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통신문도 하루 전에는 안줘"…거리두기 개편 연기에 자영업자 혼란·실망감
수도권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며 서울, 경기를 비롯한 수도권에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가 일주일 연장된 1일 서울 한 음식점 출입문에 '5인이상 절대금지'란 안내문이 붙어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송승윤 기자, 이정윤 기자]"초등학교 가정통신문도 하루 전에는 안 줍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한다고 말이나 말지…이게 뭡니까."
1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초밥전문점을 운영하는 서모(49)씨의 한탄이다. 이날은 당초 사적 모임 가능 인원이 4인에서 6인으로 늘어나고 영업시간도 자정까지로 바뀌기로 했던 당일이었지만 갑작스레 늘어난 코로나19 확진자 탓에 전날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자체는 이같은 조치를 일주일 연기했다. 서씨는 4인 이상 예약한 손님들에게 연신 전화를 돌리고 있었다. 서씨는 "4인 이상 모임을 예약한 손님들이 예약 취소를 하지 않아 일일이 전화하고 있다"며 "일손 부족으로 저녁에 출근 하기로 한 일일 시간제 직원들과 미리 준비한 재료들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 연기에 서울 강남·마포 등 주요 수도권 상권은 혼란과 실망감으로 가득했다.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700명을 훌쩍 넘어서면서 서울과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는 오는 7일까지 사적 모임 인원이 4인까지만 허용된다. 식당·카페 취식과 노래연습장, 실내체육시설 등의 오후 10시 이후 운영시간 제한 조치와 유흥시설 6종에 대한 집합금지도 유지된다. 당초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 발표에 가장 반색했던 이들은 자영업자들이었다. '코로나 불황'의 긴 터널을 빠져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에 새로 직원을 뽑고 가게를 새 단장하는 이들도 상당수였다. 하지만 정부 조치가 수도권에서 연기되자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논현역과 강남역 인근에서 만난 자영업자들 역시 거리두기 완화 유예 조치에 실망감을 내보였다. 특히 이들은 매출 상승에 대한 기대가 꺾여 심리적 타격이 크다고 토로한다. 논현역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장모(49)씨는 "코로나19로 인한 조치들이 완화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앞으로 장사가 좀 될 것 같다'는 희망을 가졌는데 이젠 '역시 안 되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라면서 "일주일 연기라곤 하지만 기대한 만큼 실망도 크고 앞으로 어떻게 버틸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박모(55)씨도 "음식점과 술집 영업 시간이 늘어난다는 소리에 손님이 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라면서도 "일주일 유예가 됐다는 말에 아쉬움이 크다"고 했다.
다만 거리두기에 익숙해진 탓에 연기 소식에도 무감각하다는 반응도 나왔다. 강남역 인근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전정국(58)씨는 "매출이 늘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확진자가 계속 늘어나니 연기 결정이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면서 "1년 넘게 거리두기 지속돼 이젠 연기든 뭐든 덤덤하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이번 결정에 예약 취소 등 타격이 있다고 한다. 한정식 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모(60)씨는 "회사 회식이 열리지 않아 저녁 매출이 80%가량 줄었다"라면서 "거리두기 완화로 예약 손님이 늘었는데 벌써 7팀 정도가 예약을 취소했고 문의 전화도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술집을 운영하는 김모(45)씨도 "서울시 발표에 우리가 먼저 전화를 해서 예약 손님 8팀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예약을 취소했다"며 "예약을 받으면서 재료 납품 요청을 했는데 이걸 취소하면서 크진 않지만 금전적인 타격도 있다"고 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유흥주점을 운영하는 김성면(38·가명)씨는 영업 준비 위해 일주일전부터 가게 청소하고 주류와 과일 등 구매해 냉장고 채워놨다. 김씨는 "다시 영업을 할 수 있게 됐다는 소식에 가족과 휴가도 취소하고 영업준비를 했는데 죽고싶은 심정"이라며 "상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루 전날 오후에 갑작스레 통보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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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들의 협단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크지만 확진자가 급증한 탓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은 충분히 이해한다"면서도 "다만 지금까지 큰 손실을 본 자영업자들의 상황도 고려해 인원제한은 유지하더라도 영업시간은 연장해주는 등의 타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재우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사무국장 "유흥 업주들은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면서 "다른 업종과 달리 1년 넘게 영업 자체를 못했다가 겨우 희망을 갖게 됐는데 이번 결정으로 또 절망에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들을 비롯한 자영업 단체들은 유예기간이 일주일인 만큼 우선은 추이를 지켜보고 영업제한이 장기화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집회와 기자회견 등을 재개하는 방안도 논의하겠다는 계획이다.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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