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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人]의문의 이혼 뒤 무성한 추문설…빌게이츠, 선한 '기부왕' 이미지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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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린다가 이혼 결심한 2년전
게이츠-소아 성매매 범죄자
연관설 기사 다시 수면위로

[사람人]의문의 이혼 뒤 무성한 추문설…빌게이츠, 선한 '기부왕' 이미지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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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세계 최고의 부자’ ‘PC시대의 기린아’ ‘소송의 달인’ ‘위대한 자선사업가’ ‘코로나19 발병을 예측한 선각자’…. 지금껏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를 대변하던 표현들이다. 얼마전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게이츠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난 30년간 쌓아온 영광이 모래성처럼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아내 멀린다 게이츠와의 이혼이 공식 발표되면서다.


이혼이 흔한 미국임에도 이번 발표는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불쑥 터져 나온 소아성매매 범죄자와의 연관성은 문제를 일파만파로 확대하고 있다.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웃집 아저씨 같던 이미지의 게이츠는 더 이상 미국 재계에 발을 붙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

게이츠는 하버드대를 일찌감치 중퇴하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지금은 기억 속으로 사라진 MS 도스(DOS) 운영체제를 세계 최대 IT업체 IBM에 공급 계약하며 그의 운명이 달라졌다. 게이츠가 어릴 때부터 코딩에 뛰어났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가 도스를 개발한 것은 아니다. 그는 다른 회사에서 사온 도스를 IBM에 공급했다. 게이츠는 자신이 주선한 도스 거래가 불발되자 개발해본 적도 없는 도스를 IBM에 납품하겠다고 제안했다.


‘전 세계 기업 역사상 최악의 실수’로 평가되는 이 계약은 향후 전 세계 컴퓨터 산업의 물줄기를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꾼 시발점으로 꼽힌다. 소프트웨어를 게이츠에게 맡긴 IBM의 기업 가치는 지금 MS의 7% 정도에 그친다. IBM으로서는 그야말로 땅을 칠 일이다.


1986년 3월13일은 게이츠에게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이날 MS가 나스닥에 상장했다. 창업 12년 만이었다. 세계 1위 부자 게이츠가 탄생한 출발점이다.

게이츠는 도스에 이어 그래픽 환경을 수용한 윈도 시리즈를 선보이며 PC시대를 평정하기 시작했다. 윈도 없는 PC는 생존이 불가능해졌다. 게이츠는 윈도의 등장 직후인 1995년 세계 최고 부자 자리에 올랐다. 이후 2017년까지 그 자리는 다른 이에게 허용되지 않았다.


MS와 게이츠는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직전까지 PC와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최상단을 차지했다.

MS는 윈도에 끼워 넣은 웹브라우저 익스플로러를 통해 인터넷 세상도 장악했다. ‘워드’와 ‘엑셀’은 워드프로세서와 스프레드시트를 뜻하는 대명사가 됐다.


최상위 포식자로서 MS와 게이츠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무자비한 소송전을 일으키기도 했다. IT업계에서 게이츠는 공공의 적이었다. IMF금융위기 당시 MS는 한글과컴퓨터의 ‘한글’도 인수하려 한 바 있다.


이때 MS와 게이츠를 겨냥한 화살이 날아들었다. 98년 미 법무부가 20개 주정부와 함께 MS를 상대로 독점금지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MS는 회사 분할 명령까지 받았다. 탈출구가 없어 보이던 위기였다. 이번에도 운은 게이츠의 편이었다. 친기업적인 공화당 소속 조지 W 부시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소송은 흐지부지 합의로 막을 내렸다. 경쟁자들은 절망했다.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게이츠에게 변화가 생겼다. 그는 94년 부인 멀린다와 결혼했다. 게이츠는 자신만큼은 아니더라도 역시 수재였던 멀린다와 결합하며 가정을 꾸리면서 변화하기 시작했다. 결혼 6년 만인 2000년에 빌은 MS의 최고경영자 직책을 스티브 발머에게 물려줬다. 그리고 2008년 빌앤드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출범했다.


세계 1위 부자가 선보인 자선 재단은 빈국의 경제 규모 이상의 위력을 가졌다. 빈곤과 전염병 퇴치에 나선다는 계획도 이목을 끌었다. 12년 후 창궐한 코로나19는 게이츠의 위상을 더욱 높였다. 그는 코로나19 방역과 퇴치에 아낌없이 기부했고 세상은 그를 ‘성인’으로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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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의 만남도 게이츠의 인생항로를 바꾼 계기다. 91년에 만난 두 사람은 이내 단짝이 됐다. 버핏은 게이츠에게 자선이라는 의미를 심어 줬다. 게이츠와 부인 멀린다, 버핏 삼각 편대는 부자들의 기부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유산을 기부하자는 ‘기빙 플레지’ 운동도 이들의 작품이다. ‘컴퓨터 황제’에서 세계적인 ‘기부왕’으로 변신한 게이츠의 이야기는 위인전으로까지 나와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줬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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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가 있다면 음지도 있는 법. 2021년 5월3일 과거의 게이츠는 사라졌다. 부부는 이혼을 발표했다. 함께 성장할 수 없어 이혼을 결정했다고 했다. 이후 더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멀린다가 게이츠와 소아 성매매 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이 만났다는 2019년 뉴욕타임스 보도 후 이혼을 결심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게이츠가 가족에게서 배척당하고 있다는 보도와도 일맥상통해 보이는 대목이다. 양측은 게이츠와 엡스타인 간의 교류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2019년 보도 당시엔 게이츠가 사업상 교류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불륜이나 성에 대해 비교적 자유로운 미국도 미성년자 성범죄는 엄단한다. 엡스타인의 지인들이 그와의 관계를 단절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차남 앤드루 왕자는 엡스타인을 통해 소아 성매매 사실이 드러나며 전 세계적인 공분을 사고 결국 공직에서 물러났다.


가족까지 등을 돌린 상황은 게이츠의 실수를 의심하게 한다. 자선으로 위장한 역사상 최고의 가면이 벗겨질 수 있는 상황이다. 사실이라면, 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몰락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마 쉽지 않을 듯하다.




뉴욕=백종민 특파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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