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반부패비서관의 '부패' 의혹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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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지난 3월 말 임명됐던 김기표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3개월 만에 사퇴했다. 지난 25일 공직자 재산공개 현황이 공개된 이후 이틀만의 사의 표명으로 사실상 ‘경질’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그의 사의 표명 사실을 전하며 "투기 목적의 부동산 취득은 아니"라고 했다. "국민 눈높이에 맞춰 조치했다"는 말로 미뤄보건대, 법적 문제는 없지만 국민감정을 고려했다는 뜻으로 들린다.


김 전 비서관은 2017년6월 경기도 광주 송정동의 임야 2필지(각각 1448㎡·130㎡)를 매입했다. 이 토지는 도로가 연결돼 있지 않은 이른바 ‘맹지’여서 건축허가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맹지는 도로가 연결되면 그야말로 ‘대박’을 노릴 수 있어, 부동산 업계에서는 ‘투자 고수’들이 역발상 투자를 위해 노리는 매물이기도 하다. 김 비서관의 매입이 ‘투기’ 의심을 받은 이유다. 하지만 김 비서관은 해당 토지는 "광주시 도시계획조례(50m 표고 이상 개발 불가)로 인해 도로가 개설돼도 개발이 불가능하다"며 투기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또 다른 의혹은 대출을 통해 구입한 서울 마곡지구의 상가다. 김 전 비서관의 부동산 재산은 91억 원인데, 이 중 금융 채무가 56억 원에 달한다. 상가의 실거래가가 65억 원임을 감안하면 대출을 총동원하는 ‘영끌’ 대출을 통해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김 전 비서관을 임명하기 전 이 모든 내역을 제출받아 확인했지만 투기 목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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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끌 대출을 받아도 상가 매입은 투기가 아니라는 청와대의 설명을 과연 일반 시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청년들은 내집 마련에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30~40%밖에 적용받지 못한다. 내달 1일부터 무주택자 대출 LTV를 20% 포인트 상향한다지만 4억 원이라는 금액 한도를 정해놓았다. 국민들은 영끌 대출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에서 ‘반부패’를 담당하는 청와대 비서관의 수십억 영끌 대출이 국민들의 공분을 부르지 않으리라 생각했다면 너무나도 안이했다. 맹지 투자에 대한 오해가 진짜라고 쳐도 말이다. 언론에 보도되고 나서야 ‘국민의 눈높이’를 떠올렸다면, 평소 청와대의 검증 시스템 눈높이는 대체 어디에 맞춰져 있는 것일까.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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