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박물관 9월 30일 개관…개관 특별전서 미야자키 하야오 조명
亞·유럽 세계적 감독들 조명도…백인·남성 위주 시상 비판 수용 자세
이미경 부의장 "어디서 왔든 우리의 삶을 담고 있는 영화를 가깝게 연결"

'기생충'으로 '화이트 오스카' 오명 벗고, 세계인에 한발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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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아카데미)는 국제영화제가 아니지 않나. ‘로컬(지역적)’이니까." 봉준호 감독이 2019년 10월 미국 매체 벌처와 가진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한국영화가 지난 20년간 세계 영화계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는데도 한 번도 오스카 후보로 오르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이상하긴 하지만, 별일도 아니다"라며 이같이 답했다.


봉 감독의 말대로 오스카는 미국의 영화상이다. 미국 영화업자들과 사회법인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협회(AMPAS)가 주최한다. 루이스 메이어 메트로 골드윈 메이어(MGM) 사장이 1927년 영화협회와 영화상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만들어졌다. 영화의 문화·교육적 가치를 높이는 기구로 키우고자 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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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의도는 규모가 커지면서 많이 퇴색했다. 트로피만 해도 능력과 공적에 따라 돌아가지 않았다. 주요 영화사의 탐욕과 재정에 주인이 좌지우지되곤 했다. 회원 선정에서조차 치졸한 음모와 담합이 벌어져 약육강식의 지배 논리가 작동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은막의 스타들은 지금도 자기의 존재가치를 오스카에서 가장 실감한다.


그들만의 리그는 지난해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봉 감독의 ‘기생충’에 작품상 등 4관왕(감독상·각본상·국제영화상)을 안겼다. 가장 미국적인 영화축제라는 틀을 스스로 깬 것이다. 지난해 9월에는 작품상 기준에 사회적 소수자를 포용하는 내용의 다양성 요건도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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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과 남성 위주의 시상이라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는 자세는 오는 9월 30일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문을 여는 아카데미영화박물관에서도 나타난다. 영화 예술·과학·제작을 다루는 미국 최대 규모의 곳간이다. 수집한 영화의 의상, 소품, 제작 디자인, 메이크업 스타일링, 홍보 자료만 8000점에 이른다. 마가렛 헤릭 도서관과 아카데미 필름 아카이브에서 보유한 사진 1250만장, 영화·비디오 25만점, 각본 9만1000개, 포스터 6만6500장, 프로덕션 아트 13만8000점도 전시한다.


관계자는 "‘오즈의 마법사(1939)’ 촬영에 사용된 3색 테크니컬러 카메라,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 우주복, ‘죠스(1975)’ 상어 모델 주형, ‘혹성 탈출(1968)’ 고릴라 병사 두상 등 다양한 분야의 진기한 물품들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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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크레이머 아카데미영화박물관 대표는 "아카데미가 세계적인 조직인 만큼 세계적인 박물관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는 아카데미영화박물관을 범세계적인 공간으로 꾸미기 위해 지난 90여년 간 수집해온 소장품 활용은 물론 세계 회원 1만명의 소장품도 가져와 전시한다.


개관 특별전의 주인공은 미야자키 하야오. 오스카에서 2003년 장편애니메이션상(‘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2015년 공로상을 받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이다. 크레이머 대표는 "세계에서 가장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영화감독"이라며 "다양한 장르의 역사를 돌아보고 탐구하자는 취지에 적임자"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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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영화박물관은 개관 전시에서 봉준호·이창동·김기덕·구로사와 아키라 감독, 브루스 리(이소룡) 등 아시아 영화인들에 대한 조명도 곁들인다. 오는 22일 시작하는 온라인 버추얼 프로그램에서 인종·여성 문제를 성찰하는 시간도 갖는다. 배우 소피아 로렌·우피 골드버그·말리 매틀린과 싱어송라이터 버피 세인트 마리 등이 ‘오스카 유리천장 깨기’를 주제로 대담하고, 스파이크 리 감독이 흑인 영화에 대해 논한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작품전과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캐릭터 열전도 펼친다.


크레이머 대표는 "전시·수집뿐 아니라 학술연구·사회교육에도 많은 공을 들일 것"이라며 "영화사에서 잘못된 부분을 함께 발견하고 논의하는 공간으로 발전시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재클린 스튜어트 최고예술프로그램 책임자는 "단순히 영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보다 공감·관용·포용의 자세도 높일 수 있는 소중한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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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영화박물관 이사회 부의장을 맡은 이미경 CJ 부회장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세계 영화와 제작자를 위한 헌신은 우리에게 영화의 더 큰 그림을 이해할 수 있는 더없이 귀한 기회를 부여한다. 어디서 왔든 여러분과 우리의 삶을 담고 있는 영화를 가깝게 연결하겠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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