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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만에 국회 통과한 '스토킹 처벌법'…제2의 김태현 막을 수 있나

최종수정 2021.04.13 07:20 기사입력 2021.04.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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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 세 모녀 살인사건 피의자는 25세 김태현
'스토킹 처벌법', 지난달 국회 통과
여성단체 "피해자 보호 실효성 담보 어렵다"
전문가 "피해자 신변 보호 위한 조항 추가해야"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 침입해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태현이 지난 9일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 침입해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피의자 김태현이 지난 9일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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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스토킹 처벌법이 빨리 제정됐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까요."


이른바 '스토킹 처벌법'이 22년 만에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이 법안은 '피해자 보호'보다는 '가해자 처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오는 9월 시행되는 법안은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방을 지속해서 따라다니거나 괴롭히는 등의 스토킹을 할 경우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처벌 수위는 높였으나, 피해자가 처벌 의사를 밝혀야 하는 '반의사불벌죄' 조항 등이 유지되면서 '반쪽짜리 법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피해자 입장에서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할 수 없거나 처벌 의사를 접는다면 가해자는 또 다시 범행을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3개월여에 걸친 스토킹 끝에 끔찍하게 살해당한 '노원 세 모녀 사건'과 같은 사례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는 '스토킹 처벌법'에 피해자 신변 보호를 위한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찰은 지난 9일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피의자 김태현(25)을 검찰에 송치한 직후 열린 언론 브리핑에서 "피해자가 연락을 차단하고 만나주지 않자 (김씨가) 그 이유를 알고 싶고 화가 나고 배신감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온라인 게임을 통해 A씨를 알게 됐다. 그는 몇 차례 함께 게임을 하고 메신저 등으로 연락을 주고받다 올해 1월 A씨와 세 차례 만났다.


사건의 발단은 올해 1월23일 김씨가 A씨를 포함해 게임으로 알게 된 지인 4명과 만난 식사 자리에서 말다툼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범행을 결심한 김씨는 인터넷으로 살해 방법 등을 검색했다. 준비를 마친 김씨는 마트에서 흉기를 훔친 뒤 퀵서비스 기사를 가장해 아파트에 침입했고 A씨의 동생, 어머니, A씨를 차례로 살해했다.


경찰은 김씨에게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망침해 등의 혐의를 적용해 추가 입건했다. 다만 '스토킹 처벌법'은 오는 9월부터 시행되기 때문에 김씨에게는 적용하지 못했다. 대신 경찰은 현행 경범죄처벌법상 지속적 괴롭힘 혐의를 적용했다.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지난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다 마스크를 벗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김태현이 지난 9일 오전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나오다 마스크를 벗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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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회를 통과된 '스토킹 처벌법'은 스토킹 범죄 가해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내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흉기 등을 소지하면 5년 이하 징역·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형량이 늘어난다. 이는 15대 국회에서 처음 법안이 발의된 이래 22년 만의 법 제정이다. 그간 스토킹은 경범죄로 분류되면서 1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그쳤다.


다만 이 법안은 피해자가 처벌의사를 밝혀야 하는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피해자 보호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복이 두려운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 경찰이 사건에 개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여성의전화는 법 통과 직후 논평을 내고 "피해자의 입을 막는 반의사불벌 조항의 존속,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신청할 수 있는 피해자보호명령의 부재, 피해자의 일상회복을 위한 지원제도 미비 등 현재 법률안으로는 피해자 보호와 인권 보장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법률안이 언뜻 동거인과 가족을 피해자의 범주에 포함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을 스토킹 '행위'의 대상으로만 규정할 뿐 실질적인 보호조치는 어디에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런가 하면 스토킹 피해자 다수가 신고를 두려워한다는 점도 문제다. 스토킹 범죄의 경우, 피해자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가해자가 가족이나 지인 등을 빌미로 피해자를 협박할 여지도 있다.


지난해 5월 창원에서 식당을 운영해온 60대 여성도 40대 남자 손님에게 수년간 스토킹 피해에 시달렸으나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 특히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3개월 동안 100여 통이 넘는 전화와 문자를 보냈으나, 피해자는 가족이 걱정할까 봐 경찰에 따로 신고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의 소송을 도운 여성의당은 국회 토론회에서 "당시 피해자는 '동네 청년과 나쁜 인연을 만들기 꺼려서'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등의 이유로 피해를 신고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스토킹 처벌법에 피해자 신변 보호를 위한 조항들을 추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지난 6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노원 세 모녀 살인 사건'에 대해 "스토킹 기간이 3개월 정도인 것으로 확인된다. 스토킹처벌법이 있고, 미행한다는 사실들을 신고했으면 경찰이 제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또 이 교수는 "스토킹 처벌법에 피해자 신변 보호를 위한 조항들이 좀 더 세세하게 추가돼야 한다"며 "피해자 보호 법률을 새로 정비를 하는 게 옳은지 등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대목"이라고 밝혔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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