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극장 정상화 '산 넘어 산'
극장과 OTT·IPTV 사이 '홀드백' 사라져, 국내 관련 법적 장치 전무
멀티플렉스 3사 코로나19 피해 호소…극장과 OTT 공존 환경도 고려해야
12일 서울 시내 한 영화관이 썰렁하다. 이날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전날 영화관을 방문한 관람객 수는 1만776명이다. 영진위가 2004년 공식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문호남 기자 munonam@
CJ ENM은 영화 ‘서복’을 다음달 15일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티빙과 극장에서 동시 공개한다. 1년 전만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극장과 OTT·IPTV 사이에 일정한 ‘홀드백(콘텐츠 부가 판권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넘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있었다.
넷플릭스는 2017년 홀드백 없이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개봉해 멀티플렉스 3사(CJ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의 스크린을 포기해야 했다. 당시 멀티플렉스 측은 "극장용 영화가 통상 극장에서 먼저 개봉하고 2~3주 뒤 인터넷 TV 등으로 서비스돼야 한다"며 "넷플릭스는 자사 플랫폼으로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영화산업의 생태계마저 무시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옥자’의 극장 상영은 칸국제영화제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다. 경쟁 부문에 초청됐으나 프랑스극장협회 등의 반발로 홍역을 치렀다. 프랑스는 극장에서 상영되고 3년이 지나야 스트리밍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극장협회 등은 이를 근거로 현지 전역에서 상영하라고 요구했다.
국내에는 홀드백과 관련해 법적 장치가 없다. 온라인 서비스 전에 시차를 두라고 권고할 뿐이다. 극장들은 ‘서복’의 OTT 동시 개봉 허용으로 이를 법제화할 명분을 상실했다. 코로나19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영화를 단독 개봉해온 관례를 스스로 무너뜨렸다.
코로나19 사태가 호전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OTT와 공존은 불가피한 사안이다. OTT나 그 계열사에서 영화 판권을 갖고 있어 극장에 불리한 싸움이 예상된다. 실제로 워너브라더스는 올해 배급 영화 열일곱 편을 극장과 자사 OTT인 HBO맥스에서 동시 공개하고 있다. 전에는 보통 극장 개봉 90일이 지나야 스트리밍 서비스를 할 수 있었다.
변화를 막을 길이 없던 미국 최대 영화관 체인 AMC는 주가가 16%나 폭락했다. 유니버설스튜디오와 극장 독점 상영 기간을 90일에서 17일로 단축하는 강수를 둔 상황에서 나온 소식이라 위기론까지 대두됐다.
열악한 형편은 국내 극장도 다르지 않다. 미국처럼 문을 닫진 않았으나 지난해 관객 수가 6000만명도 되지 않았다.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이 가동된 2004년 이후 최저치다. 정부와 영화진흥위원회의 구제 방안은 영화발전기금 징수액을 90% 감면하고 방역비 8억원을 지원하는 정도에 그쳤다. 꾸준히 호소했던 임대료 관련 지원 등은 대기업 계열이라는 이유로 수렴되지 않았다. 결국 지난해 10월 관람료를 인상해 소비자의 불만만 키워버렸다. 영화관 1회 관람료는 OTT 한 달 정기 구독료와 맞먹는다.
멀티플렉스 3사 대표들은 지난 3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만나 신작 가뭄 해결책을 요청했다. 기대작들이 개봉한다면 코로나19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문체부와 영진위는 묘안을 짜내기 위해 함께 고민 중이다. 관계자는 "지난해 배포한 6000원 할인권 133만장의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게 중론"이라며 "새로운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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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는 코로나19 회복에만 초점을 맞춰선 안 된다. 극장과 OTT의 공존 환경까지 고려해야 한다. OTT 영화에 대한 정의를 분명히 내리고, 공정경쟁을 유도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여기에는 극장의 노력도 필요하다. 같은 영화라도 다른 체험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는 것은 기본이다. 질적 차이를 높이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영화 유통의 매개 공간 이상으로 발전해야 한다. 과거 TV 보급에 따른 위기를 시네마 콤플렉스와 블록버스터로 극복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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