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자율형사립고 평가에서 학교법인 배재학당과 일주세화학원이 운영하는 자사고가 70점에 미달하자 서울시교육감은 이 학교들의 자사고 지정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지정 취소 처분을 내린 바 있다. 두 학교법인은 교육감을 상대로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교육감은 이에 불복해 이번 주에 항소했다.
재판부는 2019년 평가계획에서 변경·신설된 교육청 재량지표와 감사 및 지적 사례 감점지표 등 사후적으로 변경된 지표에 따라 소급해 평가를 진행한 것으로 봤다. 또한 처분 기준 사전공표제도의 입법 취지에 반하고 공정한 심사 요청에 반하므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에 해당한다고 봤다.
즉 교육청 재량지표들이 △2014년 평가 기준과 비교할 때 예측 가능성이 낮고 △자사고 지정목적과도 관련성이 떨어져 평가 기준의 합리적인 변경으로 볼 수 없으며 △감사 및 지적 사례에 대해 12점을 감점하도록 한 것은 예측하지 못한 불이익을 가한 것이라는 것이다.
지방교육자치를 대표하는 서울시교육감의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 과정은 매우 허술했다. 2015년부터 2019년의 자사고 운영 성과를 평가하면서 2019년에 새로운 평가지표를 부과하고 감사 및 지적 사례 감점을 5점에서 12점으로 확대한 것은 자사고 지정 취소를 쉽게 했다. 평가지표를 평가 대상 기간 이전에 알려줘야 한다는 것은 기관평가의 기본이다. 자사고 폐지라는 결론을 내리고 평가로 정당화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자사고 지정 조건은 자율적 운영과 일정 법인전입금 부담 등 두 가지다. 법인전입금 기준의 충족 여부는 매우 중요한 지정 조건이다. 그럼에도 자사고 평가지표 중 법인전입금 전출계획 이행 여부는 3점에 불과했고, 재정 및 시설 여건 배점은 2014년 20점에서 2019년에 15점으로 줄어 자사고 지정목적의 한 축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이를 간과했다.
자사고 제도의 목적은 사학의 자율성 보장과 고교 교육의 다양성 확대를 목표로 하면서 사교육비를 공교육비로 전환해 공교육비를 확충하자는 데 있었다. 자사고에 입학해 공립고의 3배에 해당하는 등록금을 부담하는 대신에 사교육비 부담 없이 대학 입학이 가능해지면, 사교육비를 공교육비인 자사고 등록금으로 대체하는 결과가 되고, 국가나 교육청이 자사고에 지원할 재원을 공립고에 지원할 수 있게 된다는 논리였다. 자사고 등록금만큼 공립고 지원을 늘림으로써 사교육비를 공교육비화하는 결과를 기대했다.
교육 재원이 늘어나 공립학교 재정에 어려움이 없어지자 자사고제도 도입의 재정 논리는 사라지고 오히려 귀족학교로, 일반고 황폐화의 주범으로 몰리는 상황이 됐다. 38개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할 경우 연간 약 2700억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37개 사립 특수목적고의 일반고 전환 비용까지 합하면 연간 5000억원이 필요하다. 결국 일반고 투자가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자사고에 진학한 학생들이 부담하던 공교육비가 작지 않은 규모였지만 공은 간 데 없고 과만 부각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자사고의 재정적 기여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엄중하게 판단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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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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