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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비틀기] 가상화폐가 튤립 버블? 뉴턴도 당한 ‘남해 버블’에 가깝다

최종수정 2021.05.16 12:07 기사입력 2021.05.16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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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후 남은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남해회사
급등 후 폭락한 남해회사 주식…뉴턴도 고점에 물렸다
코로나19·국가채무·부동산과 주식…그리고 등장한 가상화폐

가상화폐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이른바 ‘광풍’으로까지 비견됩니다. 하지만 광풍이 불수록 잠시 멈춰 서서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제로 지적해야 할 부분까지 함께 휩쓸려가면 언젠가 더 큰 문제로 나타나기 마련입니다. 차분히 가상화폐 시장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 ‘비트코인 비틀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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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공병선 기자] 가상화폐 비관론자들은 흔히들 가상화폐 시장을 투기의 대명사 튤립에 비교한다. 튤립버블이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투기 광풍이다. 튤립 가격이 한 달 만에 50배 오르는 등 엄청난 상승세를 보였지만 법원에서 튤립의 재산적 가치를 인정할 수 없다고 결론 내리자 가격은 급속도로 빠졌다. 즉, 가상화폐도 17세기 튤립처럼 가격이 급등했다가 갑자기 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엄연히 따지면 가상화폐 시장은 튤립보다 ‘남해 버블’에 더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 남해 버블이란 1711년 영국에서 설립한 기업 ‘남해회사’에서 비롯된 투기를 말한다. 남해 버블이 현재 가상화폐 시장과 더 가깝다고 말하는 이유는 당시 거시적 상황이 현재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해 버블의 어떤 점들이 튤립 버블보다 현 상황에 더 가까운 것일까. 하나씩 살펴보자.


낙관에서 시작된 튤립 버블

튤립 버블은 호황에서 비롯됐다. 당시 네덜란드는 다국적 기업 동인도회사가 크게 성공하면서 일류 국가에 올라섰다. 하물며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는 주식을 처음 발행한 기업이기도 하다. 자본주의의 시스템을 구축할 만큼 경제적, 정신적 여유가 있었단 의미다. 게다가 독일에선 30년 전쟁이 발발해 보헤미아, 체코 지역의 작물 산업은 힘을 쓰지 못해 네덜란드가 작물 부문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져가기 시작했다.


여유를 바탕으로 귀족과 부자들은 튤립에 관심을 보인다. 이에 튤립이 사치품으로 인식되며 가격도 올랐다. 문제는 함께 여유가 생긴 서민들도 튤립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이다. 집집마다 튤립을 키우며 큰돈을 벌겠단 꿈을 꿨다. 네덜란드 전역이 튤립에 몰두하자 1637년엔 한 달에만 튤립 시세가 50배씩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버블은 오래가지 않았다. 사실 버블에 참여한 사람들도 튤립의 가치가 이 정도에 이를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스로 한탕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던 셈이다. 이에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기 시작하자 튤립의 시세는 급락하기 시작한다. 반년도 채 되지 않아 튤립의 시세는 최고가 대비 95% 정도가 하락했다.


전쟁과 부채에서 시작된 남해 버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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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버블은 다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쟁 후 부채에 허덕인 데다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었던 영국 정부가 내놓은 방안이 남해회사였다”며 “남해회사는 철저히 국가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회사다”고 설명했다. 즉, 국가의 좋지 않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남해회사가 만들어진 것이다.


실제로 영국은 1701~1714년까지 스페인 왕위계승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수많은 전쟁자금을 조달한 탓에 부채가 크게 늘었다. 전쟁 막바지 영국의 채무는 1000만파운드에 달했으며 영국 재정지출 중 9%가 채무상환과 군사비였다.


하지만 남해회사는 이익을 낼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영국 정부로부터 얻어낸 스페인 식민지에 노예를 공급할 수 있는 권한과 남태평양 무역 독점권을 얻어냈지만 큰 이익을 내지 못했다.


1718년 남해회사는 복권 발행으로 큰 이익을 보자 아예 금융기관으로 변모한다. 주식으로 돈을 벌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적자에 허덕이던 남해회사는 다단계 사기 수법을 사용한다. 방법을 자세히 보면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국채를 교환. 즉, 남해회사 주식의 액면가가 100원, 시장가격 200원이라면 시장가격에 맞춰 영국 정부의 부채 200원을 가져옴. ▲하지만 발행 허용 수량은 교환 금액을 따르므로 액면가 200원분의 주식 발행 가능. 즉, 200원치 부채를 가져오면서 주식은 시장가격 기준 400원치 발행 가능. ▲이 주식을 팔면 매출 200원은 고스란히 남해회사의 것. ▲이익 상승과 더불어 남해회사의 주가도 상승 등의 순서를 따랐다. 즉, 별다른 사업내용 없이 이익을 내고 주가 상승까지 이어졌던 것이다.


남해회사는 3100만파운드가량의 영국 국채를 인수한다고 밝히는 동시에 750만파운드의 부담금을 내고 주식 발행권을 얻어낸다. 로비 비용까지 고려하면 880만파운드까지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정부는 남해회사의 수법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영국 정부의 부채 5000만파운드 중 1500만파운드가 고금리에 비유동적인 장단기 연금 증서였는데 남해회사가 이 부채를 줄여줄 수 있다고 장담했기에 영국정부에서 문제 삼을 이유가 없었다.


끼기 시작하는 거품…뉴턴조차 물려버린 남해회사 주식

사기 수법으로 남해회사의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자 대중들은 남해회사를 과도평가하기 시작했다. 남해회사는 실질적인 내재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했지만 스페인 식민지에서 통상권을 확보하고 은 광산을 운영하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한 노예를 공급하는 권한과 무역 독점권도 활용하면서 큰 이익을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 아울러 남해회사 임원들은 주가를 더 끌어올리기 위해 스페인이 영국에 페루 포토시 은광을 넘겨주기로 했으며 은이 쇠처럼 흔해질 것이란 거짓 정보를 흘리기도 했다.


이로 인해 남해회사의 주가는 급등하기 시작한다. 부채를 빠르게 갚아야 할 영국 정부는 오히려 이러한 방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해당 안은 의회를 통과했다. 이에 1720년 1월 128파운드였던 주가는 5월 550파운드까지 급등했다. 8월엔 1000파운드까지 오르기도 한다.


문제는 남해회사의 방법을 따라하는 기업이 우후죽순 생겨났다는 것이다. 시류에 편승한 무허가 기업이 생겨났다. 사람들도 무작정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판단해 기업들이 어떤 사업을 진행하는지도 모른 채 아무 주식이나 사들였다. 홍 교수는 “심지어 돈을 입금하고 난 후에야 사업내용을 알려준다거나 아예 알려줄 수 없다는 회사도 있었지만 사람들은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감에 투자했다”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는 거품이 과하다고 판단해 1720년 7월 거품규제법을 통과시킨다. 영국의 작가 존 카스웰은 우후죽순 생긴 회사들이 남해회사의 몫을 가져가자 불만을 가진 영국 정부가 규제했다고 주장하지만 아무튼 쉽게 회사를 설립할 수 있는 길이 막히게 된다. 이에 9월 말 남해회사의 주가는 150파운드까지 급락한다. 튤립 버블은 네덜란드 경제에 크게 악영향을 끼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남해 버블은 달랐다. 남해회사 시가총액 1억6400만파운드 중 1억300만파운드가 사라졌다. 당시 남해회사의 시가총액은 영국 전체 주식시장의 약 25% 이상을 차지했다.


만유인력으로 유명한 과학자 아이작 뉴턴도 남해 버블의 피해자였다. 그는 1720년 4월 보유하고 있던 남해회사 주식을 매각해 수익률 100%를 기록하며 시세차익 7000파운드를 얻는다. 하지만 재투자를 하면서 고점에 물려 손실 2만파운드를 기록했다. 이후 뉴턴은 남해라는 단어 자체를 들을 때마다 괴로워했다고 한다.


지금과 비교해본다면?…코로나19, 부동산과 증시, 그리고 가상화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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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와 비교해보면 가상화폐 급등을 앞둔 상황과 남해 버블은 꽤 비슷하다. 준전시상황이 발생했으며 투기에 가까운 상황이 번갈아가며 발생하고 있다.


먼저 코로나19라는 준전시상황이 발생했다. 물론 전쟁은 아니지만 코로나19를 대처하기 위해 각 국가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가져왔다.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해 제너럴일렉트릭, 힐롬홀딩스 등 6개 업체에 인공호흡기 생산을 명령했다. 국방물자생산법의 발동은 1950년 한국전쟁 이후 처음이다.


유동성이 넘치는데 마땅한 투자처도 없다. 이미 부동산은 오를 데로 올랐다. KB국민은행 리브 부동산의 월간 매매지수 통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5월부터 지난 3월까지 서울의 아파트 매매 가격은 44.74% 상승했다. 한국만의 상황은 아니다. 지난해 3분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집값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증시도 투자하기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코스피는 올해 3000을 넘어 3200선까지 돌파했다. 이런 상황에서 공매도가 재개되자 더 이상 주가가 오르기 힘들 것이란 여론이 형성됐다.


국가 채무도 급등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5년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64.96%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2015년(40.78%) 대비 약 24%포인트 상승하는 것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한국의 국가채무가 높은 수준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역시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에 따르면 2019년 글로벌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는 83%였지만 지난해 98.6%까지 급등했다. 선진국들이 금리를 올릴 경우 신흥국부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가상화폐다. 비트코인이 급작스레 새로운 투자처로 떠올랐다. 심지어 전통적인 투자자산 금을 대체한다는 말도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달 가상화폐 투자업체 마이크 노보그라츠 최고경영자(CEO)는 “금융기관의 가상화폐 시장 참여세가 놀랍다”며 “비트코인이 금의 시총을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남해회사의 시총이 급등했듯 가상화폐 시장에도 돈이 몰렸다. 지난 7일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의 하루 거래량은 45조원으로 코스피의 3배에 달했다. 가상화폐 시황 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6일 기준 가상화폐 시장 전체 시총은 2조2283억달러(약 2518조원)다. 이는 국내 전체 증시의 시총 2615조원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또한 최근 출처를 알 수 없는 진도지코인이 여러 피해자를 낳는 등 가상화폐도 우후죽순 생기고 있다.


하지만 내재가치가 분명하지 않은 탓에 변동성이 크고 대중들의 의구심도 짙어지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 결제 시스템을 중단한다고 선언하자 당시 비트코인은 10.73% 하락했다. 연이틀 머스크 CEO가 비트코인의 환경문제를 지적하자 6000만원 밑으로도 떨어졌다. 가격을 끌어올렸던 장본인이 비트코인을 부정하자 아예 급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거품규제법처럼 정부의 규제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13일 미국 법무부와 국세청은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를 조사하기로 했다. 자금세탁과 탈세가 그 이유다. 지난달 28일 미국의 규제 및 수사당국이 참여한 민관 태스크포스(TF) 팀은 법무부에 가상화폐 압수를 전담할 특별팀 설치를 촉구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앞서 언급한 영국의 작가 존 카스웰은 남해 버블을 두고 이런 말을 남겼다. “진정한 자본가치 이상의 추가적 상승을 바라는 것은 그저 공상일 뿐이다. 이것에 당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일찌감치 팔아치우는 것이다. 그리고 악마가 맨 뒤 사람을 잡아먹도록 내버려 두라.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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