스러웠다. 금융전문가인 필자마저 이해하기 어렵고 결정이 어려운데 일반 가입자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디폴트 옵션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오랜 기간 활용되어 왔고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너지로 잘 알려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세일러 교수 등의 행동경제학 이론을 실제로 연금 제도에 도입한 영국의 사례에서 보면 디폴트옵션이 연금 가입과 유지, 그리고 안정적인 노후생활에 기여하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디폴트옵션의 도입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은 연금은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위험자산의 비중이 높을 경우 안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디폴트옵션은 적절한 분산투자를 시행하고 체계적인 운용을 시행하는 경우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중위험 중수익의 성과가 가능하다는 것이 선진국의 경험이다. 이미 수년 간 다양한 위험자산에 대해 분산투자를 시행해온 국민연금의 경우 5% 이상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확보하고 있는 사례를 보면 이러한 운용을 그대로 퇴직연금에 적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국민의 안정적인 노후 생활은 무엇보다 중요한 당면 과제이다.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노후 준비로 이어질 수 있는 퇴직연금 제도의 개선을 기대해본다.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 세종대왕동상 봄맞이 세척

    #포토PICK

  •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부르마 몰던 차, 전기모델 국내 들어온다…르노 신차라인 살펴보니 [포토] 3세대 신형 파나메라 국내 공식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