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CTV 속 모르는 남자가"…계속되는 주거침입 범죄 '불안한 여성들'
'혼자 사는 여성' 노린 범죄 이어져
주거침입 범죄 매년 증가…2015년 7721건→2019년 1만2287건
시민들 "엄중 처벌해달라"
[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여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주거침입 범죄가 늘고 있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가해자들은 일면식 없는 여성의 집에 들어가기 위해 빌라 외벽에 설치된 가스 배관을 타거나 베란다 난간을 타고 넘어가는 등 범죄 수법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혼자 사는 여성들은 불안감을 호소하며 이 같은 범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최근 혼자 사는 여성의 집에 몰래 들어가 제집처럼 돌아다닌 남성의 모습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돼 파문이 일고 있다.
25일 SBS 등에 따르면 경기도 수원의 한 오피스텔 6층에 거주하던 여성 A씨는 올해 초 이 집에 이사 온 직후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A씨가 외출하고 돌아오면 안방 창문이 열려 있거나 배수구에 끼어놓은 휴지가 빠져 있는 등 집안 곳곳이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다.
께름칙한 느낌에 A씨는 결국 집에 CCTV를 설치했다. 그로부터 닷새 후 CCTV에 한 남성이 태연히 집안을 누비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 남성은 바로 옆 건물 6층에 살던 이웃으로, 그는 5분가량 A씨의 집에 머물다 현관문을 통해 나갔다. 그는 6층 높이에서 베란다 난간을 붙잡고 옆 건물로 넘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이 남성은 "술에 취해 호기심에 들어갔다"며 이전에도 한 차례 더 침입한 적 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불법 촬영 여부나 강력 범죄 등 고의가 있었는지 대해선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남성이 혼자 사는 여성의 집을 무단으로 침입해 파문이 일고 있다. 옆 건물 같은 층에 거주하는 이 남성은 베란다 난간을 통해 여성의 집을 드나든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SBS '뉴스8' 방송화면 캡처.
원본보기 아이콘이 같은 주거침입 범죄는 계속해서 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거침입은 2015년 7721건, 2019년 1만2287건 발생했다. 5년 간 59.1%나 증가한 것이다.
특히 범죄의 수법 또한 대담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20대 남성이 일면식 없는 여성의 집 창문을 열고 팔을 안으로 집어넣어 논란이 됐다. 당시 집안에는 여성이 있었으나, 이 남성은 창문을 열어 커튼을 만지는 등의 행위를 했다. 이 남성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처럼 혼자 사는 여성을 표적으로 한 각종 범죄가 이어지다 보니 여성의 불안감도 높아지고 있다. '2020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통계청·여성가족부)을 보면 범죄에 두려움을 느끼는 여성의 비율은 2018년 57%로 남성(44.5%)보다 여전히 높았다.
서울 관악구에서 홀로 자취하는 김모(28·여)씨는 "요즘 혼자 사는 여성을 노리는 범죄가 자주 일어나다 보니 두렵다"라며 "요즘은 집에 혼자 있으면 작은 인기척에도 예민해질 때가 있고, 엘리베이터를 이웃과 함께 탈 때도 괜히 섬뜩할 때가 있다"고 했다.
대학생 이모(26·여)씨는 "왜 혼자 사는 여성의 집에 침입하려고 하는지 도통 이해를 못하겠다. 결국 강간 등 성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침입하는거 아니냐"라며 "피해자들은 얼마나 큰 정신적 충격을 받겠나. 이사를 가더라도 계속해서 두려움에 시달릴 것 같다. 피해자들을 위해 제발 엄중한 처벌을 내렸음 좋겠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재판부의 솜방망이 처벌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거침입죄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이 있는 방에 손이나 얼굴 등 신체 일부만 들여놔도 성립되며, 침입 행위가 미수에 그쳤더라도 처벌 대상이 된다.
다만 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벌금형이나 집행 유예, 2년 이하 징역 등 가벼운 처벌만 받고 풀려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혼자 사는 여성의 집에 1년 동안 12차례나 몰래 들락날락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또한 집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특히 이 남성은 빌라 벽면 가스 배관을 타고 여성이 거주하는 2층까지 올라가 창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자 서울시를 비롯한 지자체들은 여성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홀로 거주하고 있는 여성들의 불안감 해소와 범죄예방을 위해 '여성 1인 가구 안심지원사업'을 지난해 11개 자치구에서 올해 25개 전 자치구로 확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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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서울시 여성정책담당관은 "증가하고 있는 1인 가구의 안전정책수요에 대응해 1인 가구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안심생활환경 조성을 확대할 수 있는 다양한 안전정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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