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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수무책 기술유출]中으로 빠져나가는 韓기술…美와 무역마찰 빌미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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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패권 다툼 속 韓 기술 유출, 정부 관리 부실로 비화 가능성
정부, 중견기업 '매그나칩 반도체' 중국 매각 승인 여부 판단중
핵심인재·기술 엑소더스, 정부 경각심 갖고 대응 강화해야

[속수무책 기술유출]中으로 빠져나가는 韓기술…美와 무역마찰 빌미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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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반도체 등 핵심 산업기술의 중국 유출은 기술안보 문제는 물론이고 이젠 미국의 대(對) 중국 기술 봉쇄란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할 시점이 됐습니다."(산업통상자원부 통상담당 국장)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후 중국으로의 산업기술 유출이 자칫 한미간 갈등 요소로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이 기술 패권 다툼으로 확전 양상을 보이는데다,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제외하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대응이 보다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기술 유출 문제가 국내 산업의 경쟁력 훼손을 넘어 우리 정부의 관리 능력 문제로 비화될 경우 미국과의 마찰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5일 산업부에 따르면 중견 시스템 반도체기업인 매그나칩 반도체를 중국으로 매각을 승인할지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현재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했는지 검토중이다.


이는 지난 2012년 도입한 국가핵심기술 해외 인수·합병(M&A) 신고제도에 따른 것이다. 이 제도는 정부에서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개발한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관이 해외 M&A 등 외국인 투자 진행시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한다. 처음엔 신고제로 운영됐다가 지난해부터 승인제로 변경됐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실이 산업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제도 도입 후 지금까지 정부는 총 6건의 해외 M&A 신고를 수리·승인했다. 2012~2019년 자동차 2건, 철도 1건, 생명공학 1건의 해외 M&A 신고를 접수했지만 작년 한 해만 전기·전자 분야에서 해외 M&A 2건을 승인했다.

매그나칩은 올해 첫 국가핵심기술 해외 M&A 승인 판단 대상이다. 이 회사는 TV·스마트폰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작동하는 핵심 반도체인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을 생산한다. DDI칩 설계와 생산에 필요한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면 매각은 불발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매그나칩과 관련해 "이 회사의 반도체 기술의 경우엔 국가핵심기술 대상인 30nm 파운드리 제조 기술은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문승욱 신임 산업부 장관은 최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문위원회에서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를 검토중"이라며 "면밀히 들여다보고 보호해야 하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매그나칩 매각 과정을 바라보는 업계의 시각에는 우려가 가득하다. '하이디스'의 데자뷔라는 시각도 있다. 중국 BOE는 지난 2002년 SK하이닉스의 액정표시장치(LCD) 사업부 전신으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하이디스를 인수해 기술과 노하우를 전부 빨아들였다. 이를 발판으로 2003년 6월 LCD 생산을 시작해 지금은 세계 1위 LCD 기업으로 성장했다.


국내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핵심인재 영입과 M&A는 물론 불법적인 기술 탈취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노골적인 '한국 기술 베끼기'가 지속되면서 정부가 기술 유출 문제에 보다 경각심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반도체 기업 매각 등을 비롯해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은 미·중 갈등 구도에서 더 이상 민간기업의 문제만이 아니다"며 "기술안보는 이제 우리 정부의 관리 능력 문제로까지 비춰질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우리 산업 경쟁력 보호는 물론 국제적인 정세 변화 등을 고려해 정책 결정을 신중히 하고 철저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일본과 대만은 인력·기술유출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가 경쟁력 훼손 방지는 기본이고 중국과 기술 전쟁을 펼치는 미국에 보조를 맞추기 위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주요 경제단체, 기업들과 경제 안전보장을 논의하는 협의체를 설립해 연내 가동하고, 주요 대기업에 경제 안전보장 담당 임원을 별도로 두도록 할 계획이다. 대만은 반도체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중국 대륙 내 취업을 금지하기로 했다. 중국 일자리 소개와 광고를 제한하고 위반시 최고 500만 대만달러(한화 약 2억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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