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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안전속도 5030' "안전이 우선" vs "세금 걷기" 엇갈린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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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안전속도 5030' 전면 시행
시민들 "안전 우선시 돼야", "세금 걷기용" 엇갈린 반응
전문가 "일률적인 속도 제한 아쉬워...핀셋 정책 펼쳐야"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사거리에 속도 제한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김초영 기자 choyoung@asiae.co.kr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사거리에 속도 제한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김초영 기자 cho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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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초영 기자] "차가 사람보다 우선시 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안전을 위해서라면 속도 제한을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사람이 없는 도로에서 속도를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의문이다. 차라리 어린이 보호구역처럼 구역을 구분지어서 실시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

전국 시내 주요 도로의 제한 속도를 낮추는 '안전속도 5030'이 지난 17일부터 시행된 후에도 시민들의 의견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속도제한 규정은 석 달의 유예기간 후, 오는 7월17일부터 본격적으로 단속에 들어가게 된다. 제한속도를 어기면 최대 14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시민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안전사고 위험이 줄었다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지나친 규제라는 비판도 상당했다. 전문가는 일괄적 속도 제한이 아닌 핀셋 규제를 제언했다.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김 모(32)씨는 "(보행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속도 제한을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10분 정도 더 걸리는 건 충분히 감수할 수 있는 부분 아니냐"며 "제도가 잘 정착돼 보행자들이 조금 더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20년 경력의 택시기사 박 모(62)씨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차량 속도가 줄면 사고는 확실히 줄 것"이라며 "지켜야 할 것은 지켜야 사고가 안 난다"고 했다. 박 씨는 "급한 손님들은 빨리 가야 하는 데 못 가니까 답답해하기도 한다"면서도 "서울 시내는 평소에도 막히는 편이라 이전에도 50km가 잘 안 나왔다"고 말했다.


정부에 따르면 '안전속도 5030' 정책을 시범 운영한 부산에서는 지난해 보행 사망자가 47명으로 전년 대비 33.8% 감소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중 31개국은 이미 도시지역 제한속도를 50km 이하로 낮춰 교통사고 예방에 큰 효과를 거뒀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속도 제한이 일률적으로 적용돼 아쉽다는 목소리도 다수 나왔다. 대학생 이 모(23)씨는 인적이 드문 도로에서도 일률적으로 속도제한을 적용하는 것이 효율적인 것인지에 의문을 표시하면서 "차라리 어린이 보호구역처럼 구역을 구분 지어서 실시하는 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씨는 "안전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택시와 같이 급해서 타는 교통수단들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런 부분을 감안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제한한 것에 대해 공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주행 시간이 크게 차이가 안 난다고 하지만 고민이 많이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주부 김 모(33)씨는 "모든 도로에 똑같이 속도 제한을 적용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주위에서 세금 더 걷으려고 이러는 거 아니냐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교통 체증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직장인 박 모(56)씨는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 싶다"라며 "이미 출퇴근 시간대에 교통체증이 심각한데 앞으론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20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앞에 시속 50km 이하 주행을 알리는 속도 제한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김초영 기자 choyoung@asiae.co.kr

20일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앞에 시속 50km 이하 주행을 알리는 속도 제한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사진=김초영 기자 cho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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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업 종사자들 또한 불만을 내비쳤다. 택배기사인 이 모(38)씨는 "솔직히 60km도 불편하다고 느꼈는데 50km가 돼서 당황스럽다"며 "취지는 공감하지만, 택배기사들 입장에선 도로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만큼 달가운 소식은 아니다"고 전했다.


택시기사인 양 모(67)씨는 "조심조심하면서 다녀도 손님이 재촉하면 제한 속도를 잊어버릴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몇만원씩 나가는 돈이 얼마나 아까운지 아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바쁘면 바쁜대로 움직여야지 어떻게 50km에 맞춰 다니냐. 그냥 돈 걷자는 걸로 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보행자 안전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책이 정교하게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로 상황에 맞게 속도를 제한하는 등 핀셋 규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이번 정책은 보행량이나 시간대와 상관없이 차량 속도를 제한하고 있다"며 "이러한 일률적인 속도 제한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발생시킬 뿐 아니라 국민들로부터 공감을 끌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 교수는 "이번 정책은 수십 년간 발전시켜 놓은 도로 상황과 반대로 가는 보여주기식 정책"이라며 "그동안 쌓아온 노력이 헛되지 않을 수 있도록 보행이 없는 곳은 적용이 안 되는 등 핀셋 규제 방식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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