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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정부는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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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올 초 기획재정부에서는 복지, 산업 등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재정 지원을 위한 차관 주재 브레인스토밍 회의가 열렸다. 중장기적으로 재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쓰기 위한 아이디어를 얻는 게 이 회의의 목적이었지만 코로나19가 진정된 이후 정부의 역할을 묻는 근본적인 질문도 주목을 받았다. 정부 관계자는 당시 "코로나19 위기가 지나가면 정부가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지도 고민"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바야흐로 ‘큰 정부 대(對) 작은 정부’ 고민이 몇몇 관료들을 중심으로 이 때부터 나오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의 역할은 특정한 이벤트를 겪을 때마다 관심의 대상이 됐다. 특히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거버넌스(통치체제)’ 측면에서 정부의 역할이 커진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서서히 ‘작은 정부’를 지향하던 각국은 전염병 차단을 이유로 모든 부분에 개입하면서 소위 ‘큰 정부’의 전성시대를 연 것이다. 감염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각국은 시민들의 이동과 집합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고, 이런 조치는 경제활동에서 정부의 관여를 키운 계기였다. 금리를 대폭 낮추고 재정을 과감하게 풀어 돈이 결코 마르지 않는다는 점을 기업, 소비자 등 경제주체들에게 심어준 것이다. 실업자가 늘자 이들을 위한 자금도 방출하기 시작했다. 전세계에서 경제활동에 가장 높은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미국조차 정부가 나서서 달러를 찍어내고 개인들에게 돈을 쥐어주자 ‘큰 정부가 돌아왔다’는 메시지는 더욱 분명해졌다. 전세계 모든 나라들이 미국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큰 정부냐 작은 정부냐’ 논쟁은 코로나19를 회복해가는 과정에서 또다시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와 달리 이번엔 큰 정부에서 작은 정부로 역할이 줄어들 수 있냐는 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일상생활 복귀 등 모든 게 정상화돼 가는 상황에서 정부도 논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각국의 움직임을 보면 정부 역할을 둘러싼 논쟁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트럼프 전 행정부에 이어 또 다시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꺼내들었다. ‘큰 정부’ 비판이 일자 론 클레인 미 백악관 비서실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십개의 다리를 보수하는 게 큰 정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최근엔 주요 7개국(G7)이 글로벌 최저한세율 원칙에 합의한 게 자유주의자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칼럼에서 "지출규모가 큰 정부의 경우 시간을 끌면서 최저한세율을 흥정할지 모른다"고 밝혔다. 미국 법인들의 해외 이동을 막기 위한 바이든 대통령의 의도가 달성도 되기 전에 좌초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국내에서는 정부 역할 축소에 대한 공론화가 미미하다. 정부와 여당은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공식화했다. 규모의 문제가 남았을 뿐, 정부가 나서서 경제를 끌어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큰 정부’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력한 대선 후보들도 정부가 일정 수준의 소득을 보장해주겠다는 공약을 벌써부터 꺼내들고 있다.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의 역할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가 생산성 보다 복지 향상에 대규모로 재정을 풀면서 경쟁력의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고위관료를 역임한 한 원로는 약해진 경쟁력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역시 위기라고 진단했다. ‘큰 정부’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지금까지 없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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