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판 배민' 딜리버루…런던증시 상장 첫날 30% 폭락
근로자 처우 문제로 자산운용사 IPO 미참여 잇따라
英, 브렉시트 이후 금융허브 지위 유지 흔들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아마존의 지원을 받으며 기대감을 모았던 음식배달업체 ‘딜리버루’가 런던증시 상장 첫날 주가가 30% 폭락했다. 테크 스타트업을 적극 유치해 브렉시트(Brexitㆍ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후에도 금융허브로서의 위상을 유지하려고 했던 영국정부의 계획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딜리버루는 이날 런던증시에서 거래가 시작된 직후 주가가 30% 폭락했다. 이에 따라 딜리버루의 시가총액은 76억파운드(약 11조8000억원)으로 시작해 73억2000파운드로 장중 최대 22억8000만파운드(약 3조5000억원)가 줄었다. 주가 변동이 심해 거래가 두 차례 중단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은행가 출신인 윌 슈가 2013년 창업한 딜리버루는 올해 유럽증시에서 가장 기대감을 모았던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혀왔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배달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딜리버루는 상장전부터 기업가치 7억달러(약 8조원)가 넘는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딜리버루는 코로나19 효과로 전년대비 약 54% 증가한 12억파운드의 순수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 딜리버루의 밸류에이션이 고평가됐다는 지적과 함께 근로자 처우 문제로 영국 내 대형 자산운용사들이 딜리버루 IPO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점이 주가폭락에 영향을 미친것으로 관측된다.
WSJ은 "일부투자자들은 코로나19 백신 출시로 배달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면서 딜리버루의 성장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고 소개했다.
또 최근 영국에서 우버 노동자들을 직고용하라는 판결이 나오면서 비슷한 비즈니스모델을 가지고 있는 딜리버루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투자자들이 딜리버루 IPO 참여를 꺼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영국에서 가장 큰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애버딘 스탠더드는 "우리는 장기투자자로서 수익성 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기업에 투자하려고 한다"며 "딜리버루는 고용 관행을 비롯해 비즈니스 모델의 지속가능성 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돼 주식 매수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8000억파운드 이상을 운용하는 대형자산운용사 아비바 역시 딜리버루 주식을 매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테크기업인 딜리버루가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런던 증시를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는 기업들의 IPO 허브로 키우려 했던 영국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당초 딜리버루는 뉴욕증시 상장을 계획했지만, 영국이 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자 런던증시로 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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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딜리버루는 유럽은 물론 홍콩, 싱가포르, 호주, 아랍에미리트 등 12개 국가 800여개 도시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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