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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보편적 기본소득이 대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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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범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김홍범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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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권 정치인의 기본소득론을 놓고 잠재적 대선주자 간 공방이 치열하다. 기본소득과의 차별성을 부각하려는 다른 주자들도 대안 마련에 바쁘다. 정치권의 이번 논쟁을 제대로 읽어내려면 '보편적 기본소득'의 원론적 이해부터 필요해 보인다.


기본소득은 '정부가 아무런 자격요건이나 부대조건 없이 모든 개인에게 정기적·자동적으로 지급하는 정액 현금'이다. 소득(재산)이 많든 적든, 일을 하든 안 하든, 일할 의사가 있든 없든, 기혼이든 미혼이든, 1인 가구든 아니든 지급 대상을 가리지 않으니 가히 보편적이다.

미국 사상가 페인(T. Paine)은 일찍이 1797년 '농업정의론'에서 지구를 "인류의 공유재산"으로 봤다. 공유재산 수익의 수취권이 모든 지구시민에게 귀속되는 이유다. 실제로 그는 성년을 맞은 시민에 대한 정부의 정액수당 지급안 등 몇 가지 제안을 내놨다. 문헌에 따르면 이게 기본소득론의 효시다.


기본소득에 대한 지지는 보수와 진보 모두에서 발견된다. 다만, 속내는 서로 다르다. 둘 다 빈곤 감축과 불평등 개선을 내세우지만, 보수는 효율에, 진보는 공정에 각기 무게를 둔다. 우선 보수의 기본소득은 기존 복지프로그램의 폐지를 전제로 한다. 약 60년 전 자유시장론자 프리드먼(M. Friedman)은 "가난한 사람이 마침 농부라 해도 그를 돕는 것은 농부라서가 아니라 가난하기 때문"임을 강조하면서 (기본소득보다는 '덜 보편적'인) 음의 소득세를 주장했다. 이는 다양한 자격요건과 그에 따른 행정절차로 너무 복잡해진 기존 복지시스템을 대폭 간소화함으로써 정부재량을 축소하고 효율을 제고하려는 제안이다.


반면, 진보의 기본소득은 공정(사회정의)을 위한 방편이다. 예를 들어, 밴 파리스(P. Van Parijs) 루벵대학 교수는 "원하는 행동에 필요한 수단을 거의 갖추지 못한 사람에게 가능한 가장 커다란 실질적 기회를 제공"한다는 '이상'에 다가가는 데 기본소득이 제격이라 본다.

하지만 기본소득의 실제 도입은 녹록한 과제가 아니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 4개국에 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17년 수행한 모의실험 결과가 이를 잘 말해준다. OECD에 따르면 "의미 있는 수준의 기본소득을 조달하려면 조세수입의 대폭적 증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조세개혁이 예산중립적 기본소득 제안의 핵심적 부분"인 것이다. 또한 기본소득 도입으로 계층별·가구유형별로 희비가 다양하게 엇갈린다. 특히 기존 복지수당에 의존하던 저소득층이 오히려 패자가 되기 쉽다.


지난 수년간 우리나라의 가계·기업·정부 각 부문은 채무 급증을 경험했다. 이는 근본적으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및 부동산 정책실패가 가져온 참담한 결과다. 거듭된 실패에도 정부가 정책 개선은커녕 '퍼주기'에만 급급하면서 가계와 기업을 '빚내기'로 몰아갔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급부상한 기본소득론을 퍼주기 제안이 아니라고 보긴 어렵다. 기본소득의 무조건적 현금지급 측면만을 내세우되, 기존 복지 개편이나 가능한 승자와 패자에 대한 논의는 전무하기 때문이다. 약 1900년 전 로마제국의 주베날(Juvenal) 시인이 "빵과 오락(bread and circuses)"이라 풍자했던 당대의 대중 달래기 정치가 꼭 이랬을 성싶다.


김홍범 경상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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