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규의 7전8기]가상화폐 거래소는 안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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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의 박음질이 더는 지겨웠다. 나는 그냥 부스터 같은 걸 달아서 한번에 치솟고 싶었다. 점프하고 싶었다. 뛰어오르고 싶었다. 그야말로 고공 행진이라는 걸 해보고 싶었다. 내 인생에서 한번도 없던 일이었고, 상상 속에서도 존재하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기대조차 염원조차 해본 적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바로 지금, 그것이 내 눈앞에 번쩍이며 펼쳐져 있었다. J"


‘흙수저 여성 청년 3인의 코인열차 탑승기’를 다룬 소설 ‘달까지 가자’(장류진)의 주인공이 가상화폐 이더리움의 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지켜본 장면이다. 2021년 대한민국은 가상화폐로 뜨거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작가의 말처럼 미친 것이다. 극심한 취업난과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이전 세대가 경험한 도약과 상승을 상실한 청춘들에 남은 것은 코인밖에 없을 지 모른다.

가상화폐 열풍은 지속될 것인가, 완만한 연착륙은 가능할 것인가. 소설 속 주인공들의 코인투자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제도권 밖에 있고 규제가 없다. 미래를 밝게 보는 시각도 있지만, 내재가치가 없는 투기의 대상으로 언제라도 거품이 꺼질 것이란 경고도 있다. 최근 가상화폐 가격 폭락이 있었고, 일부 가상화폐 거래소의 거래가 일시 정지되기도 했다. 그동안 가상화폐 거래소는 당국의 인허가나 신고 없이 통신판매업자나 전자상거래업자로 등록하면 누구나 사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시행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소는 몇 가지 요건을 갖추고 9월부터는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를 마쳐야 영업을 할 수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는 안전한가.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바탕으로 화폐도 아닌 것이 가상화폐라는 이름으로 갈 곳 없는 청춘들을 현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도 든다. 독자적인 경제정책을 펴고 있는 개별 국가가 중요한 권능 중 하나인 화폐발행권을 포기할 리 없다. 포기하는 순간 경제정책의 중요한 한 축인 금융정책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법률의 시행으로 몇 곳을 제외한 가상화폐 거래소는 모두 문을 닫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현재는 투자자를 보호하는 법적 장치도 마련돼 있지 않고, 가상화폐에 대한 과세도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우려는 법원에서도 이미 감지되고 있었다. 2019년 서울회생법원에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파산신청이 처음으로 접수됐다. A거래소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전자지갑을 관리하던 임원이 거래소 전자지갑 개인키를 분실하여 당시 거래소의 전자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520개에 대한 반환이 불가능해지면서 파산신청을 했다. A거래소는 파산선고를 받았고 현재 파산절차가 진행 중이다. B거래소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이용자 중 일부가 집금계좌를 보이스 피싱 범행에 이용한 후 가상자산을 인출해 감으로써 계좌의 거래가 정지됐고, 가상화폐 잔고의 오류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더 이상 거래소 운영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파산신청을 했다.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곧 시작될 것이고, 새로운 제도의 시행으로 광풍에 휩싸인 가상화폐 거래소는 머지않아 그 실체를 드러낼 것이다. 가상화폐 거래소가 안착할 것인지, 아니면 대규모 파산으로 이어질 것인지 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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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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