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관련 美 외교문서 14건 공개…"전두환과 직접 접촉 염려"
[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이지은 기자] 미국이 5·18 관련 1980년대 외교문서 14건을 공개했다. 문서에는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 신군부를 실세로 인정하면서도 이를 인정하는 데 부담을 느꼈던 미 정부의 입장이 담겨있다. 최규하 당시 대통령에 대해서는 ‘식물 대통령(helpless president)’라는 직설적 표현을 쓴 대목도 있다.
외교부가 미국 정부로부터 최근 전달받은 비밀해제 외교문서 14건에는 이외에도 ▲12·12 사태 이후 군부 동향 ▲최규하 과도정부의 정치적 위상 ▲5·18 이후 정치적 처리 과정 등 5·18 민주화운동 이후 정치 상황을 재구성하는 데 필수적인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전두환에 대한 미국의 부담감= 미국은 5·18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군부 실권자로 인정하면서도, 미 정부가 직접 접촉하는 것을 꺼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군부에 대한 미 측의 입장’ 문서에는 국무부 차관이 ‘군 내 갈등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연례안보협의회(SCM) 개최를 연기하겠다’는 입장을 실권자인 전 사령관에게 전해 압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내용이 언급됐다. 그러면서도 전 사령관과 직접 면담하는 것이 그의 권세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기도 했다.
주한미국대사관이 비상계엄 확대 직후 본국으로 보낸 ‘서울에서의 탄압’이라는 문서에서도 군부가 실권을 완전히 장악했고 그 중심에 전 사령관이 있음을 적시했다. 다만 비상계엄은 그의 독단적 판단이 아닌 군부 실권자들의 집단 결정이라고 판단했고, 최 전 대통령은 ‘무력한 대통령’이라고 판단했다. ‘정치범에 대한 접근’ 문서에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수감된 인사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조치를 본국에 보고하는 등 김대중 전 대통령 재판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한 정황도 문서에서 포착됐다.
◆ 한미 ‘민주주의’ 가치 공유 의미= 이번에 공개된 문서들은 미국 국방부가 아닌 국무부 소관 자료로, 군부의 5·18 진압 작전이나 시위대에 대한 발포명령, 암매장 등 민감한 사안에 관련해 새롭게 공개된 내용은 없다. 그러나 5·18 민주화운동 이후 군부의 동향과 당시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아울러 한미 정상회담으로 양국이 민주주의와 인권을 핵심적 가치로 공유하는 동맹국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가운데, 바이든 정부의 첫 5·18 관련 문서 공개라는 점에서 향후 추가 비밀문서 해제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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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당국자는 "그간 꾸준히 다져온 양국 간 공감대와 협력 정신이 기밀 해제로 이어진 것"이라고 의의를 밝혔다. 미국 행정부가 5·18 민주화운동 문건을 우리 정부에 전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미 국무부는 보고 문건 중 일부인 43건을 우리 정부 요청에 따라 사건 40년 만에 한국에 전달한 바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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