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동양나이론 공장 인근
액화수소플랜트 기공식
"수소 가치사슬 구축 온 힘"

[사람人] 先代가 직조한 '섬유의 역사', '100년 수소 효성'으로 다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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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조현준(사진) 효성그룹 회장은 2017년 취임 당시 ‘100년 효성’을 화두로 꺼냈다. 반세기 전 회사를 만든 조홍제 창업회장이나 조석래 전 회장이 회사를 지금의 위치로 끌어올렸다면, 앞으로 50년을 위해 신사업 발굴에 나서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수소사업은 이러한 조 회장이 직접 나서 힘을 쏟는 분야다. 지난 21일 열린 액화수소플랜트 기공식에서 조 회장은 "효성의 역사가 시작된 울산에서 100년 효성으로 나아갈 새 장을 열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2023년 가동에 들어가는 액화수소플랜트는 효성화학 용연공장 부지에 들어선다. 조 회장의 조부 조홍제 회장이 지난 1966년 쉰이 넘어 새로 사업을 시작하며 터를 잡았던 동양나이론(현 효성티앤씨) 공장과 가깝다. 조홍제 회장은 당시 신규 사업으로 나일론 원사 생산을 점찍으면서 유학 중이던 아들 조석래 회장을 불러들일 정도로 공을 들였다.

섬유산업은 1970년대 국가 전체 수출의 40%를 넘어설 정도로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1990년대 초반 반도체가 우리나라 수출 1위 품목에 오르기 전까지 의류가 십수년간 1위 자리를 유지했던 것도 1960년대 생긴 효성·코오롱 등 화섬업체가 밑바탕이 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조홍제 회장은 일찌감치 수출을 늘리기 위해 기간산업에 투자하는 게 애국하는 길이라고 봤다.


조현준 회장이 수소사업에 매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수소사업 가운데서도 회사가 좀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점찍었다. 효성중공업은 이미 1960년대부터 변압기나 가스차단기·압축기 등 특화된 중공업 설비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00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상업용 압축천연가스(CNG) 충전소를 선보이기도 했다. 2008년 현대차로부터 남양연구소에 수소충전소 건립을 제안받은 것도 기체를 압축하고 충전하는 분야에선 노하우가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효성이 수소충전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도 이때부터다. 현대차 역시 미래 이동수단으로 수소차 쓰임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기에 두 회사는 일찌감치 손발을 맞출 수 있었다. 효성은 국회·정부세종청사 등 공공기관을 포함해 전국 18곳에 수소충전시스템을 갖춰 국내 1위로 꼽힌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CNG 충전소 설비를 공급하며 쌓은 고압가스 처리기술을 바탕으로 수소충전기, 수소가스 냉각시스템, 압축패키지 등을 자체기술로 국산화해 생산·공급하고 있다"며 "수소 충전소를 짓는 데 필요한 자재를 공급하는 일을 비롯해 생산·조립·설치 등을 함께 제공해 효율적인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효성중공업이 지난해 8월 완공한 정부세종청사 수소충전소. 사진제공=효성

효성중공업이 지난해 8월 완공한 정부세종청사 수소충전소. 사진제공=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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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짓는 액화수소플랜트는 독일에 본사를 둔 글로벌 가스·화학전문회사 린데와 효성의 합작법인이 이끈다. 린데는 앞서 자국 내 액화수소충전소를 선보였고 세계에서 처음으로 고순도 수소지하저장고를 운영하는 등 수소 생산·저장·유통분야에선 앞선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예정대로 오는 2023년 상반기 효성과 린데의 액화수소플랜트가 가동돼 연간 1만3000t 정도 양산체제를 갖추게 되면 단일공장으로는 세계 최대로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규모와 함께 눈길을 끄는 건 액화방식이다.


수소액화는 운송이나 충전과정에서 효율을 높일 수 있으나 아직 기술이나 인프라가 받쳐주지 않아 섣불리 엄두를 내지 못하는 분야다. 수소사업은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이제 막 기틀을 다져나가는 만큼 초반 손해를 감수하고 중장기적인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조 회장은 이날 기공식에서 "수소에너지는 인류의 미래를 바꿀 에너지 혁명의 근간"이라며 "지속적으로 투자해 수소에너지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단순히 돈벌이보다는 기긴산업을 해본 경험을 밑천 삼아 산업의 전환기에 제 역할을 하겠다는 다짐이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대한 설명을 듣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부터),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대한 설명을 듣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왼쪽부터),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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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사업은 관련 기술을 갈고닦기 위한 연구개발이나 생산, 혹은 저장·유통, 충전 등 어느 한 곳만 독보적으로 잘 나가기 힘들다. 탄소연료를 기반으로 한 우리 주변의 현재 에너지 가치사슬을 빗대면 이해하기 쉽다. 원유를 발굴하고 석유제품으로 만들어 공급하는 한편 이를 쓰기 쉽도록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는 일 등 일련의 인프라가 필수적이다. 조 회장은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만나 한국판 수소위원회로 꼽히는 수소기업협의체를 오는 9월 전후 출범시키자고 입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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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으로는 인류 생존과 직결된 탄소중립도 보다 적극 나서기로 했다. 액화수소와 관련한 기술을 국산화하는 한편 그린·블루수소 등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은 채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도 연구키로 했다. 이를 통해 국내 전체 이산화탄소 발생량의 10%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 회장은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수소 충전·공급설비를 국산화해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수소 가치사슬을 구축하는 데 적극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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