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來 최고 추정가 기록 미술품 경매현장 가보니

온라인·서면·전화참여 가능했지만
케이옥션 현장 참석자 100여명 몰려

전체 166점, 163억원어치 출품
추정가 하단 기준 10년만에 최다 금액
낙찰률은 74%, 135억7030만원
이우환의 '바람과 함께' 13억원 낙찰
최고가는 日작가의 13억1000만원

1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미술품 경매가 진행되는 모습.

1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본사에서 미술품 경매가 진행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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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동현 기자] "7500만원", "8000만원", "8200만원", "더 없습니까", "000번 손님께 8200만원에 낙찰됐습니다", ‘땅!’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 사옥에서 열린 3월 메이저 경매 현장. 지난 1월 작고한 김창열 화백(1929~2021)의 작품 ‘물방울(1977)’ 경매가 시작되자 응찰 속도는 갑자기 빨라졌다. 추정가 밴드는 1200만~3500만원. 1000만원부터 경매를 시작해 100만원씩 오르더니 20초만에 4000만원까지 뛰었다. 급기야 경매사가 기본 응찰 단위를 500만원까지 올리고 다시 200만원으로 낮추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섰다.

‘물방울’은 결국 시작가의 8배가 넘는 8200만원에 낙찰됐다. 경매사가 최종 낙찰 신호로 망치를 한 번 내리치자 경매장에 모인 사람들은 일제히 박수쳤다. 가로 15.8㎝, 세로 22.7㎝로 소액자 사이즈밖에 안 되는 작품이 예상보다 높은 가격으로 팔리자 현장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경매장을 찾은 한 남성의 말마따나 "역시 요즘 대세는 김 화백"이다.


이날 경매에 나온 김 화백의 작품 9점 모두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최고가를 기록한 작품은 ‘물방울 LSH70(1979)’으로 3억6000만원에 팔렸다. 추정가 하단 3억원을 넘어섰으나 상단 4억원에는 조금 못 미쳤다. 김 화백의 작품은 지난달 서울옥션 메이저 경매에서 10억4000만원으로 작가의 최고가 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케이옥션 3월 메이저 경매에서 8200만원에 낙찰된 김창열의 '물방울(1977)'

케이옥션 3월 메이저 경매에서 8200만원에 낙찰된 김창열의 '물방울(1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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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매에는 김환기(1913~1974), 이우환, 박서보 같은 국내 회화 거장들의 작품도 대거 출품됐다. 우암 송시열 초상, 서수도(瑞獸圖), 십로계회도(十老契會圖) 등 주요 고미술 작품과 조선후기 백자 10점도 매물로 나왔다. 전체 출품 규모는 166점, 163억원어치로 최근 10년 간 케이옥션 경매 사상 추정가 하단 기준 최다 금액이다.


가장 높은 가격에 출품된 작품은 이우환의 ‘바람과 함께(1987)’로 추정가 13억~20억원이었다. 점과 선의 통제된 규율 아래 이어지는 작업 양식이 답답했던 이 화백은 1980년대 초부터 자유로움의 대상으로 ‘바람’에 천착하며 작업했다. 이 작품은 이날 경매에서 12억원에 시작해 13억원에 낙찰됐다.


이날 최고 낙찰가는 일본 설치미술가 구사마 야요이의 ‘Infinity Nets(ZZOOX)’가 기록했다. 13억1000만원에 팔린 것이다. 이 작품은 당초 추정가가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 케이옥션은 이번 경매에서 낙찰총액 135억8030만원, 낙찰률 74%를 기록했다. 낙찰총액은 2017년 4월 164억원을 기록한 이후 4년만의 최대치다.


이우환의 ‘바람과 함께(1987)’

이우환의 ‘바람과 함께(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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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매는 온라인·서면·전화 등을 통해 참여가 가능했다. 그러나 현장에 100여명이 몰려 최근 미술시장의 호황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케이옥션은 1층과 지하 전시장 3곳에 경매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스크린·좌석까지 설치했다. 인원을 분산하기 위함이었다. 이곳을 찾은 이모(71)씨는 "노년에 회화 수집이 취미가 됐다"며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느낌이 확실히 다르기 때문에 한 시간 먼저 와 작품을 모두 둘러봤다"고 말했다.


미술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미술품 수요가 오히려 늘었다고 입을 모은다. 케이옥션은 당초 메이저 경매를 2달에 한 번 진행했으나 앞으로 6주에 한 번꼴로 열 계획이다. 케이옥션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인테리어 애호가들도 미술품을 많이 찾는다"며 "게다가 주식·비트코인·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갈 곳 없는 시중의 유동자금이 미술품으로 대거 유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주식시장에서도 확인된다. 2008년 코스닥에 상장한 미술품 경매업체 서울옥션의 주가는 지난달 26일 9250원에서 지난 17일 1만3650원까지 무려 47.5% 급등했다. 지난달 진행한 서울옥션의 올해 첫 메이저 경매 낙찰 총액은 110억원, 낙찰률은 90%를 기록했다. 지난해 첫 메이저 경매 낙찰 총액은 50억원, 낙찰률은 60%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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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과거 미술시장이 소수 컬렉터를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지금은 온라인 등을 통해 소비층이 다양해져 대중적인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경매업체에서 자체 보유한 미술품도 가치가 오르면서 올해 이들 업체의 실적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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