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백신접종, 신뢰가 우선돼야 한다
“사람들은 전염병 보다 백신의 부작용을 때로는 더 두려워한다.” 행동경제학자 다니엘 카너먼의 주장이다. 백신에 대한 불안심리를 정확하게 읽었던 그는 ‘제한된 합리성’으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행동경제학자들은 인간의 합리성은 제한적이며, 때로는 감정적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있어 사회적 영향, 주변의 분위기, 심리적 요소 등의 영향을 받고 행동한다고 분석한다.
최근에는 백신개발 경쟁뿐만 아니라 안전성, 물량확보 등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인류에게 가장 무서운 질병중의 하나였던 천연두 예방법을 도입할 때도 이런 논란은 있었다. 18세기까지도 천연두 예방법은 이 병에 걸린 사람으로부터 추출한 균을 직접 접종하는 인두법(variolation)을 실시해왔으나 1796년 영국의 제너는 천연두에 걸린 소에서 추출한 우두균을 접종하는 종두법을 개발했다.
제너는 우두에 전염된 사람들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했다. 하지만 우두에 걸린 소의 바이러스를 사람에게 접종한다는 점에 대해 사람들의 거부감은 계속됐다. 이로부터 100년이 흐른 뒤 루이 파스퇴르는 다양한 방법으로 백신을 개발해 전염병을 막는 한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제너가 암소에서 우두균을 추출한 업적을 기념하기 위해 예방접종법을 백신(vaccine)이라고 부른 것도 이런 노력의 하나였다.
프랑스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는 1984년 출간한 ‘세균: 전쟁과 평화’라는 책에서 사람들이 백신을 신뢰하게 된 것은 파스퇴르의 절대적 공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파스퇴르는 백신을 만들고 직접 접종을 받아 사람들의 거부감을 줄이고 신뢰를 얻었다. 나아가 그는 광견병, 탄저병 등으로 예방접종을 확대해 세균학의 아버지로 불리게 되었다.
‘파스퇴르의 나라’ 프랑스는 16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가 339만 명을 넘어섰고 몇 차례에 걸친 봉쇄조치에도 불구하고 확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연초부터 본격화된 백신 접종자수를 보면 100명당 2.8명에 그쳐 영국 19.7명, 미국 13명에 비해 극히 부진하다. 프랑스에서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심한 것은 작년 2월 코로나 바이러스가 프랑스에는 상륙하지 않을 것이고, 마스크는 필요없다는 각료들의 호언장담으로 인해 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조만간 백신접종이 시작된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 K-방역은 많은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전 세계 백신 접종자수는 1억 3000만 명에 이르지만 국내 백신접종이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한 것은 불안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물량확보와 안전성에 관한 이슈는 굉장히 민감하겠지만 섣부른 도입발표는 백신에 대한 신뢰를 얻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제 전염병의 무서움을 재인식하고 신속하게 백신을 접종받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에 주력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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