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둘 머리채 잡았다" 간통죄 폐지 후 '사적 보복' 도구 된 SNS
2015년 간통죄 폐지…성적 자기결정권·사생활 자유 때문
SNS 통해 배우자 불륜 사실 알리는 경우 적지 않아
시민들 "간통죄 부활시켜라" 의견도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같은 부서 동료랑 바람이 났다네요.", "XX은행 불륜 총정리 영상입니다."
최근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배우자 혹은 지인의 불륜을 폭로하는 글들이 잇따라 게재되고 있다. 불륜을 폭로하는 이들은 상대방 불륜 정황이 담긴 사진이나 문자 메시지 등을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불륜 당사자의 이름·나이·얼굴·사진 등 신상정보가 함께 유포되고 있다.
피해자들이 SNS를 통해 상대방의 불륜을 알리게 된 것은 간통죄 폐지와 연관있다. 2015년 불륜으로 인한 형사처벌이 불가해지면서 피해자가 직접 불륜 당사자의 개인정보 등을 유포해 일종의 '사적 보복'에 나서는 것이다. 다만 개인정보 유포는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형법상 명예훼손죄에 해당해 처벌받을 수 있다. 이에 불륜 피해자들은 배우자에게 배신을 당하고도 이를 처벌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남녀 직원의 불륜설이 올라와 논란이 됐다. 당시 상황을 목격한 것으로 보이는 한 누리꾼은 "남편이 외박하자 아내가 회사 건물에 잠복해 있다가 함께 출근하는 남녀의 샴푸 냄새를 확인한 후 여성의 머리채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공개된 사진에는 회사 로비로 보이는 곳에서 한 여성이 다른 여성의 머리채를 잡는 등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이 담겼다. 이들 사이에 있던 한 남성은 두 사람을 말리고 있는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온라인상에는 당사자들의 과거사, 얼굴, 나이 등의 정보가 빠르게 퍼졌다.
그런가 하면 지난달에는 한 시중은행에서 발생한 불륜 사건이 '블라인드'를 통해 알려졌다. 해당 글에는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가 같은 은행 부서 팀장과 불륜 행각을 벌였다는 내용이 담겼다. 결국 예비 신랑은 결혼식이 진행되기 전 파혼을 선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과정에서도 불륜 의혹을 받는 당사자들의 직장명·이름·얼굴을 비롯한 신상정보가 유포됐다.
불륜 사실을 온라인을 통해 알리는 이유는 간통죄 폐지와 연관있다. 결혼한 배우자의 불륜을 처벌하는 취지로 만들어진 간통죄는 2015년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62년 만에 폐지됐다. 당시 헌법재판관들은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범한다는 이유로 간통죄를 폐지했다. 이로 인해 법원은 불륜 행위에 대한 형사상 책임은 물을 수 없게 됐다.
다만 한국 사회에서 불륜은 여전히 부도덕하고 부적절한 행위로 여겨진다. 이에 피해 배우자 또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정신적 피해 보상을 청구하고 있다. 그러나 상대방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증거가 있어야 하며, 무리하게 증거를 찾으려다 역으로 소송당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종합하면 불륜을 마땅히 처벌할 수 있는 법이 없자 피해자들은 SNS를 통해 배우자의 불륜 사실을 알려 사적 보복을 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피해자들은 온라인상에 불륜 당사자들의 정보를 유포하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개인정보 유포는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형법상 명예훼손죄에 해당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즉 불륜 내용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처벌받을 수 있는 것이다.
형법 제307조에 해당하는 명예훼손죄는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돼 있다. 만약 게시한 내용이 허위라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가정의 평화를 깨뜨린 이들을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며 간통죄를 부활시켜달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간통죄 제발 다시 부활시켜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에서 청원인은 "간통죄가 폐지돼 이런 피해를 내가 겪는구나 싶어서 분한 마음에 글을 올리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남편이 노래방 도우미와 바람이 났다"고 주장하며 "제발 간통죄를 부활시켜서 불륜을 한 이들이 더 이상 활개 치고 당당하게 살지 못하게 해주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호소했다.
직장인 김모(28)씨도 "간통죄가 대체 왜 폐지됐는지 모르겠다. 만약 내 배우자가 이성과 불륜 행각을 했다고 생각하면 화가나 견딜 수 없다. 그러나 이를 처벌할 방법도 없으니 얼마나 답답하겠나"라며 "불륜은 누군가에게 평생 잊혀지지 않는 상처가 될 수 있다. 그들의 정신적 피해는 어떻게 보상할 거냐. 다시 간통죄를 부활시켜 불륜 행위를 한 사람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는 간통죄 폐지 이후 불륜이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됐으나 민사상 명백한 이혼사유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연차 내고 프로필에 '파업', "삼성 망한 듯"… 내...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간통죄가 폐지돼 불륜이 형사상 처벌은 받지 않겠지만, 민사상 처벌대상은 된다"라며 "간통이라는 거 자체가 내밀한 성적자기결정의 자유의 영역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처벌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그건 명백히 민사상 불법행위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