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t당 75달러로 오르면 세계 주식시장 20% 급락
네덜란드 자산운용사 캠펜 분석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탄소배출권 가격이 갑작스럽게 t당 75달러까지 오르면 세계 주식시장이 최대 20%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네덜란드의 켐펜 자산운용은 규제나 제도 변경 등의 영향으로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등하는 경우를 가정해 세계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켐펜은 탄소 배출량 산정 기준이 3단계(Scope 3)로 확대 적용돼 갑작스럽게 탄소배출권 가격이 t당 75달러까지 오를 경우를 감안한 결과 주가가 큰폭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탄소배출량을 산정하는 기준은 3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직접적으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만을 따진다. 2단계에서는 제품 생산에 이용되는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포함한다. 2단계까지는 제조사 내부 생산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만을 따지지만 3단계에서는 소비자가 제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 즉 외부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까지 계산해야 한다.
켐펜 자산운용이 개발한 분석 모델에 따르면 1, 2단계만 적용할 경우 주가 하락률은 4%에 그친다. 하지만 3단계까지 적용되면 탄소배출권 가격이 갑자기 t당 75달러까지 오르며 세계 주식시장이 급락할 수 있다.
켐펜 자산운용은 미국 주식시장이 유럽 주식시장보다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t당 75달러까지 오를 경우 미국 주식시장은 최대 27% 하락하지만 유럽 주식시장 하락률은 15.4%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전체 하락률은 최대 20%로 추산됐다. 만약 탄소배출권 가격이 t당 150달러까지 오르면 세계 주식 시장은 최대 41% 하락할 수 있다고 켐펜 자산운용은 분석했다.
EU 탄소배출권 가격은 지난달 사상 최초로 t당 50유로(약 59.21달러)를 돌파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에 비해 두 배 이상 올랐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들어선 뒤 미국과 유럽에서 친환경 정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만큼 향후 배출권 가격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켐펜은 이번 하락률 추산은 갑작스럽게 탄소배출권 가격이 올라가는 경우를 가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배출권 가격이 서서히 오를 경우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더 적다고 덧붙였다.
다만 켐펜 자산운용 영국 법인의 니케시 파텔 투자전략가는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에 따른 주가 하락 위험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며 "주식시장이 앞으로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위험요인에 노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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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탄소세 관련 제도는 64개에 달한다. 하지만 이 64개 제도로 비용을 지불하고 배출되는 탄소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1.5%에 불과하다. 현재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80%는 별도의 비용 없이 배출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국제통화기금(IMF)은 파리기후협약에서 합의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쳐 세계 시장에 적용되는 배출권 시장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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