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데이터 기반 플랫폼 사업 활발…국내선 '사후 규제' 찬물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제10회 산업발전포럼'에 참석해 '진입규제의 문제점과 개선과제'란 주제로 기조발표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이 26일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열린 '제10회 산업발전포럼'에 참석해 '진입규제의 문제점과 개선과제'란 주제로 기조발표 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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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이기민 기자] 과도한 진입규제 정책이 시장실패의 보완이라는 애초 취지와 달리 ‘규제괴물’로 변질되면서 산업혁신과 소비자 후생 증진에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산업간 융합·통섭을 필수조건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이 제조, 유통, 모빌리티 등 전 산업군으로 확장되고 있는 만큼 기업들이 마음 놓고 새로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진입규제를 재설계하고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금알 낳는 거위’ 국내선 ‘그림의 떡’

진입규제가 산업혁신의 장애물이 되고 있는 전형적인 사례는 바로 데이터 기반 플랫폼 산업이다. 일례로 모빌리티 분야를 보면 우버(Uber) 출범 이래 카카오 카풀, 타다 등 다양한 차량공유서비스가 시장 개척에 나섰지만 현재는 모두 관련사업을 중단한 상태다.

국내 차량공유서비스가 태동기를 넘지 못한 것은 이를 생존권 위협으로 인식한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부딛혔기 때문이다. 이익집단의 목소리가 커지며 행정부와 입법부가 ‘사후 진입규제’를 만든 것이다.


화룡점정은 소위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법 개정안이다. 치열한 논쟁 끝에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타다는 차량공유사업을 접고 고급택시 사업 등으로 연명하는 처지다. 김성준 한국규제학회장은 "이는 관료가 무능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익집단에 포획(capture) 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문제는 이로 인해 향후 수 십 조원 규모로 확대될 수 있는 데이터 기반 혁신산업의 기반이 봉쇄됐다는 점이다. 현재 세계 각 국에선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를 꾸준히 내놓고 있고, 이를 통해 확보된 운행 데이터로 새로운 사업영역을 꾸준히 개척하는 등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미국 우버의 경우 공유차량 운행으로 축적된 빅데이터를 통해 음식배달 서비스(우버이츠)에 성공적으로 진입했고 그 결과 연 매출액을 2016년 50억달러에서 2019년 141억달러로 3배 가까이 끌어올리기도 했다.


특히 이런 흐름이 앞으로 다가올 빅데이터, 인공지능(AI), 자율주행차 기반 모빌리티 서비스에 전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는 크다. 미국(GM·구글), 중국(디디추싱·바이두), 일본(토요타) 등 주요국의 모빌리티 업계는 자국의 승차공유서비스를 통해 관련 누적 데이터를 늘려가고 있다. 이는 추후 자율주행차 기술 격차로도 이어질 수 있단 우려가 크다.


이종욱 한국모빌리티학회장은 "모빌리티 생태계의 핵심적인 기술들이 매끄럽게 연결되고 도전적인 초기 성과를 내도록 규제의 틀도 변화시키고, 관련 규제를 한데 모은 ‘모빌리티 생태계 규제 포털’을 만들어 관련 기업의 법적 리스크도 줄여 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는 비단 모빌리티 플랫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OTT(Over The Top) 등 온라인 플랫폼, 의료 광고 플랫폼, 온라인 법률 플랫폼 등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대형마트도 전통시장도 울상…간데 없는 소비자

진입규제는 때론 보호대상인 중소상공인과 소비자 후생을 도외시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유통업계가 대표적 사례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 제12조 제2항에 따라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로 제한되고 있고, 월 2회 의무휴업도 실시 중이다. 한시적으로 도입된 전통산업보존구역(재래시장 반경 1㎞) 이내 대형 및 중소점포, 신규 출점 규제조항도 연장을 거듭 중이다.


이런 강력한 규제에 더해 최근 코로나19로 온라인 유통채널이 급성장하며 대형마트는 상당한 타격을 받고 있다. 당장 수익이 줄어든 대형마트 3사는 올해에만 20개 점포를 폐쇄한 상태다.


문제는 이런 강력한 규제에도 보호대상인 전통시장이 별 다른 실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단 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 1월 발표한 설문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의무휴무일 상품구매처론 응답자의 36.8%, 15.4%가 슈퍼마켓과 온라인을 꼽았고, 전통시장은 편의점(10.3%)에도 미치지 못한 8.3%에 그쳤다.


하지만 정치권은 유통산업과 관련한 진입규제를 더욱 강화할 태세다. 당장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국회에 발의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16건으로, 이중 12건은 대형마트뿐 아니라 복합쇼핑몰, 백화점, 식자재마트까지 규제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진입규제가 복합쇼핑몰·대형마트 내 입점해 있는 중소 상공인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한다. 업계에 따르면 유통업계 주요 3사의 점포별 입점 파트너사 비중은 60~90% 수준에 육박한다.


소비자 후생에 끼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전경련의 설문조사 결과 복합쇼핑몰 영업규제에 반대한다는 의견은 수도권 기준 53.6%로 찬성 의견(38.1%)을 압도했다. 최근 2030세대 등이 복합쇼핑몰을 단순한 쇼핑공간을 넘어 외식, 문화, 오락, 여가공간으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이런 진입규제가 소비자 후생을 퇴보시킬 수 있단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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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승 한국유통학회장은 "유통규제는 제조에서 소매판매로 이어지는 유통 밸류체인 참가자들을 고려, 납품 제조업체와 소비자까지 모두 포괄하는 입체적인 관점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미래 유통산업이 거대한 변화의 앞에 선 가운데, 유통 생태계의 모든 주체가 상호 협력·상생하도록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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