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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이야기] 굴업도에서 바라본 탄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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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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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앞바다 섬 굴업도는 한국의 갈라파고스로 불린다. 천혜의 해안경관이 잘 보존되어 있고, 각종 천연기념물이 서식하고 있다. 거주민이 적어서 편의시설은 부족하지만, 자연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어 '백패킹족'들이 즐겨 찾는다. 하지만 이곳 굴업도 공기는 자연의 맛이 아니다. 인접한 중국 연안의 공장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서해안 화력발전소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에 오염돼서 그렇다(우리는 이를 주로 중국 탓으로 돌린다). 시각을 한국과 중국 사이의 굴업도가 아닌 지구촌으로 돌리면 우리나라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하는 국가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공기는 얄팍한 인간이 그어놓은 국경선을 쉽게 넘나든다. 그래서 국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지구 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은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 1997년 '교토의정서' 그리고 2015년 '파리기후협약'으로 발전되어 왔으며, 그 내용도 선언적·자율적 단계를 지나 '강제하는 단계'로 들어섰다. 특히 파리기후협약은 선진국에게만 요구되었던 탄소배출 감축 방안(탄소세와 탄소배출권 거래제도 등)이 유엔 회원국 모두에게 자율적으로 지키도록 권고됐다.

'탄소세(carbon tax)'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근거로 화석원료 등 에너지에 과세하는 세금이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는 국가가 기업들에게 탄소배출권을 할당해 그 범위 내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하고, 여유분과 부족분은 서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온실가스 감축을 유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선진국에게만 탄소 감축방안을 강제하면 규제가 덜한 개발도상국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기업이 옮겨가는 탄소누출(carbon leakage)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은 최근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탄소감축 제도가 미미한 국가에서 수입하는 기업에게 탄소세 등의 부담금을 추가로 물리자는 것이다. 예컨대 중국이 온난화방지대책을 시행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기업이 중국으로부터 제품 등을 수입할 경우, 수입업체에게 (중국기업이 한국기업이라면 부담할) 탄소세를 부담금 형태로 부과하는 것이다.


탄소세 도입에 부정적이었던 미국은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달라졌다.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했고 탄소세와 탄소국경조정제도에 적극적 자세로 돌아섰다. 우리도 이 문제를 소극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근본적으로 살필 때가 됐다. 자칫 우리나라 기업의 수출이 막히는 등 더 큰 부담으로 닥칠 수 있다.


탄소세는 전 세계 산업구조에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의 탄소세 시각과 정책이 굴업도 차원에 머무른다면 지구 온난화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다. 발 빠른 디지털로 전환을 통해 선진국의 대열에 합류한 한국 앞에 탄소세라는 새로운 시험대가 놓였다. 벌써 탄소중립(이산화탄소를 배출한 양 만큼 이를 흡수하는 대책)이 기업경영의 화두로 등장했다. 탄소세라는 채찍이 현실화하는 상황에서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촉진하는 세금지원이라는 당근도 필요해 보인다. 탄소세 시험도 결국 정부와 기업들의 맘먹기에 달렸다. 성정이 착한 민족에겐 극복하지 못할 시련은 없다.

안창남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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