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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MZ세대 노조에 대한 기대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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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MZ세대 노조에 대한 기대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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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지지층이던 2030 MZ세대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대거 야당을 선택했다. MZ세대의 이변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비정규직 전환문제와 서울교통공사의 채용비리에서 조짐을 보였다. 공정성의 결여에 분노한 MZ세대는 이제 사무기술직 노조를 만들고 있다. 네이버 등 IT서비스업에서는 이미 만들어졌고 최근엔 현대자동차 등 제조 대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자신들의 이익 챙기기를 넘어 정치사회 변혁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 마치 1987년 6월 민주화운동으로 이들의 부모세대가 노조를 만들어 권위주의 노사관계체제를 허무는 역할을 했듯, MZ세대는 고비용-저효율-불평등을 키우는 ‘87 노사관계체제’의 모순을 타파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MZ세대는 부모와 삼촌세대에 비해 사고가 자유롭고 노조에 대한 관심은 적다. 이들은 진영 논리는 거부하고 변화에 대해 적극적이고 대응도 합리적이다. 빚을 내서라도 부동산과 주식에 투자하고 비트코인에까지 투자해 우려를 자아내지만 위험에 중립적이다. 이들은 공동체에 대한 배려는 작고 자신의 미래와 재테크에는 관심이 크다. 각자도생하게 하고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제도적 장치가 없으면 MZ세대의 노조 설립은 불평등 악화 등의 문제를 낳게 된다. 기술혁신이 숙련에 따라 소득 격차를 키우게 되는데 노조의 힘까지 더해지면 더 커진다. IT를 활용하는 고숙련 노동에 대한 수요는 급증하는 반면, 고숙련 인력 양성은 상대적으로 적어 숙련 인력 중심인 MZ노조는 협상력이 올라간다. 그 결과 IT서비스대기업의 임금인상 경쟁은 커진다. 벌써 이들 MZ세대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1억원을 넘었고, 네이버는 3년간 매년 1000만원어치 주식까지 더해 주기로 했다.

기술혁신의 혜택이 근로자들에게 골고루 돌아가게 하려면 기업과 정부도 혁신에 나서야 한다. MZ세대의 불만을 급여 인상으로 무마하는 임시방편은 소용없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미래를 여는 데 도움이 되는 기업이 돼야 한다. 한국의 IT서비스기업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구글은 모든 직원에게 주당 근로시간의 20% 이상을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쓸 수 있도록 ‘20% 룰’을 도입했다. G메일이나 구글 맵은 자율과 창의적인 노동을 통해 얻은 성과다.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인 보쉬는 전 직원들을 팀으로 나눠 보쉬를 이길 수 있는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채택된 팀은 일상 업무에서 8주 동안 벗어나 그 일에 집중하도록 했다. 이런 혁신적인 기업가 정신은 노사관계를 안정화시키고 숙련 인력 확보 경쟁력도 높였다. MZ세대는 기술혁신에 맞게 조직혁신과 인적자본혁신을 함으로써 고임금-고생산성의 선순환구조가 확립되기를 원하는 것이다.


MZ세대 노조 설립은 고실업과 불평등에다 기술과 산업 전환에 따른 결과다.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방치하면 노조 성장과 함께 쇠락했던 제조업처럼 막 꽃을 피우려는 IT서비스기업도 곧 시들고 만다. 우리나라 노동 관련 법제도는 공장 노동 중심이라 현실에 맞지 않고, 교육은 암기와 시험 중심이다. 대학은 정부 통제하에서 숙련 인력을 양성하지 못하고 있어 청년실업은 더 악화했다. 공공일자리나 청년 수당 등 복지정책은 실업을 장기화함으로써 MZ세대를 저성장-고실업의 늪에 빠뜨렸다. 노동시장의 역동성을 키우도록 정책혁신을 해야 MZ세대의 노조 설립이 야기할 수 있는 노사관계와 고용의 불안을 막을 수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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