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금융원리'와 '구조적 모순'…감독개편이 답이다
'차입자의 신용등급과 소득에 따른 대출 금리와 한도의 합리적 차등화는 금융원리'다. 지난 3월 29일자 본 '시론'이 제시한 경제학자의 보편적 시각이다. 바로 이튿날 "저신용자가 높은 이율을 적용받는 건 구조적 모순"이라는 대통령의 지적이 언론에 보도됐다. '금융원리'가 하루아침에 '구조적 모순'으로 전락한다. 시각차가 하늘과 땅이다.
세상은 대통령의 '금융 몰이해'를 말한다. 맞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재정이 맡아야 할 복지 및 재분배를 '따뜻한 금융'을 내세워 서민금융으로 다뤄 온 금융관료들과, 금융을 화수분 취급하는 정치인들. 이분들은 그런 몰이해에 책임이 없나.
"서민의 고금리부담을 덜고, 금융소비자와 취약계층을 두텁게 보호하여 포용금융의 온기를 확산시키겠다"는 것이 연초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국의 2021년 다짐이다. 서민과 취약계층을 겨냥한 서민금융 정책에 마냥 올인하다보니 감독자 본연의 소비자보호는 뒷전이다. 이해상충이다. 최근 펀드부실로 인한 소비자보호감독 실패도 우연이 아니다. 오래전 2008년 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감독당국이던 금융위를 확대 개편해서 금융정책까지 맡긴 탓이다. 한편 정치권은 금융자원의 정치적 동원과 배분을 위해 이익공유·손실보상 등 각종 명목으로 상생법안을 논의 중이다. 여기에 금융위가 앞장서 손발을 맞추는 게 현실이다.
그런 동안 우리 사회의 금융질서와 금융원리가 뿌리째 흔들린다. '은행빚 탕감' 입법이 공공연히 추진될 정도다. 건전성감독이 괄시받고 진정한 소비자보호는 찾기 어렵다. 이는 금융정책·감독 간 이해상충, 감독의 정치 예속, 머리(금융위원회)와 몸통(금융감독원)이 분리된 이원 감독 등 금융감독의 구조적 문제들이 오랜 세월 빚어낸 결과다.
다행히도 돌파구는 있다. 법적 독립성이 보장된 한국은행에게 금융감독을 맡기는 것이다. 이는 구조적 문제들을 단칼에 날려버릴 명쾌한 묘안이자 유일한 해법이다. 나아가 다음과 같은 점에서 더없이 시의적절하다.
우선 최근의 세계적 추세에 부합한다. 칼보(D. Calvo) 등의 2018년 연구에 따르면, '중앙은행이 미시·거시건전성과 정리 분야에서 실질적 권한을 얻는 추세'가 글로벌 위기 이후 두드러졌다. 나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나 기후변화와 같은 그린스완에 대처하기 위해서도 '중앙은행이 미시·거시건전성 감독을 통해 금융안정을 통합적으로 다룰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 국제결제은행(BIS) 레스토이(F. Restoy) 금융안정연구소장의 진단이다.
또한 그동안 미결과제였던 감독모형 선택의 문제가 절로 해결된다. 지난 2012~13년 감독개편 논쟁에선 통합모형(단일 감독당국자가 모든 금융회사와 시장을 감독하는 구조)과 쌍봉모형(미시건전성감독자와 소비자보호감독자가 별개로 분리된 구조) 간 선택 문제가 주된 걸림돌이었다. 하지만 미시·거시건전성 감독이 맡겨진다면 한은에게 더 이상의 권한집중은 아무래도 조심스럽다. 소비자보호감독자를 한은 바깥에 두는 쌍봉구조를 향해 초점이 자연스레 모아질 것이다.
상황이 엄중하다. 한은을 감독의 중심에 세우기 위한 감독개편 논의가 당장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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