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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뿐인 규제혁신]뼛속 깊이 새겨진 ‘규제 DNA’…"될 혁신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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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금융규제 개혁 수차례, 성과 달성 불충분"
올해에만 금융위 8개·금감원 10개 행정지도 예고
경제계 요청 과제 18건도 대부분 '수용곤란' 판단

[말뿐인 규제혁신]뼛속 깊이 새겨진 ‘규제 DNA’…"될 혁신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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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송승섭 기자]금융산업 전반의 불합리한 규제를 해소하겠다는 금융당국의 시도는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다. 그럼에도 업계와 전문가들은 대한민국 금융규제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풀지 못하고 이행 속도 역시 느리다는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들려온다. 금융당국의 ‘규제 DNA’가 뼛속 깊이 남아있는 이상 혁신과 성장의 선순환은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규제개혁 수차례…말 뿐인 '금융규제 혁신’

정부와 금융당국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꾸준히 금융규제 개혁을 주요 정책과제로 설정해왔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진행된 ‘1·2단계 금융규제 정비’ 당시에는 금융규제 50%를 폐지하겠다는 목표로 정책을 추진했다. 2005년 ‘제로베이스 금융규제개혁방안’이나 2008년 ‘금융규제개혁 추진방안’이 나왔을 때도 ▲등록규제 정비 ▲민간 주도의 규제개혁 ▲업권별 영업 규제 선진화·합리화를 약속했다. 2014년에는 금융위가 직접 ‘금융규제개혁 추진방향’을 통해 명시적 규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목표와 달리 규제혁신 효과가 충분치 못하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2017년 감사원은 ‘금융규제개혁 추진실태’ 감사보고서를 통해 "정부는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저해요인으로 지목돼 온 금융규제 개혁을 여러 차례 추진했다"면서 "당초 의도한 목표와 성과를 충분히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시장에서 느끼는 금융 규제개혁의 체감도 역시 낮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금융당국의 규제본능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로는 금융행정상의 편의성이 꼽힌다. 복잡한 법률화 과정을 거치는 것보다 간단하면서도 법률처럼 규제할 수 있는 비명시적 규제가 있으니 개혁이행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감사원도 "법령상 규제를 개선하며 계획보다 추진이 지연돼 규제개혁 체감도가 저하될 우려가 있다"며 "행정지도나 자율규제 같은 비명시적 규제를 통한 편의적 규제 관행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문제는 금융당국이 대대적인 규제혁신을 공언한 2019년 이후에도 거듭 재현되는 모양새다. ‘겸영신탁회사의 토지신탁 취급제한’이 대표적이다. 금융위는 2015년 은행이나 증권사 등이 토지신탁 업무를 하지 못하게 규제하는 행정지도를 만들었다.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규제로 부적절하다는 비판에 ‘법제화 후 폐지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법제화가 늦어지면서 4차례나 연장해 지금까지 운영 중이다.

새로운 행정지도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올해에만 금융위가 8개, 금융감독원이 10개의 행정지도를 예고했다. 이중 연장조치를 제외한, 기존에 없던 새로운 행정지도가 각 3개, 2개씩이다. 행정지도는 원칙적으로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불이익한 조치를 내려선 안 된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이 권고하고 하지 말라는 걸 어떤 금융사가 안 따르겠느냐"면서 "사실상 규제나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없앨 땐 찔끔, 만들 땐 왕창…현장에선 "체감 못한다"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겠다는 금융당국의 발표도 혁신성장에 도움이 될 만큼 체감도가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포괄주의’를 전제로 법이 마련돼도 유권해석을 요청하거나 신사업 도전을 위해 규제개선ㆍ완화를 요청하면 법에 관련 조항이 명확히 없다는 ‘열거주의’식 대답이 돌아온다는 주장이다.


최근에는 규제 샌드박스처럼 요건을 갖추면 일정한 기간 영업할 수 있게 해주고 있지만, 임시방편인 데다 사업 도중 좌초될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규제 혁신 시도를 현장에서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산업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는데 본질적인 규제는 그대로"라면서 "현장에서 체감하는 규제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어 당국이 말만 혁신을 외치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2019년 규제개혁 추진 당시 경재계가 요청해 도마에 올랐던 건의과제 18건이 심사를 받긴 했으나 수용된 사안은 대안 제시와 일부 인정된 조항을 포함해 4건뿐이었다. ‘여신전문금융사의 부수 업무 범위 조정’이나 ‘자본시장법상 소액 집합투자업 업무단위 신설’ 등의 규제요청은 당시 수용곤란 판단을 받은 대표적인 규제다. 1만원 미만 소액 신용카드 결제거절을 허용해달라는 건의도 ‘중장기 검토’ 결정이 내려졌다.


2금융권의 경우 규제가 더 강화되거나 낡은 규제가 여전히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엄격한 포지티브 규제적용으로 여전히 비합리적이거나 금융소비자 보호와 먼 조치가 남아있어서다. 비대면·디지털 금융이 확산하고 있는 만큼 지역 내 의무대출 비율도 풀어달라고 꾸준히 요구하고 있지만 요원한 상태다. 상호금융권은 한국주택토지공사(LH) 사태를 거치고 가계 부채까지 늘어나며 규제가 더 빡빡해지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규제본능을 바꾸지 않으면 혁신성과가 나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모은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롭게 규제해야 할 사안이 생길 수 있고, 기존의 규제 중 풀어주고 없애야 할 게 생기는데 폐지와 개혁에만 소홀하다"면서 "이런 식의 규제혁신은 금융 산업의 제대로 된 발전을 돕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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