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Q&A]'반쪽짜리' 차등의결권…재계·벤처업계 모두 불만
쿠팡이 키운 논란…국내 도입 목소리 커져
경영권 보호 역할…적대적 M&A 우려 줄 듯
10년 이내로 제한에 벤처선 "아쉽다" 반응
범위 대폭 확대 '미국식' 자유로운 제도 요구
[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이창환 기자, 김보경 기자] 국내에서도 차등의결권 도입이 가시화됐다.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택한 게 우리나라엔 차등의결권이 없어서란 지적이 나오면서 국회에서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 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23일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정부안)’을 상정하면서 차등의결권 도입 일정은 구체적 윤곽이 나왔다. 다음 달 열릴 법안소위 심사 관문을 넘으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 3월 임시국회 내 처리될 수 있다. 국회 안팎에서 정의당을 제외하고는 정부안에 찬성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통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차등의결권 도입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재벌 세습 제도화를 우려하는 시민사회의 반대 목소리는 여전히 높고 벤처 업계도 환영하는 가운데 까다로운 조건에는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재계가 원하는 차등의결권도 정부안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차등의결권 논란과 관련해 제기된 문제들과 업계가 원하는 해법을 살펴봤다.
차등의결권 왜 논란이 됐나
A. 차등의결권이란 ‘1주당 의결권 1개’라는 상법 규정에서 벗어나 주식 수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다. 국내에 도입되지 않은 차등의결권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이유는 쿠팡의 미국 증시 진출이 결정적이었다. 쿠팡은 김범석 이사회 의장에게 보통주의 29배 의결권을 갖는 차등의결권을 부여했다. 안정적 경영권을 확보한 김 의장은 향후 공격적 투자와 고용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쿠팡의 미국행 결정 배경에 차등의결권이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계속되고 있다.상장 주체인 쿠팡의 모기업 쿠팡LLC는 미국 기업이고, 미국 기업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럽다는 시각도 있다. 쿠팡과는 무관하게 벤처 업계의 육성을 위해 국내 차등의결권 도입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국가 중 17개국이 자국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차등의결권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경제계 차등의결권 요구하는 이유
A. 경제계는 차등의결권이 도입되면 ‘적대적 인수합병(M&A)’의 위험은 한층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례로 국내 대표 기업들 중에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과 같은 경영권 보호 장치가 없어 외국자본의 적대적 M&A 위협에 노출된 사례가 많았다. SK그룹이 대표 사례다. SK는 2003년 외국계 자산운용사인 소버린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다. 소버린은 SK주식 15%가량을 매입해 경영진 퇴진과 부실계열사 지원 반대,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했다. SK 외에도 삼성과 현대차 등도 최근까지 외국계 자본으로부터 경영권 위협을 받은 사례가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차등의결권 내용은
A. 차등의결권에 대한 조항이 담긴 정부의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의 핵심 내용은 비상장 벤처기업에 주당 10개까지 의결권을 허용하는 것이다. 쿠팡이 김범석 의장에게 일반 주식의 29배에 해당하는 차등의결권을 부여한 것과는 차이가 있다.
정부안은 일정 규모 이상의 투자 유치로 벤처기업의 창업주가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100분의 30 미만을 소유하게 되면 존속기간을 10년의 범위로 해 복수의 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도 마련했다. 차등의결권 주식을 상속하거나 양도한 경우 창업주가 이사의 직을 상실한 경우, 벤처기업이 상장하는 경우 등에는 보통주식으로 전환되도록 했다. 다만 상장의 경우 3년간 유효하도록 유예기간을 뒀다. 이사의 보수,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 감면 등의 사항에 관해서는 차등의결권 주식도 1주마다 1개의 의결권만 가지도록 제한했다.
벤처 업계는 무엇을 아쉬워하나
A. 벤처·스타트업 업계는 창업자가 안정적 경영권을 기반으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점은 환영하고 있다. 대규모 민간 투자가 활발해져 사업확장이나 투자금 회수(엑시트)가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차등의결권의 존속 기간 한도를 최대 10년 이내로 제한했음에도 상장 이후 보통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유예기간을 3년으로 정한 것에는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존속기간을 10년으로 정했는데, 상장 후에는 3년만 유효하도록 하는 것은 큰 제약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벤처 업계 관계자는 "기업 상황에 따라 차등의결권의 효과가 반감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10년으로 기간을 못박았고 여러 보통주 전환조건을 뒀기 때문에 상장과 관련된 조항을 없애야 각 기업이 기업공개(IPO) 스케줄에 따라 탄력적으로 차등의결권을 부여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경제계가 바라는 차등의결권은
A. 외국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차등의결권이 필요하다는 게 경제계 목소리다.
현재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는 제한적 차등의결권이 아닌 미국식의 자유로운 차등의결권을 요구하는 것이다. 쿠팡 사례에서 보듯이 미국의 경우 이사회 승인이나 정관 변경을 통해 차등의결권을 가진 주식을 얼마든지 발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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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하면 기업은 경영권 방어뿐 아니라 자금 조달이 가능해 기업 경영에 도움이 된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하고 있는 제한적 차등의결권은 비상장 벤처기업만 해당돼 대다수의 기업들은 적용되지 않는다"며 "우리 기업들이 실제로 경영권 위협에 노출되고 있는 만큼 허용 범위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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